맴피스 2007. 5. 15. 20:39


오늘은 조금 울었어요

정말
한참을 괜찮았는데

오늘 울었으니 또 한참을 괜찮을 겁니다




어젯밤 나는 문득

별이 떨어지기를 기다리던 그 여름밤이 떠올랐고

사랑이란 바로 그런게 아닐까 생각했어.

기다리고 기다릴때는 오지 않다가

방심하고 있을때 문득 떨어지는,

그래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아 떨어졌구나, 라고 밖에.


모두에게 해피엔딩 / 황경신




연락을 완전히 끊는 것은 의외로 간단한 일이었다.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된다.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다는 생각.

돌아갈 장소 따위는 없다는 생각.

그런 착각에 빠지지 않고는 도저히 단둘이서 살아갈 수 없다.


에쿠니 가오리 / 하느님 보트 中




시간은 변명도 약속도 하지 않는다.

묵묵히 자기의 할일을 할 뿐이다.

사랑했던 연인들을 헤어지게 만들고

절망적인 짝사랑을 덤덤함으로 바꾸어놓고

잊을 수 없었던 사람을 잊게 만들고

시간은 잊을수 없었던 사람도 있게 만든다.

심장을 내동댕이치고 너덜너덜하게 했던 사랑도 ..




차갑지도 끈끈하지도 않은 바람이 불어올 때면

문득 곁에 누군가가 있었으면 싶기도 했다.

실체가 없는 그냥 누구,

그림자처럼 같이 다녀 줄 그냥 아무나.

그러다 잠시 욕심이 생기기도 했다.

기왕이면 다정한 사람이었으면,

손이 따뜻했으면,

그게 그 사람이었으면.

길거리에 즐비한 공중전화를 볼 때면 마음이 괴로웠다.

전화 카드를 샀지만 아무에게도 전화하지는 못했다.

전화를 걸려고 보면 너무 늦은 시간이거나

걸면 안 되는 사람 생각만이 간절했다.


아이 러브 유 / 이미나




편지를 쓰고 싶은 날이 있다

메마른 갈비뼈 사이 바람소리로 갇혀있던 그 말을

조심스레 꺼내어 편지를 띄우고 싶은 날이 있다.

눈이 내리면 눈이 내린다고 쓰고 싶다.

바람이 불면 바람이 분다고 쓰고 싶다.

마음을 툭 털어

바다 한켠 떼어낸 푸르디 푸른 그리움으로

편지를 보내고 싶은 날이 있다.

가끔 우리 삶은 아득한 저음의 통곡소리처럼 외로운것

아무도 오가지 않는 뒷골목에서

나즈막히 부르는 노래처럼 서러운것

한번은 푸른 기억의 끝을 동여맨 긴 편지를 부칠 것이다.

어깨 너머 긴 휘파람 소리가 스쳐지나면

한번쯤 붐비는 거리에 서서

누군가 보낸 편지라고 생각하라.

편지를 펼치면 푸른 바다가 출렁

추억으로 흔들릴 것이다.


편지를 쓰고 싶은 날 / 이지현




그래도 오랜만에 보는 사람들의 모습에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어쨌든 나는 삶이 있는 세계로 돌아온 것이다.

설령 그것이 지루함으로 가득찬 평범한 세계라 할지라도

그것은 나의 세계인 것이다.


양을 둘러싼 모험 / 무라카미 하루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