맴피스 2007. 11. 27. 19:43


일찍이 김광석은 노래했다.

또하루 멀어져간다. 머물러 있는 청춘인줄 알았는데.

이렇게 살수도 없고, 이렇게 죽을수도 없을 때 서른살은 온다.

이렇게 말한 시인은 최승자다.

삼십세에 대한 으리으리한 경고는 너무 흔하다.

스물아홉 가을,

나는 갓난 아이에게 홍역 예방 접종을 맞히는 엄마의 심정으로

스스로를 다독였었다.

와라!! 서른살, 맞서 싸워주마.절대 지지는 않을테다.

그런식의, 유치하지만 제법 비장한 각오도 했었다.

지금은 서른한살, 뭐 아직까지는 견딜만하다.

나이 한살 더 먹는다 해서 눈가 주름이 확 늘어나거나

갑자기 아줌마라는 호칭으로 불리지 않는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런건 사실 그다지 대수로운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무엇보다 더럽고 치사한 일들을 예전보다

훨씬 잘 참아내게 되었다는 측면에서 나 자신이 깜짝 놀랄 정도였다.

 
정이현 / 달콤한 나의도시



" 어머니, 저는 지금까지 세상을 너무 몰랐어요."

" 지금까지라니...."

어머니는 엷은 미소를 띠며 뭔가 말씀을 하시려 했다.

" 그럼 이제 세상을 알게 됐단 말이니?"

나는 그 말을 듣고 얼굴이 뜨거워졌다.

" 세상은, 몰라."

어머니는 천장을 바라보시며 혼잣말처럼 작은 목소리로 말씀하셨다.

" 나는 몰라. 그걸 안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없지 않겠니?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모두들 어린 아이야. 아무것도 모른다구."

하지만 나는 살아 나가야 한다.

어린애일지는 모르겠지만, 언제까지나 응석받이로 있을 수는 없다.

나는 이제부터 세상과 맞서 싸우지 않으면 안된다.

산다는 것, 살아남는다는 것.

그건 너무나 추잡하고, 생피 냄새 나는,

더럽기 그지 없는일이란 생각도 든다.

나는 알을 배고 구멍을 파는 뱀의 모습을 다다미 위에 앉아 생각해보았다.

하지만 내겐 끝까지 단념할 수 없는 것이 있다.

비열해도 좋다.

나는 살아남아서 내 가슴 속에 품고 있는 것을 성취하기 위해

세상과 맞서 나갈 것이다.


다자이 오자무 / 사양 中



잊어버리는 것과 용서한다는 것의 차이가 뭔데?

용서를 하면 모든 것을 다 잊어버리죠.

하지만 용서를 하지 않고 그냥 잊어버리기만 하면

종종 그 일을 다시 기억하게 돼요.


햇빛사냥 /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2



내가 품고 있는 분노는 종종 일방적인 것이었다.

왜냐하면 나의 가슴을 아프게 한 사람은

자신의 소행을 조금도 의식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용서는 공짜로 나누어주는 선물이다.

내가 남을 용서해 주면 내 마음속에 있는 분노와 증오를 해소시켜

나의 영혼을 자유롭게 풀어놓을 수 있다.

이처럼 남에게 그저 베풀어준 용서는

또한 나 자신을 위한 선물이 되기도 한다.


폰더씨의 위대한 하루 中 / 앤디 앤드루스



삶이란, 네가 아무리 부정하고 무시해도, 너보다 강한거야.

그 무엇보다 강한게 삶이야.

전쟁중에 수용소에 갇혀서 인간의 가장 추악한 모습을 본 사람들도

돌아와서는 아이들을 만들었다.

고문당한 사람들, 자기 가족과 집이 불타는 것을 본 사람들도

예전과 다름없이 버스를 잡기 위해 달음박질을 치고

날씨에 대해서 말하고 자기네 딸들을 결혼시켰어.

어떻게 그럴 수 있는가 싶겠지만 인생이 그런거야.

삶은 그 무엇보다 강해.


안나 가발다 / 나는 그녀를 사랑했네



인생은 작은 인연들로 아름답다.

많은 소설 주인공들이 성격파산자들이라 하여,

또는 신문 3면에는 무서운 사건들이 실린다 하여

나는 너무 상심하지 않는다.

우리들의 대부분이 건전하기 때문에

그런 것들이 소설감이 되고 기사 거리가 되는 것이다.

세상에는 나쁜 사람이 많다.

그러나 좋은 사람이 더 많다.


피천득 / 인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