맴피스 2007. 3. 12. 19:39


안녕, 하고 헤어질 수 있는

손 내밀어 잡을 수 있는

화를 내며 스쳐 지나갈 수 있는

참 잘했어, 하고 칭찬해줄 수 있는

그게 뭐야, 하고 타박할 수 있는

밤새도록 이야기 나눌 수 있는

한동안 떨어져 있어도 다시 만날 수 있는

미워할 수 있는

더 많이 사랑할 수 있는

지금처럼 그 자리에 있는

언제까지나 그 자리에 있는 그대를.


황경신 / PAPER vol.110




그에게는 언제나 비누 냄새가 난다.

아니, 그렇지는 않다. 언제나 라고는 할 수 없다.

그가 돌아와 욕실로 뛰어가서 물을 뒤집어쓰고 나오는 때면

비누 냄새가 난다.

나는 책상 앞에 돌아앉아서 꼼짝도 하지 않고 있더라도

그가 가까이 오는 것을

그의 표정이나 기분까지라도 넉넉히 미리 알아차릴 수 있다.

티셔츠로 갈아입은 그는 성큼성큼 내 방으로 걸어 들어와

아무렇게나 안락의자에 주저앉든가,

창가에 팔꿈치를 집고 서면서 나에게 빙긋 웃어 보인다.

「무얼 해?」

대개 이런 소리를 던진다.

그런 때에 그에게서 비누 냄새가 난다.

그리고 나는 나에게 가장 슬프고 괴로운 시간이 다가온 것을 깨닫는다.

엷은 비누의 향료와 함께 가슴속으로 저릿한 것이 퍼져 나간다


강신재 / 젊은 느티나무 중




이미 여러 차례 마음의 상처를 입었지만

그래도 그녀는 언젠가는 일생을 함께 할 남자를 만나리라 믿고 있었다.

처음에는 이상적인 배필을 고르려고 했다.

하지만 이제는 시간이 너무 빨리 흐른다고 느꼈고,

데려가겠다는 사람만 있으면 특별한 감정 없이도

얼씨구나 하고 따라나설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를 사랑하는 법은 천천히 배우면 될 일이었다.

사랑 역시 시간의 문제니까.


파울로 코엘료 / 악마와 미스 프랭 中




행복했던건 당신만은 아니었다

다만 내가 당신에게 맞지 않는다는 걸

당신은 자꾸 모르려 하길래

우린 행복을 포기한다

사랑이면 모두 될 수 있을 것 같던 내 계획은 수정된다

사랑은 내 눈만 멀게 해준다

그다음 견뎌야 하는 전부는

내 근육의 몫이다


백종열 / 글씨와 그림이 있는 종이




행복하다는 느낌보다 아프다는 느낌이 더 많다면

그건 사랑이 아니야..

그 감정에서 헤어나지 못한다면

너는 스스로 만든 틀 속에 갇히게 되지..

그렇게 되면 눈앞에 환하게 펼쳐진 자유로 향한 문을 볼 수 없게 돼..

그래. 이제 고통 따윈 벗어던져 버려..

그러면 네 마음에 사랑과 즐거움이 들어갈 공간이 더 많아질 거야..

옛 시절은 모두 지나갔어..

그 시절의 위험도 모두 사라졌어..

이제는 마음 푹 놓고 자기 자신이 되는 거야..

지금 있는 그대로 네가 가장 독특하고 완벽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