맴피스 2009. 3. 6. 20:49


나는 여행을 좋아한다.

평소와 다르게 느껴지는 바람, 새로운 풍경들,

나를 알지 못하는 사람들,

여행을 통해 잠깐이나마 따분한 일상에서 해방될 수 있다.

게으른 사람일수록

유랑에 대한 동경이 강하다는 것을 알고 있는지 모르겠다.

내가 바로 그런 사람이다.

나는 알려지지 않은 대지의 이야기를 너무나 좋아한다.

지도를 바라보고 있으면 싫증이 나지 않는다.

때로는 거실의 소파에 앉아 빈둥대면서

창문 너머로 보이는 먼 하늘을 상상하곤 한다.


오쿠다 히데오 / 오! 수다



 "여행은 꼭 무얼 보기 위해 떠나는 게 아니니까.

우리가 낯선 세계로의 떠남을 동경하는 것은

외부에 있는 것이 아닌,

바로 자기 자신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함일 테니까"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 / 류시화



'쉼' 이라는 단어를 육체적인 쉼으로 정의한다면

결코 이해할 수 없는 의미이다.

런던에 있는 동안 나는 나이도 잊었고, 마음의 병도 잊었다.

노력하지 않아도 자유로웠으며 애쓰지 않아도 즐거웠다.

이것이 내가 정의하는 '쉼'이다.


곽내경 / 데이즈인런던 중에서



봐, 여기 이렇게

내가 지금까지 한번도 상상해본 적이 없는 곳들이 버젓이 존재하고,

내가 죽을 때까지 만날 수 없는 사람들이 살아가고

티끌만큼도 상관없는 삶을 각자 누리고 있는거야.

아주 잠깐 나는 이곳을 스쳐지나가고,

누구도 나를 기억하지 못하겠지.

그리고 나 역시,

이 곳에 관한 대부분의 기억을 상실하게 될 거야

그리 멀지 않은 훗날에...

여행을 떠날 때 마다

난 결국 그런 사실을 확인하고 싶었던 것이다

여행자체가 무엇인가를 잊게 해주지는 못하겠지만

잊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내 잠재의식 속에 심어주기를 기대하는 것이다.

삶은 동화가 아니며 세상은 그림처럼 아름답지만은 않다는 것을

더구나 우리는 그런 것으로

행복해지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고 싶은 것이다



여행이란 언젠가 끝난다는 것,

그것을 깨닫기 위해 우리는 여행을 떠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언제나 사소하고 자질구레한 일상을 대충 겪어가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우리는 그속에서 반짝이는 것들을 열심히 찾고 있었던 것이다.

비록 그것이 일순간에 사라져버릴 것들이라 해도.

수많은 이별 앞에서 조금이라도 더 용감해지기 위해,

우리는 가끔 떠나고 다시 돌아온다.

더욱 많은 이별들이 기다리고 있는 곳으로.


황경신 / 괜찮아, 그곳에선 시간도 길을 잃어



아무래도 삶이란

정색을 하고 저울질 하기엔 너무 무거운 어떤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 무거움을 잊기 위해

술을 마시고 여행을 하고 쓸데없는 것들을 소비한다

그리고 절대로 상처받지 않을

거짓 사랑에 짐짓 빠져보기도 한다.

그렇다면 사람들이 광고에서 원하는 것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말하자면 이 현실의 느낌과 가장 먼 것,

그러니까 깃털같은 가벼움,

거칠게 말하자면 진실과는 대척점에 있는 어떤 것.

현란하며 경박한,

눈 한 번 깜빡이면 잊을 수 있어야 하는...

그 속에서 현실 속의 길은 잠시 잃어버릴 수 있는...


정미경 / 장밋빛 인 생
















































♬ koop - koop island blues madam clai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