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5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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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359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면 시소 한가운데 서 있는 것처럼 매일이 불안정하다. 오쿠다 히데오 / 걸 아름다움 때문에 누군가를 사랑하는 자는 과연 그 사람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것일까? 아니다. 목숨은 놔둔 채 아름다움만 죽이는 천연두에만 걸려도 그는 그 사람을 더는 사랑하지 않을 테니까. 미셸 우엘벡 / 어느 섬의 가능성 중에서 나는 그녀를 사랑하게 되면서 어쩐 일인지 보답을 받을 가능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었다. 나는 사랑받는 것보다 사랑하는 데에 더 무게를 두고 있었다. 내가 사랑하는 일에 집중했던 것은 아마도 사랑을 받는 것보다는 사랑을 하는 것이 언제나 덜 복잡하기 때문일 것이며 큐피드의 화살을 맞기보다는 쏘는 것이, 받는 것보다는 주는 것이 쉽기 때문일 것이다.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 알랭 드 보..
2009.04.09 -
No.354
남자는, 자신의 일부만 주었으면서 자신의 모든 것을 다 주었다고 한다. 여자는, 자신의 모든 것을 다 주었으면서 자신의 일부만 준 척 한다. 에쿠니 가오리 / 황무지에서 사랑하다 중에서 "남자에게 애인은 몇번째 의자에 해당되죠?" "어려운거 묻지 마요 애당초 순서 같은거 매길순 없으니까. 분명 첫번째 자리는 있어요 하지만 그건 그때그때 대체되죠 일을 할때는 일이 첫째, 친구들과 술 마실때는 친구들이 첫째 그럴때는 솔직히 말해 여자친구 일은 까맣게 잊어요 하지만 여자친구와 있을 때는 그녀가 최우선, 그럼 된거잖아요?" "어쩐지 자기 편의만 생각한 변명 같아요" "그럼 생각해봐요 예를 들어 일하는 중에도 늘 애인을 생각하는 남자, 어떻게 생각해요? 곤란하지 않겠어요?" "그렇긴 하지만.." "그럼 나도 묻겠..
2009.03.30 -
No.353
날 내려다보는 그녀를 의식하며 길을 걸었다 얼만큼 멀어질 때까지 계속 걸었다 그녀는 아직도 날 내려다 보고 있을까 궁금했지만 뒤돌아보지 않았다 보고싶었지만 차마 볼수 없었다 그녀가 아직도 날 바라보고 있다고 믿고 싶었으니까 그녀가 아직 거기 있다고.. ... 크리스마스엔 그녀가 날 찾아올거라고 상상하며 한해를 보냈다 모두가 좋은일만 추억하는 계절이니 당연히 그녀도 날 기억 할 것이라 여겼다 하지만 크리스마스가 지나고 새해가 되도록 그녀에겐선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 조금 더 기다려 보기로 했다 발렌타인데이까지.. 이우일 / 굿바이 알라딘 중에서 옛날, 우리가 둘 다 학생이고 형제처럼 사이가 좋았던 연인 시절, 나는 쥰세이의 방에서 자는 날이 기뻤다. 섹스 때문이 아니라, 그냥 둘이 몸을 기대고 잘 수 있다는..
2009.03.30 -
No.352
언젠가 누군가를 이런 저녁 황혼 속에서 보냈던 기억이 났다. 현관에 들어설 때까지 계속 그의 등을 바라보았던 것같다. 하지만 벌써 그 사람이 누구였는지 얼굴은 어떻게 생겼었는지 모든 게 흐릿해져서 떠오르지 않았다. 다만 그 등이 사랑스러워 견딜 수 없었던, 그래서 더욱 아팠던, 그 아픔만이 생각났다. 도시마 미호 / 레몬일때 중에서 상자 속에 얼굴을 박고 냄새를 맡아 보았다. 그 속에 있는 것들은 시간과 더불어 퇴색해 간다. 저마다의 냄새를 잃어간다. 나도 변했을까? 혼자 있기 좋은 시간 / 아오야마 나나에 나는 사랑에 빠진 남녀가 공유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 생각한다. 몸을 겹치는 순간, 서로를 바라보는 순간, 속삭이면서 나를 잊어버리는 순간, 농담을 하며 웃는 순간. 그때 우리는 몸도 마음도 하나가 ..
2009.03.30 -
No.350
얼마 전, 내 친구 한 명이 이런 질문을 했다. "이제 너무 늦지 않았을까? 뭔가 다른 식으로 살기에는." 난 이렇게 대답했다. "몇십 년 그렇게 살았으니까 이제 좀 다른 식으로 살아봐도 되지 않을까?" 버리기로 결심한 사람들에게 / 황경신 과거의 경험이 사물을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보는 작업에 방해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앤드류 라제기 / 리들 나이가 들면서 버려야 할 많은 것들을 중 하나가 바로 선입견이다. 어릴때는 몰라서 이럴거야 하고 착각하고 오해하는 경우가 많고 나이가 들면서는 이랬으니 이렇겠지 하고 편견을 가져버리게 되는 경우가 많다. 어릴때는 내가 잘 모르고 어리석다는 것을 감추고 싶어서 그랬던 것 같고, 나이가 들어서는 미지의 것에 대한 호기심을 잃어버려서 그랬던 것 같다. 시..
2009.03.30 -
No.349
"이제 두 번 다시 너를 만날 수 없을지도 몰라." "안녕."하고 유키코의 입술도 그렇게 움직이는 것 같았다. "하지만," 하고 나는 중얼거렸다. 하지만 나는 이제부터 쭉 너와 함께 있어. 그것이 우리의 운명이자 동시에 지난 시간을 함께 해온 진정한 의미인 것 같았다. 나는 너와 헤어져 나만의 시간을 보내왔고,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이다. 그것은 많은 젊은 연인들처럼 싱거운 만남과 싱거운 이별이었을지도 모르지만 긴 인생의 시간으로 보면 북쪽 지방의 여름처럼 짧은 시간이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생각한다. 내 마음 깊은 곳에는 호수와도 같은 장소가 있고, 주변엔 맹수투성이에 각다귀가 붕붕 날고 있을지 모르지만 그곳에는 너와 보낸 시간의 기억이 가라앉아 있다. 그것은 테이블 위에 재떨이가 있듯이 확실히 ..
2009.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