Love Story/사랑 그 흔한 말 No.24 맴피스 2006. 11. 19. 21:21 좋은 사랑 할 거에요.사랑해서 슬프고 사랑해서 아파 죽을 것 같은거 말고즐거운 사랑 할거에요.처음부터 애초에 나만을 봐주는 그런 사랑이요."키스해도 돼요?"저도 모르게 나온 속삭임.물끄러미 그녀를 바라보더니 건이 복잡한 눈빛으로 부드럽게 웃었다."나한테 하는 말? 안 돼요."진솔이 말을 잇지 못하고 가만히 보고 있는데,그가 그녀에게로 천천히 몸을 기울였다."내가 할 거예요.""난 종점이란 말이 좋아요. 몇 년 전에 버스 종점 동네에서 산 적도 있었는데, 누가 물어보면 '157번 종점에 살아요' 그렇게 대답했죠." "종점? 막다른 곳까지 가보자, 이런거?" "아니, 그런것 보다는... 그냥 맘 편한 느낌. 막차 버스에서 졸아도 안심이 되고, 맘 놓고 있어도 정류장 놓칠 걱정없이 무사히 집에 갈 수 있다는... 그런 느낌이요.""나 사랑하는 게 정말 힘들면… 사랑하지 말아요.내가 당신한테 아무 위로도 못 됐다는 거 아니까.도망가지만 말아요. 내 인생에서."아무리 마음의 울타리를 수리해 나가도 그녀가 열고 싶을때만 열고 닫고 싶을땐 냉큼 닫아버리게 열쇠를 꼭 쥐고 있으려 해도그대는 번번이 부드럽게 그 열쇠를 내놓으라 한다.서로가 따뜻한 정도로만 기대고사랑이든 애정이든 데지 않게 조심조심 다가가고 싶었는데......그는 전부를 걸 마음도 없으면서 다가왔다고 화를 낸다"나.. 당신 사랑해요. ""지나가는 바람일지도 몰라요. ""그럴지도요. 하지만 내 마음 내가 제일 잘 안다고 생각해요. 지금 내 마음이.. 당신을 대할 때마다 느끼는 이런 마음이, 사랑일 거라고 생각해요.""솔직히 대답할게요. 난.. 사랑이 뭔지 이제 잘 모르겠어. 내 마음 들여다보는 일이 이젠 익숙하지가 않아요. ""기다릴게요. 당신 감정 알게 될때까지. 길게는 아니고짧으면 몇 달, 길어도 많이 길지는 않을 거예요. 당신이 아무리 생각해봐도 아닌 것 같다 그러면.. 나, 정리할 수 있어요. 오래는 안 걸려요. ""당신이 힘들잖아. 그런건. ""내 몫이니까. 괜찮아요.내가 감당할 부분이니까. "그녀의 어머니가 좋아해서 어릴 때부터 듣고 자란 노래들..언젠가 진솔은 텔레비전 교육방송에서 방영된 아바특집 다큐멘터리를 녹화한 적이 있었다.비요른과 아네타, 메니와 프리다. 두쌍의 부부 커플로 이루어진 스웨덴 출신 아바는 그들이 이혼을 하면서 자연히 그룹도 해체되었다. 그 후 세 사람은 각자 솔로 활동을 활발히 했지만, 아네타는 언젠가부터 은둔 생활을 하고 있다고 했다. 아바의 추억을 돌이키기 싫어 그 시절 자신의 음반도 듣지 않는다고 했다.다큐멘터리 제작팀은 아네타를 인터뷰하기 위해 노력했으나 그녀는 끝내 거절했다. 진솔은 아네타가 좋았다. 저 맑은 음색,사랑이 끝나면 노래도 끝인 여자.상처받지 않겠다고 결심했지만 마음이란 뜻대로 되는것도 아니었다가끔 그가 툭툭 던지는 알 수 없는 말들 그저 별뜻없이 지나치는 농담인진 몰라도 그녀에겐 밤 늦도록 돌이켜보게하는 말이 되기도 한다한 사람을 아무리 사랑해도 때로는 그 사랑을 위해 죽을 수 있다고 해도 그래도 어느순간은 내리는 눈이나 바람이나 담밑에 핀 꽃이나 그런게 더 위로가 될 수 있다는것 그게 사랑보다 더 천국일때가 있다는것 나 느끼거든요설령 우리가 이루어지지 않는다 할지라도 그럼 많이 슬프고 쓸쓸하겠지만 또 남아있는 것들이 있어요그래서 사랑은 지나가는 봄볕인거고세상 끝까지 당신을 사랑할꺼예요 라고 한다면 그건 너무 힘든 고통이니까 난 사절하고 싶어요그녀의 중얼거림을 귓가로 들으며 진솔은 해주고 싶은 말을 차마 입밖에 꺼내진 못했다손가락 아래 노트북 자판을 낙서처럼 한자한자 두드렸다마음한구석에 남아있던 구절이 모니터에 차곡차곡 모습을 드러냈다니 사랑이 무사하기를...내 사랑도 무사하니까...깜박이는 커서 옆으로 방금 새긴 문장을 물끄러미 들여다 보았다언젠가 건이 썼던 짧은 편지였다건네주지 못했던 시집속의 구절누구를 향한 사랑들인지 대상은 모두 빠져있는 그 구절그래서 내것이도하고 그들의 것이도한 서글픈 바램자판소리와 함께 아래 또 하나의 문장이 찍혔다세상 모든 사랑이 무사하기를...백스페이스를 눌러 지금까지 끄적거렸던 문장들을 밑에서부터 차례로 다 지워버리고는 파워를 끄고 노트북을 닫았다방금쓴 문장은 말이 안된다세상에 모든 사랑이 무사할 수 있나??그렇지 않다서로 부딪히는 사랑, 동시에 얽혀있는 무수한 사랑들어느 사랑이 이루어지면 다른 사랑은 날개를 접어야만 할 수도 있다그 모순 속에서도 사람들이 편안하게 아침을 맞이하고 눈물을 흘리더라도 다시 손잡고 밤을 맞이하기를 바라는건 무슨 마음인지무사하기를 당신들도 나도 같이...이도우 /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