맴피스 2007. 1. 15. 00:01


유리창을 통해 내다보이는 적요로운 풍경들이 좋았다.

손으로 만질 수는 없지만 날이 저물도록 바라 볼 수 있는 세상.

세상은 한 번도 정지된 상태로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나는 그것이 태양 때문이라고 생각하였다.

시시각각으로 변해가던 그 오묘한 빛의 색깔들.

사각의 창을 통해 내다보이는 세상은

내게 나무랄 데 없이 구도가 좋은

한 점 살아있는 정물화처럼 느껴졌다.

그러나 나는 유리창 밖에 있는 그 세상 속으로

뛰어들고 싶은 마음은 조금도 없었다.

그때, 아주 어렸을 적에도 말이다.

허나 나는 가끔 팔을 뻗어 세상을 덮고 있는

그 빛깔들을 만져보고 싶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창문에 이마를 꼬옥 갖다대곤 했다.

그건 아마도 내가 이 세상을 살아가는

하나의 방식이 아니었을까.

누구에게나 저마다 그런 것은 하나씩 있기 마련일 것이다.

자기만의 , 이 세상을 살아가는 독특한 방식 같은 것들 말이다.

나는 어려서부터 내가 터득한 그 방식이 아주 마음에 들었다.


식빵 굽는 시간 / 조경란




'충분하지 않다'와 '아주 부족하다'의 중간 정도야.

난 늘 굶주려 있었어.

한번만이라도 좋으니 사랑을 담뿍 받아보고 싶었어.

이젠 됐어, 배가 터질것 같아, 잘 먹었어, 그럴 정도로..

한번이면 되는거야, 단 한번이면..


무라카미하루키 / 상실의 시대




"우울증은 왜 생기나요?"

"채워지지 않는 욕망 때문이지.

우리는 존재 자체가 욕망이야.

욕망에 의해 태어났고, 산소와 양분을 욕망하는 세포로 이뤄졌고,

항상 행복하고 싶은 욕망으로 살지.

그러나 욕망을 다 채워 줄 수는 없어.

다 타지 못한 욕망은 스트레스로 변해서 뇌와 심정을 공격하지."


사랑은 우울했다 / 배기교




걸어다니기가 힘들 정도로 머리가 울리죠.

어디 먼데 서있는 것처럼 환청이 들리고

헛것이 보이고 우유 한잔도 소화하기 힘들고..

안 그래요?

그거 다 하고 싶은 말을 안하고 마음에다 둬서 그래요.

감정을 속으로만 삭히면 그렇게 된다구요.

그거 약 먹어도 소용 없어요.

화가나면 화를 내고 말하고 싶은거 있으면 말하고,

끙끙 앓지 말구요.

마음 속에 원하는 일을 안하고 가슴으로만 삭히려 드니까

가슴이 아픈 거예요.


신경숙 - 깊은 슬픔




어쨌든 인생의 종착역에 다다르는 그 순간까지

우리는 살아가는 수밖에 없다.

설령 그것이 다람쥐 쳇바퀴 돌듯

제자리걸음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할지라도

미래를 두려워하며 멈춰서 있는 것보다는 백 배,

아니 만 배 낫다.


별똥별 머신 / 하시모토 츠무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