맴피스 2008. 2. 15. 20:25


온 세상 다 너를 버려 마음이 외로울 때에도

너 뿐이야 하고 믿어주는 그 사람을 가졌는가.

탔던 배가 가라앉을 때 구명대를 서로 사양하며

너만은 제발 살아다오 할. 그 사람을 가졌는가.

잊지 못할 이 세상을 놓고 떠나려 할 때

너 하나 있으니 하며 빙그레 웃고 눈을 감을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비라도 올것같은 흐린하늘..

창밖을 보다 문득 남편 생각이 나네요.

아침에 비온다는 일기예보를 듣더니 내가 잊을까봐

우산을 꺼내어 현관 내 구두옆에 나란히 놓아주더군요.

에레베이터를 기다리는 그 짧은 시간에도

나를위해 장난어린 윙크로 웃음을 주던 모습..

하는일없이 피곤하다 힘들단 말을 입에 달고 다니는 나 때문에

언제든 나를먼저 배려해주는 고마운 사람이죠.

그 남편 덕분에 난 오늘, 옥빛 하늘색 우산을 핸드백속에 넣고 나왔죠..

비가 꼭 와야할텐데, 그래야 우산을 펼쳐들며 더 행복해질텐데..

흐린하늘을 보며, 핸드백속에서 하늘색 우산을 꺼내어 다시 접어보았죠.

우산쓰고 싶어서... 빗방울이 보이나...

창밖만 쳐다보느라 목을 길게 늘이고 있죠...

남편이 챙겨준 우산이 쓰고싶어서.

난, 빗방울이 아무리 크대도,

빗방울이 바늘처럼 쏟아진대도 하나도 안다칠거 같아요.

남편의 예쁜 마음, 내 구두옆에 나란히 챙겨놓은 우산을 들고 나왔으니까요.

자꾸 우산이 쓰고싶어지네요...

빗방울이 보이면 난 목소리를 가다듬고

아주 예쁜목소리로 전화를 해야겠어요..

비가 온다고... 정말 비가온다고...

이젠 당신이 챙겨준 우산을 쓴다고.

그 우산을 쓰고 일부러라도 외출할일을 만들어 사무실밖으로 나가보겠노라고...

설레이는 마음으로 지금.. 비를 기다리고 있어요..

아이같이..

아이같이..



늦잠의 여유에 마음편한 일요일 아침.

그러나 바지런한 남편은 평소와 똑같은 시간에 일어나

똑같은 시간에 화장실에서 나오고

똑같은 시간에 밥먹어야 한다며 눈치를 흘리더니

내가 여전히 잠 속에서 조용하니

혼자서 뭔가를 끓여 볼륨줄인 티비앞에 앉아서 내가 잠에서 깨기를 기다렸다.

좀더 자야지... 일주일내내 일요일을 얼마나 기다렸다구.

그리고 계속 이어진 늦잠...

잠결에 인기척을 느껴 눈을 떴더니 남편이 손에 연고를 들고 내 얼굴위에 있었다.

감기 때문에 부르튼 입술은 딱지로 뒤집어져 볼쌍사납다.

늦잠자는 마누라 뭐가 이쁘다고 살짝 다가와 그 입술에 연고를 발라주는건지...

잠결에도 응석은 살아서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내 어디에 그런 복이 붙어있을까.

이런남편, 이렇게 착하고 나만을 사랑해주는 사람을 만나다니.

내 어디가 그렇게 예쁘다고 그는 그렇게 살가운지...

여보~ 내 어디가 그렇게 예뻐요?....^^



난.. 당신이 이랬으면 좋겠습니다.

내가 두통에 징징거리면 못본척 모른척 눈길도 안주고

약 좀 사오란 말을 하면 버럭 화를 내거나

냉정하게 한마디로 딱 잘라 거절하고는 오며가며 싫은소리 정 떨어지는 소리로

내 가슴에 실망스런 미움을 뚝뚝 떨궈놓는 그런 매정한 사람이었으면 합니다.

만약 그랬다면,

어젯밤 당신이 한 시간여를 헤매다 사온 두통약 생각에

하루종일 내가슴이 그렇게 아프고 우울하지는 않았을겁니다.

그러고도 전화한통 없이 무관심해줬다면

차라리 내 마음은 편하게 하루일을 무난하게 보냈을지도 모릅니다.

당신의 걱정하는 메시지와 괜찮은지를 묻는 다정한 말들은

아픈 화살이 되어 내 가슴에 박혀버리고

나는 두통보다도 더한 아픈 마음으로 하루전부를 보냈으니까요.

퇴근길, 버스를 기다리며 찬바람 속에서 혼자 울었습니다.

당신 생각이 나서..

그 한밤에, 내 하찮은 두통을 모른척 못하고

약을 구해 나타났던 당신의 빨간 귓볼이 생각나서 울었습니다.

나는 당신이 미워죽겠습니다.

당신안에 이렇게 꼭꼭 가둬놓고야 마는 당신 사랑이 미워죽겠습니다.

나를 이렇게 아프게 하는 당신이 밉습니다..

나는 왜 이 모양일까요. 왜 이런걸까요..

아무리 어째도 당신에게서 벗어날수가 없습니다...

당신생각에 너무도 마음아프고 우울했던, 그런 하루였습니다.

당신을 사랑합니다..

사랑해서 미워죽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