맴피스 2007. 9. 18. 13:07


우울해 있거나. 슬픈일이 있을때.

다들 그러죠. "괜찮냐' 고.

물어봐준 사람의 성의를 생각하자면,

괜찮다고 씩씩하게 웃어도 봐야 할텐데.

오늘은 그 말이 선뜻 나오질 않네요.

-

괜찮냐구요 ?

아뇨. 정말 요만큼도 괜찮지 않습니다




돌아갈 수 없다.

돌아갈 수 없음에 슬퍼하지도, 가슴 설레지도 않고,

그저 이렇게 이곳에서 인생과 풍경에 녹는다.

그 뿐. 당연한 일인 듯. 그 뿐이다.


암리타 / 요시모토 바나나




비가 온다 어제도 왔다

비가 와도 이제는 슬프지 않다

슬픈 것은 슬픔도 주지 못하고 저 혼자 내리는 비 뿐이다

슬프지도 않은 비 속으로 사람들이 지나간다

비 속에서 우산으로 비가 오지 않는 세계를 받쳐 들고

오, 그들은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비가 온다

슬프지도 않은 비

저 혼자 슬픈 비

우산이 없는 사람들은 비에 젖고

우산이 없는 사람들은 오늘도 가면도 없이 맨얼굴로

비 오는 세계에 참가한다

어느 것이 가면인가

슬프지도 않은 비

저 혼자 슬픈 비


오규원 / 비가 와도 이제는




언제부터인가 나는

울적하면서 한편으로는 노곤하고 달콤한 상태가 뒤섞인

묘한 감정 상태를 경험하기 시작했다 .

사람들은 이런 감정을 어떻게 정의하는지 몰라도

나는 이 어설픈 감정을 '슬픔' 이라는

거창하고 아름다운 이름으로 불러야 할 것인지를 놓고 주저하고 있다 .

왜냐하면 이것은 너무나도 완전하고 이기적인 감정이어서,

한편으로는 부끄러운 생각마저 들기 때문이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슬픔처럼 느껴지는 감정은 언제나 고상하게 느껴지곤 한다 .

나는 지금까지 나른함이나 뉘우침,

그리고 아주 가끔은 양심의 가책 같은것은 느껴 보았지만,

슬픔이라는 것은 알지 못했었다 .

그런데 요즘에는 무엇인가 부드러운 기운이 나를 덮어씌워

다른 사람들로부터 거리감을 느끼게 하고 있다 .


슬픔이여 안녕 / 프랑소와즈 사강




나는 그런 슬픔을 어떻게든 언어로 바꾸어 보려고 시도한 적이 있다.

그러나 아무리 언어를 쥐어짜내 보아도,

그것은 누군가에게 전할 수도 없고,

자기 자신에게 조차 전할 수 없다고 생각되어,

나는 그런 나의 시도를 단념하고 말았다.

그렇게 하여 나는 나의 언어를 폐쇄시키고,

나의 마음을 닫아 갔다.

깊디 깊은 슬픔에는

눈물이란 형태를 취하는 일조차 불가능한 것이다.


카타야마 쿄이치 /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