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ve Story/사랑 그 흔한 말(4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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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393
조선 건국이래로 600년동안 우리는 권력에 맞서서 권력을 한번도 바꿔보지 못했습니다. 비록 그것이 정의라 할지라도 비록 그것이 진리라 할지라도 권력이 싫어하는 말을 했던 사람은 또는 진리를 내세워서 권력에 저항했던 사람들은 전부 죽임을 당했습니다. 그 자손들까지도 멸문지화를 당하고 패가망신 했습니다. 600년 동안 한국에서 부귀영화를 누리고자하는 사람은 모두 권력에 줄을 서서 손바닥을 비비고 머리를 조아려야 했습니다. 그저 밥이나 먹고 살고 싶으면, 세상에서 어떤 부정이 저질러져도, 어떤 불의가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어도, 강자가 부당하게 약자를 짓밟고 있어도, 모른척하고 고개 숙이고 외면했어요. 눈 감고 귀를 막고 비굴한 삶을 사는 사람만이 목숨을 부지하면서 밥이라도 먹고 살수 있었던 우리 600년의 역..
2009.05.24 -
No.392
"오래 ... 아주 오래전, 내가 새색시 적에 이 거울 앞에 앉았을 땐 아무것도 안 그린 하얀 도화지 같은 얼굴이었는데 ... 지금은 더 이상 그릴 수 없을 만큼 주름살로 꽉 찼네. 후훗~ 참 많이 그렸다. 어떻게 보면 서러운 것도 같고, 그러다가도 대견스럽단 생각이 들기도 하고 그래." "주름살은 왜 생겨 어르신들 맘 상하게 하나 모르겠어요." "아 ... 아냐. 맘 상할 것 없어. 나이가 들면 기억력이 성치 않잖아. 그래서 살아온 길, 걸어온 길, 잊지 않으려고 얼굴에 하나하나 약도를 그려놓은 건데, 뭐 ... 즐겁게 웃으며 간 길은 눈 옆에 그려 넣고, 힘들어 이를 악물고 간 길은 입 옆에 그려 넣고, 먼 길은 긴 주름을, 가까운 길은 짧은 주름을 ..." "저는 어떤 주름이 생길까요?" "미리 알..
2009.05.16 -
No.391
어떨땐 그럭저럭 살수 있을 것 같다가도 또 어떨땐 이대로는 못견디겠다 싶기도 하구요. 그냥 눈물이 나올때도 있고, 멍해질때도 있고, 그래요. 그사람을 더 이상 만날 수 없다라고 생각하고부터는 사는게 지루해졌어요. 지금이 못견디겠는건 아니에요. 이대로도 살수 있어요. 잠을 못자는건 약을 먹으면 될테고, 가끔 한숨이 나오는건, 그건 뭐 병도 아니니까. 익숙해지겠지요. 마흔살 지나고 50도 지나고, 가끔은 이렇게 사는것도 나쁘지 않구나 생각할수도 있어요. 근데 정말 괜찮을까요? 드라마 연애시대 중에서 힘들겠지요. 언제나 보내는 사람이 힘겨운 거니까요. 가는 사람은 몸만 가져가고 보내는 사람은 그가 빠져나간 곳에 있는 모든 사물에서 날마다 그의 머리칼 한올을 찾아내는 기분으로 살 테니까요. 그가 앉던 의자와 그..
2009.05.10 -
No.390
나의 어머니는 마흔둘에 홀로 되어 지금까지 우리 육남매를 키워 오셨다. 딸들을 하나씩 시집보내면서 줄어드는 몸무게를 어머니의 몫이라 당연히 여기던 10년 전 겨울, 나는 정동의 고려병원으로부터 면담요청을 받았다. 소화불량이려니 하고 소화제만 드시던 어머니는 구토증세가 보이자 친구분의 권유로 내시경을 받으셨는데, 보호자를 데려오라는 말에 남편은 없고 큰 여식만 있다며 망설이셨다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아이의 감기 때문에 면담을 다음날로 미루고 그나마도 위세를 부리며 병원에 갔었다. 그러나 ‘위암’이라는 아득한 이야기를 듣고서야 어머니의 생사가 달린 문제임을 깨달았다. 수술하면 생명을 연장시킬 수 있다는 말에도 나는 수술비 걱정을 안고 병원문을 나섰다. 수술 한 번이면 끝나는 것을 주위에서 암은 수술을 하지..
2009.05.10 -
No.389
결정 난 일은 절대로 뒤집을 수 없는 걸까? 문득, 아프도록, 그렇게 생각한다. 뒤집을 수 없다는, 그런 무서운 일이 과연 현실이 되는 걸까? 일곱빛깔 사랑 / 에쿠니 가오리 지나간 일은 절대로 바뀌지 않거든. 항상 그 상자 안에 들어 있는 거야. 지나간 일만이 확실한 우리 것이라고 생각해. 하느님의 보트 / 에쿠니 가오리 생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허락하지는 않는다고 그가 말했다. 젊음과 시간, 그리고 아마도 사랑까지도... 기회는 결코 여러 번 오는 것이 아닌데, 그걸 놓치는 건 어리석은 일이야. 우리는 좀더 깊은 눈을 뜨고 그것들을 천천히 하나씩 곱게 땋아내려야 해. 그게 사는 거야.... 진짜 허망한 건 제가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고 휩쓸려가버리는 거라구. 공지영 / 존재는 눈물을 흘린다 그 길의 끝..
2009.05.10 -
No.388
그래도 너는 살만한가보다. 사랑 때문에 복잡할 마음이 있는 거보면 난 지금 헤어지자고하면 그날로 안녕할꺼야 골치 아픈 건 사랑이 아니니까 에너지를 생산해내는 게 사랑인데, 구멍 난 마음 땜질하느라 에너지를 모아야 한다면 그건 사랑이 아니지 사랑하며 살아야지 사랑에 매여 살면 안 되잖아 이근미 / 어쩌면 후르츠캔디 중에서 내가 늘 작은 일에 상처를 받는 것이 예민함 보다는 진지함 탓임을 잘 알고있는 그는 한마디 더 덧붙인다. "너도 이제 인생에 대해 서정적 태도를 버릴 나이가 안됐던가?" 은희경 / 서정시대 사랑에 빠진 사람은 애인이 무심코 던진 말 한마디에도 행동 하나에도 상처투성이가 되는 민감성 마음을 가지고 있다. 아무리 강해 보이는 사람도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는 밝은 귀, 예민한 눈, 연약한 마음을..
2009.05.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