맴피스 2006. 11. 22. 11:19


그 남자하고 함께 다닌 곳 치고 아름답지 않은데가 있었던가.

만일 그 시절에 그 남자를 만나지 못했다면 내 인생은 뭐가 되었을까.

청춘이 생략된 인생,

그건 생각만 해도 그 무의미에 진저리가 쳐졌다.

그러나 내가 그토록 감사하며 탐닉하고 있는 건 추억이지 현실이 아니었다.

나는 이미 그 한가운데 있지 않았다.

행복을 과장하고 싶을 때는 이미 행복을 통과한 후이다.


박완서 / 그 남자네 집 中



사무친다는 게 뭐지?

아마 내가 너의 가슴속에 맺히고 싶다는 뜻일 거야

무엇으로 맺힌다는 거지?

흔적... 지워지지 않는 흔적.


안도현 / 연어 중에서



"언니.. 내가 양씨를 잊을수 있을까?"

"못잊지, 어떻게 잊냐? 잊는다는 건 어느날 그 사람이 나타났을때

어머! 누구세요? 아니면.. 그 사람 이름을 들었는데

그게 누구더라? 하는게 진짜 잊는건데

살 부비고 산사람을 그렇게 잊을 수가 있냐? 미치지 않고선?

사랑하는 사람을 버릴 순 있어도 잊을 순 없어.. 안그래?"


노희경 / 굿바이 솔로




교코가 없어진다고 생각하니까

내 몸 절반을 뜯어낸 것처럼,

심장을 한 손으로 꽉 움켜쥔 것처럼 아프더라.

지금 이렇게 마주보고 있는데도 정말 못 견디겠어..

나, 너 좋아해. 누가 뭐라든 난 교코가 필요해.

네가 아니면 안돼.


뷰티플라이프 / 기타가와에리코




" 내가 어떻게 해줬으면 좋겠냐?

네가 말해 봐. 내가 어떻게 했으면 좋겠는지."

" 전화 한다고 했으면 전화해줘."

" 。。。。。 뭐? "

" 전화를 하겠다고 하고선 전화를 못 받고 몇 시간이 지나면

나는 그대로 죽는 거 같아.알어?

벨이 잘못 놓였나, 들었다 놔보고

혹시 벨소리를 듣지 못하게 될까봐 소리나는 일을 아무것도 할 수가 없어.

한번은 어쨌는 줄 알어?

전화를 기다리는데 오로지 전화 벨 소리를 기다리는데

냉장고 돌아가는 소리가 들리는 거야.

그래서 냉장고 플러그를 빼 놓았지.

너를 기다리는 동안은 다른 일은 조금도 할 수가 없어.

벨이 울렸는데 네가 아니면 너무나 낙담을 해서

전화를 한 사람을 경멸하고 싶은 심정이야."

" 은서야 ! "

"난 그래. 그렇게 되어버렸어."난 그렇게 되어버렸지.

너에 의해 죽고 싶고 너에 의해 살고 싶게 되어버렸지.


신경숙 / 깊은슬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