맴피스 2007. 11. 1. 17:27


길은 항상 정해져 있다,

그러나 결코 운명론적인 의미는 아니다.

나날의 호흡이, 눈길이, 반복되는 하루하루가

자기의 길을 자연히 정하는 것이다.


요시모토 바나나 / 키친 中




말해봐요 할머니..

그렇게 허리를 앞으로 구부리고 가는 것은

땅바닥에 떨어트린 젊은 날을 줍기 위해서인가요..

아니면 등을 짓누르는 세월의 무게가 너무 무거워서인가요..?

말해봐요..


미셀 투르니에 / 뒷모습




"할머니로 사는 건 즐거워요?"

"후후. 그렇게 보여?"

"네 젊은 건 하나도 안 즐거운데.."

"하지만 즐거울 때도 있잖니."

"없어요"

"잘 생각해봐"

"생각한다고 해서, 즐거움이 되돌아오는 것도 아니잖아요"

"그렇지 않아. 곰곰이 되짚어보면, 되돌아온단다"


혼자 있기 좋은 날 / 아오야마 나나에




이제 조금은 알 것 같다.

늙는다는 것은 젊음을 잃어버리는 것이 아니라

젊음에 더해지는 축복임을.


바람의 화원 / 이정명




"결국 자기 혼자서 나이에 얽매여 이미 늦었다는 둥..

좀 더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둥.. 하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

그게 제일 바보같은 짓이라고 생각해.."

"맞아.. 나도 동감이야.."

"지금은 벌써 '서른 넷' 이지만.. 5년이 지나면..

'그때는 아직 서른 넷 이었지..' 라고 생각하게 되지 않을까.."

유카리는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메구미의 말이 정말 맞다고 생각했다.

자기도 결혼을 의식해서 최근 몇년 동안은 큰 변화를 피해왔다.

새로운 일에 대한 도전도 게을리했다.

참, 아깝게 시간을 보냈다고 생각했다.

지금 나이가 서른이라면 좀 더 충실한 나날을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정신적으로 여유가 더 있었을 것 같다.


오쿠다 히데오 / 걸




스물 두살... 서른 두살에도 이런 심경일까 ? ..

그때도 지금과 똑같다면 세월이 흐른다는것

나이가 든다는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다만 , 소소한 것들을 무시할 만큼의 노련함이 생길뿐이라면 ..

그것만으로도 인생이란 살만한 가치가 있는것일까? ..

해답이 있을까..


서른두 살. 가진 것도 없고, 이룬 것도 없다.

나를 죽도록 사랑하는 사람도 없고,

내가 죽도록 사랑하는 사람도 없다.

우울한 자유일까. 자유로운 우울일까.

나, 다시 시작할 수 있을까, 무엇이든 ?


만일 내가 다시 한 번 살아갈 수 있다고 해도

역시 지금처럼 똑같은 인생을 더듬어가면서 살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왜냐하면, 그것이 바로 나 자신이기 때문이다.

나에게는 나 자신이 되는 것 말고는 또다른 길이란 없다.

사람들이 아무리 나를 버리고,

내가 아무리 사람들을 버리고,

온갖 아름다운 감정과 뛰어난 자질과 꿈이 소멸된다고 해도,

나는 나 자신 이외에는 그 무엇도 될 수가 없다.


무라카미 하루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