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나의 운명이 아니었니?

2007. 3. 19. 11:50Love Story/사랑 그 흔한 말


이게 마지막이다

너는 이 편지를 읽어야 한다 나는 써야만 한다.
이게 마지막이므로 마지막이 되어야만 하므로...

지나간 일이고 소용없는 일이지만 너는 알아야 한다.
지난 세월동안 네가 내 안에서 어떤 모습으로 살아 있었는지.

가장 절망적인 순간에도 나는 너를 생각했다.
나는 너를 위해 살아있었다.

내 마음은 이렇게 말한다.
너를 알게 된 것 너를 만난 것
한때나마 네가 나를 좋아해 준 것.
그것만으로 나는 충분히 행복하다고..

또 다른 마음은 이렇게 말한다.
잊지 못할 것이라는 걸 알면서
왜 잊기 위해 애를 써야 하냐고..

마침내 나는 포기한다 너를 잊는 일을.
너를 내 인생에서 지워버리는 일을.
그런데 너는 내게 모든 걸 잊으라고 너를 지워버리라고 한다.
부담스럽다고 내가 나의 사랑이..

그리고 우리는 헤어졌다.

처음부터 너는 세상에 없었다고,
모든 것이 나의 꿈이고 상상이었다고 나는 생각한다.

나에게 남아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너의 사진과 너의 편지와
네가 준 낡은 책들과 레코드들을 나는 버린다.
마치 내 몸을 잘라 버리듯이.

잘가라 나의 친구
너를 만난 것이 얼마나 좋은 일이었는지,
우리가 보낸 날들이 얼마나 좋았는지만 남겨두고,
잘가라 나의 어린 날들

너는 이제 어떻게 살아가고 누구를 사랑하고
무엇 때문에 슬퍼하고 어떤 일로 즐거울까.
나 없이 너는 어떻게 행복할까.


편지를 찢는다.
너는 나의 운명이 아니었니?


황경신 / 모두에게 해피엔딩 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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