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ve Story/In Screen

드라마『9회말 2아웃』중에서

맴피스 2007. 11. 27. 19:40




내 방인데 낯설다.
어느새 이 공간은 난희의 것이 되어있다.
구석구석 난희 발바닥이 안 돌아다닌 곳이 없다.
구석구석 난희 손길이 안 닿은 곳이 없다.

이 집은 이미 5개월 전의 그 집이 아니다. 공기가 다르다.
이 공간은 기억하고 있다. 우리가 그 동안 나눈 모든 이야기들을.
난희가 빠져나가도... 나는... 괜찮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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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꼭 하고 싶던 말인데 결국 못 하고 편지로 남긴다.

2007년 봄이구나 내가 이 집에 들어왔던 게.
연희부부한테 얹혀사는 것도 더는 면목이 없고, 내 인생이 얼마나
끔찍한 상황으로 달려가고 있는 지 하루하루 각인시켜주는 엄마 잔소리도 너무 무섭고,
정말 엄마 말대로 되어가고 있는 내 모습은 더 무섭고.

그 땐 참... 단 10분이라도... 마음을 놓을 장소가 필요했던 거 같다.
정말 10분이라도... 나 스스로를 사랑할 장소가 필요했던 거 같다.

근데 이 집에 들어오고 말이야...
10분이 아니라 온 종일 내 옆에서 이야기 들어주는 니가 있었고,
상처받고 들어오면 끊임없이 치료해 주는 니가 있었고,
그래서... 달라진 상황은 하나 없어도...
마음 속에 희망 같은 게 생겼다.
이젠 지칠 때 발딱 일어설 기운도 있고. 안될 땐 돌아갈 여유도 있어.
너랑 살면서 그런 것들이 생겼어.
고마워. 형태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