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ve Story/사랑 그 흔한 말

상처주고 싶었다

맴피스 2007. 1. 15. 22:50


모든 겨울처럼 밤이 깊은 겨울이었다.

며칠째 몇주째 연락이 안되던 그대를 찾아 나섰다.

맨발에 슬리퍼를 신고,

얇은 추리닝 바람이었다.

20년간 나는 그때의 내 행색을 다급함이라고

애절함이라고 포장했지만,

이제야 인정한다.

상처주고 싶었다.

나는 이렇게 너보다 순정이 있다.

그런데 너는 나를 버렸다.

그렇다면 무참히 무너져 주겠다.

머물러야만 할 사람을 스쳐지나가겠다고,

네가 상처준 여린 이 사람을 똑똑히 기억하렴.

나는 눈오는 그대의 집 앞에서 밤을 새워 오들거렸다.



[노희경 '버려줘서 고맙다'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