맴피스 2007. 5. 5. 12:57


사랑이 없어지고 나니까 그제야 사랑이 보이더라.

사랑은 존재가 아니라 부재로서 느끼는 거였어.


고마워요, 소울메이트 / 조진국




비가 내릴 것 같은 느낌

내몸 어느 작은 부분에 미세하게 무언가가 와 닿는 느낌

슬픈 일이 일어날 것 같은 느낌

부는 바람의 방향이 바뀔 것 같은 느낌

보이지 않는 것이 존재하는 것 같은 느낌

천장에서 벌레들끼리 싸우고 있는 것 같은 느낌

흙 속에서 생명체가 태어나는 것 같은 느낌

그 모든 느낌

그런 것들을 알아차리게 해줄 매뉴얼 같은 건 없어

가르칠 수도 없고, 배울 수도 없어...


미야모토 테루 / 우리가 좋아했던 것 中




산다는 것이 기다림이라는 것을 더욱더 느낀다.

매일 눈을 뜨면 하루를 기다리게 된다.

무엇이 꼭 일어날 것만 같고,

기적같이 눈이 환히 뜨이는 정오가 올 것만 같고

마술의 지팡이로 나의 일상생활이 전혀 다른 맛

좀더 긴장되고 풍요하고 충일함 가득하고

뒤끓는 맛 을 가지게 되는 것을 매일 아침 기다리고 있다.

꼭 무슨 일이 있을 것만 같고 무엇이 일어날 것만 같다.

아무일도 안 일어날 줄은

미리 부터 잘 알고 있었으면서도 말이다.


전혜린 / 이 모든 괴로움을 또 다시 中




일기장을 태웠다.

창문도 열어놓고 환기장치도 돌렸지만,

연기는 실내까지 가득 찼다.

그래도 종이는 허무할 정도로 너무 쉽게 타버렸다.

과거란 이 얼마나 쉽게 사라져버리는 것인가?

인간이 자칫 잘못된 병에 걸리면 금방 죽는 것처럼,

아름다운 시집도, 곤란한 일기장도

허무하게 금방 연기로 사라지고 마는 것이다.

다만 그 안에 담긴 정념의 기억은

어디로도 도망가지 않고 태워지지도 않고 소실도 되지 않는다.

눈에 보이지 않는 중량감으로

묵직하게 인생의 짐처럼 매달려 있다.


다나베 세이코 / 아주 사적인 시간




세상에 아름다운 이별은 없다.

눈물 나는 이별이 있고,

가슴 아픈 이별이 있을 뿐이다.

웃으면서 손 흔드는 노래가사 같은 이별은 꿈도 꾸지말자.

내 가슴에 대못을 박은 그를 어떻게 미워하지 않고

웃으며 보내줄 수 있을까.


고마워요, 소울메이트 / 조진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