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ve Story/사랑 그 흔한 말
그러자고 해서 미안해
맴피스
2007. 1. 16. 13:15


길 가다가 풍선을 놓친 것 같았어.
붙잡아야 되는데 생각은 하면서도 풍선이 하늘 높이 떠가는 게
예뻐서 입 벌리고 그냥 보고만 있는 것처럼
"그만 일어날게"
그날 니가 그렇게 말하고 일어나서 저만큼 걸어가는데도
나는 도대체 현실감이 없는거야. 그래서 입 벌리고 앉아만 있었어.
내가 얼마나 바보 같았을까?
근데, 그 바보짓이 하루 이틀이 아니었어. 그날 집에 가서도,
그 다음 날도, 또 그 다음 날도 난 실감이 안났어.
우린 워낙 멀리 있었고, 또 오래 만났고,
떨어져 있는게 이상하지 않아서 그래서 그런 채로 또 살았어.
휘청거리면서 유령처럼 걸어다니고, 아침에 일어나고 밤에는 자고,
주말에 세탁기 돌리고, 시간 남으면 또 자고
그러다 어느 날 보니까 봄이라고 하더라.
우리가 마지막 만난 게 크리스마스였는데..
오늘 여기 눈 왔거든. 거기도 왔니?
많이 온 건 아니지만 아직 겨울인 거 같아서 나 너무 좋았어.
어쩐지 오늘까지는 유효한거 같아서
그래서 전화했어.
있잖아. 우리 다시 만나자
그 날 내가 못 붙잡아서 미안해.
헤어지자고 할 때 그러자고 해서 미안해
우리 다시 만나자.
+그여자
지금 내가 통화를 했었나요? 그가 내게 다시 만나자고 말했나요?
믿기지가 않아서 아무 말도 그냥 내가 곧 전화하겠다고
그리곤 전화를 끊었어요. 여기는 눈이 오지 않았거든요.
그래서 난 그냥 보통때처럼 그냥 준비를 못하고 있었어요.
전화기를 잡은 오른손이 자꾸 떨려서
왼손으로 오른손을 잡아 쥡니다.
'꿈은 아니겠지.' 조심스럽게 통화목록을 확인해보면
선명히 찍혀있는 그의 이름 그제야 눈물이 납니다.
'정말 전화해줬구나. 우리 정말 다시 만나는구나.'
그는 헤어짐이 모두 자기 탓인 듯 말했지만 그건 아니였어요.
나도 똑같았죠.
우리는 너무 멀리 있었고, 가난했고, 오래 된 사이었기에
나는 그 즈음 일기장에 그런 따위의 말도 썼었죠.
'가난한 사랑은 낡은 옷처럼 해지고,
멀리 있는 사랑은 부르튼 발처럼 고단하고,
오래된 사랑은 생선처럼 상하는구나.'
우습죠?
한 번도 이별을 해본 적이 없어서
나는 헤어짐이 낭만인 줄 알았나봐요.
그게 아니란 걸 아는데 두달이 넘게 걸렸고
너무 힘들었고, 너무 울었어요.
빨리 전화를 해야겠어요.
"다시 시작하자. 다시는 헤어지지 말자. 전화해줘서 고마워.
너를 사랑해." 말해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