맴피스 2007. 1. 14. 23:31


사춘기 시절,

그녀는 뭔가를 선택하기에는 아직 때가 너무 이르다고 생각했다

어른이 되었을 때는,

뭔가를 바꾸기에는 이제 너무 늦었다고 체념했다

지금까지 무엇하느라 내 모든 에너지를 소비한거지?

" 나는 좀 더 미친 짓을 했어야만 했어! "


파울로 코엘료 /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 中



잃어버릴 게 생겨야

비로소 진정한 두려움도 생겨날 테니까...

그렇지만 그게 바로 행복이야...

자기가 갖고 있는 것들의 가치를 아는 것...


암리타 / 요시모토 바나나



물건은 소유하는 것보다 버리는 족이 훨씬 편하다

그건 생활에 책임을 지고 싶지 않다는 뜻 아닐까?

모모이 선생은 그런식으로 나를 꾸짖었다.

언제까지나 자유롭고 싶다는 뜻 아냐?

사실.. 무언가를 소유하는 것 때문에

사람은 한 곳에 조금씩 얽매이게 된다.


에쿠니 가오리 / 하느님의 보트 中



멀리 있는 것은 아름답다.

무지개나 별이나 벼랑에 피는 꽃이나

멀리 있는 것은 손에 닿을 수 없는 까닭에 아름답다.

사랑하는 사람아.

이별을 서러워하지 마라.

내 나이의 이별이란

헤어지는 일이 아니라 단지 멀어지는 일일 뿐이다.

네가 보낸 마지막의 편지를 읽기 위해선

이제 돋보기가 필요한 나이.

늙는다는 것은

사랑하는 사람을 멀리 보낸다는 것이다.

머얼리서 바라다볼 줄을 안다는 것이다.


오세영 / 원시



나이를 먹어 좋은 일이 많습니다.

조금 무뎌졌고 조금 더 너그러워질 수 있으며

조금 더 기다릴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저 자신에게 그렇습니다.

이젠, 사람이 그럴수 도 있지. 하고 말하려고 노력하게 됩니다.

고통이 와도 언젠가는,

설사 조금 오래 걸려도 그것이 지나갈 것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내가 틀릴 수도 있다고 문득문득 생각하게 됩니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학대가 일어날 수도 있고,

비겁한 위인과 순결한 배반자가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사랑한다고 꼭 그대를 내곁에 두고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잘못된 사랑은 사랑이 아닐까?

나이를 많이 먹은 지금 나는 고개를 저어봅니다.

잘못된 것이었다 해도 그것 역시 사랑일 수는 없을까요?

그것이 비참하고 쓸쓸하고

뒤돌아보고 싶지 않은 현실만 남기고 끝났다 해도,

나는 그것을 이제 사랑이었다고 이름 붙여주고 싶습니다.

나를 버리고..

빗물 고인 거리에 철벅거리며 엎어진 내게

이별도 남기지 않은 채 가버렸던 그는 작년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며칠 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었지요.

그가 죽는다는데 어쩌면 그가 나를 모욕하고

그가 나를 버리고 가버렸던 날들만 떠오르다니.

저 자신에게 어처구니가 없었지만,

그리고 그의 죽음보다 더 당황스러웠던 것이 바로 그것이었지만

그러나 그것 역시 진실이었습니다.

죽음조차도 우리를 쉬운 용서의 길로 이끌지는 않는다는 것을

저는 그때 처음 알았습니다.

인간의 기억이란

이토록 끈질기며 이기적이란 것도 깨달았습니다.

이제는 다만 영혼을 위해 기도합니다.

아직 다 용서할수 없다 해도

기도할 수 있다는 것은 정말로 다행입니다.

우리 생애 한 번이라도 진정한 용서를 이룰 수 있다면,

그 힘겨운 피안에 다다를 수 있다면..

저는 그것이 피할 수 없는 이별로 향하는 길이라 해도

걸어가고 싶습니다.

죽음조차도 우리를 쉬운 용서의 길로

이끌지는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인간의 기억이란 이토록 끈질기며 이기적이란 것도 깨달았습니다.

내가 죽기 전에 해야 할 일이 있다면

그때의 그와 그때의 나를 이제 똑같이 용서해야 한다는 것이겠지요.

똑같이 말입니다..

기억 위로 세월이 덮이면 때로는 그것이 추억이 될 테지요.

삶은 우리에게 가끔 깨우쳐줍니다.

머리는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마음이 주인이라고..


공지영 / 빗방울처럼 나는 혼자였다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