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43

2007. 1. 14. 23:34Love Story/사랑 그 흔한 말


이따금 나는 내 삶이

필름이 들어있지 않는 카메라를 누르고 있는 것처럼 여겨집니다.

이 결락감이 무엇인지를 당신께 설명할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기차는 7시에 떠나네




강해졌다고 믿었던 것은 다만 희망이었다고.

참담하게 나는 입 속 으로 중얼거렸었다.

단지 자신을 똑바로 마주 보는 것을 집요하게 피해온 덕분에,

흐트러짐 없이 그것을 유지해올 수 있었던 것뿐이다.

...

인영은 사람들이 먼저 전화해주면 반가워하기는 했지만

결코 먼저 연락하는 법은 없었다.

그녀는 자급자족할 수 있는 섬에서

혼자서 살아가는 가난한 주민과 같았다.

그녀의 에너지는 자신에게 호의를 베푸는 사람에게

그에 상응하거나 약간 못한 보답을 하는 것만으로도

녹초가 될만큼 빈약했다.

더구나 그런 식으로 형성된 인간관계 조차,

조금만 더 나아가려고 하면

완고한 성벽같은 그녀의 경계선에 부딪히게 되는 것이다.

그녀에게 호감을 가졌던 사람들은

대부분 그 성벽 바깥에서 물러서곤 하였다.


한강 / 검은 사슴




점점 나는 사랑으로부터 멀어지는 듯했다.

순수하게 사람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잃은 듯했다.

그가 누구인지 조금 궁금해하다 지나쳤다.

그 또한 내가 누구인지 조금 궁금해하다 지나갔다.

서로 그냥 조금 마음에 떠오르는 대로 불러보다가 지나갔다.

그가,혹은 내가 있어야 할 자리에

대체물들이 많이 생긴 탓이겠지,생각했다.

사랑은 점점 그리움이 되어갔다.

바로 옆에 있는 것,

손만 뻗으면 닿는 것을 그리워하진 않는다.

다가갈 수 없는 것, 금지된 것,

이제는 지나가버린 것,

돌이킬 수 없는 것들을 향해 그리움은 솟아나는 법이다.

사랑을 오래 그리워하다보니

세상 일의 이면이 보이기 시작했다.

생성과 소멸이 따로따로가 아님을,

아름다움과 추함이 같은 자리에 있음을,

해와 달이, 바깥과 안이,

산과 바다가. 행복과 불행이..


신경숙 / 아름다운 그늘



건조한 성격으로 살아왔지만 사실 나는 다혈질인지도 모른다.

집착없이 살아오긴 했지만

사실은 아무리 집착해도 얻지못할 것들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짐짓 한걸음 비껴서 걸어온 것인지도 모른다.

고통받지 않으려고 주변적인 고통을 견뎌왔으며,

사랑하지 않으려고 내게 오는 사랑을 사소한 것으로 만드는데

정열을 다 바쳤는지도 모를 일이다


은희경 / 마지막춤은나와함께




사랑을 완성하기 위해 한 번이라도 애써 본 적 있어?

항상 네 상처만 생각하지.

이 세상에 없는 것까지 부족해 하고 근심하면서,

정작 네 가까이에 있는 것들은

불가능하다 여겨 외롭게 하지.


신경숙 -오래 전 집을 떠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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