맴피스 2007. 1. 14. 23:35


해질 녘에는 절대 낯선 길에서 헤매면 안 돼.

그러다 하늘 저켠부터 푸른색으로 어둠이 내리기 시작하면

말로 설명할 수 없을 만큼 가슴이 아프거든.

가슴만 아픈게 아냐.

왜 그렇게 눈물이 쏟아지는지 몰라.

안진진, 환한 낮이 가고 어둔 밤이 오는 그 중간 시간에

하늘을 떠도는 쌉싸름한 냄새를 혹시 맡아 본 적 있니?

낮도 아니고, 밤도 아닌 그 시간,

주위는 푸른 어둠에 물들고, 쌉싸름한 집 냄새는 어디선가 풍겨오고.

그러면 그만 견딜 수 없을 만큼 돌아오고 싶어지거든.

거기가 어디든 달리고 달려서 마구 돌아오고 싶어지거든..

나는 끝내 지고 마는 거야...


안진진 아빠가 안진진에게 하는 말 - 모순 / 양귀자




나는 엉엉 울었다.

"걱정 마세요. 죽여버릴 꺼니까요."

"무슨 소릴 그렇게 해. 네 아빠를 죽이겠다고?"

"예 , 죽일꺼예요. 이미 시작했어요.

벅 존스의 권총으로 빵 쏘아 죽이는 그런건 아니예요.

제 마음속에서 죽이는 거예요.

사랑하기를 그만두는 거죠.

그러면 그 사람은 언젠가는 죽어요."


나의 라임오렌지나무.




아무리 친한 사람이 있어도, 안 만나면 그 사람은 죽어 버려.

사람은 다 죽잖아.

그러니까 안 만나는 사람은 죽은 거나 다름없는 거야.

가령 추억 속에 살아 있다고 해도, 언젠가는 죽어 버려.

이 세상에는 무슨 일이든 생길 수 있잖아.

지금은 너하고 이렇게 손잡고 있지만, 손을 놓고 헤어지면,

두 번 다시 못 만날 가능성도 있는거잖아?

아무튼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좋아하는 사람하고는 계속 만나야 한다는거야.

무슨일이 있어도.


가네시로 카즈키 / 연애소설




"싸움을 해서 좋은 것은 화해를 할 수 있다는 거지."

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화해는 싸움의 과정에서 가장 슬프고 가장 절망적인부분이라고 생각한다..

화해란 요컨대 이 세상에 해결 따위 없다는 것을 아는 것이고,

그것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그 사람의 인생에서 떠나가지 않는것,

자신의 인생에서 그 사람을 쫓아내지 않는것,

코스에서 벗어나지 않게 하는것


에쿠니 가오리 / 당신의 주말은 몇개입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