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218

2008. 2. 15. 20:30Love Story/사랑 그 흔한 말


선잠이 들어서인지... 새벽 얕은 기척에 잠에서 깨어났다.

눈 뜬김에 찬 물을 좀 먹어야지 하는데...

어둔 거실 한 켠에 우두커니 아버지가 담배를 태우시고 있었다...

마냥 서서 바라 보다 무얼로 한대 얻어맞은 것처럼 멍했다...

언제 내 아버지가 이렇게 늙으셨지..

이제는 등을 곧게 편 아버지의 뒷모습을 기억해 내기가 힘이든다.

축쳐진 어깨와 늘기만 하는 담배..

당신 자신이 젊었을 때부터 끽연가이기는 했지만...

마치 악으로라도 피는양 그렇게 태우시더라...

이제는 '허'하고 웃으시면, 다 드러난 상하고 많이 빠져버린 치아들이...

힘들여 만든 웃음을 너무나 묵직하기만 한 중량감으로 내게 다가온다...

그 새벽에 나는 아버지와 소주를 마셨다.

그냥 어두운 거실에 앉아 쌀쌀한 새벽기운을 조금은 느끼면서...

그리고 우리 부자는 울었다.

나나 아버지는 서로에게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그냥... 울었다...

당신 살아온 이야기를 하신다.

그 이상(理想)이 가득했던 청년시절을 이야기 하신다.

이제는 다 낡고 탁해버린 흑백 사진들을 들춰내시며

괜히 눈시울을 자꾸만 붉히신다.

난... 사진 따위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다...

주름 가득한 그 얼굴이 떨리며..

그 눈에 눈물 맺힌 찰라를 보며 자꾸 울먹인다...

"나도... 꿈이 있었단다...."....

그 젊은 시절 자신의 사진을 손으로 더듬으며... 반추하신다.

아버지 추억의 십팔번은 그 놈의 '싸움'이야기이다.

하셨던 이야기 또 하시고 흐뭇해 하신다...

그 싸움 이야기가 나는 가장 슬프다..

더 이상 아버지가 두렵거나 무섭지 않은 나이기에..

그래도, 아버지는 그게 아니신가 보더라.

내 유년시절 그 강한 인상을 아직도 나에게 보여주고 싶으신가 보더라.

그럴수록 나는 더욱 슬프지만....

내가 이제 유일하게 아버지의 술벗이 되었지만,

그 깊은 속은 헤아리기 어렵다.

아버지를 측은하다고 여기면, 그것은 불효일지 모르지만...

이제는 그 지친 인상을 몇 분 동안이라도 똑바로 쳐다 볼 수가 없다.

그 야윈 어깨와 다리를 주무를때마다,

점점 쉬어가는 목소리를 들을때마다,

설잠에 가빠하시는 숨소리를 들을 때마다...

이유없이 살아온 그의 인생이 아닌가....

맹목적인 헌신과 가능성 없는 투자..

그리고 느즈막한 인생의 말미에서도

아무런 후회없이 자신이 걸어온 길을 끝까지 가시려는 ...

그의 젊은 시절의 꿈이 이런 바보같은 말년이었을까..

그의 젊은 시절의 이상과 그 푸르름은 누구에게 보상 받아야 하는 건지...

오늘 돌아오는 길에 성당에서 나오시는 아버지를 만났다.

왜 이리 어색한지... 용기를 내어 아버지께 말을 했다.

업어드리겠다고...차라리 사람없는 밤이라 다행이었다.

꺼려하시던 아버지도 마지못해 내게 업히셨다...

돌아오는 길이 너무나 미끄러웠지만... 내게 지금 아무 문제 없다...

그리고 처음으로... 태어나서 처음으로... 수줍어 말한다...

아버지... 사랑합니다....




새하얀 살결에 퉁퉁 부은 다리..

검지 손가락으로 꾹 눌린 자리는 좀처럼 나올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냥 그자리서 손가락 자욱 만을 남기고

서서히 아주 서서히 올라오기 시작한다.

그런 작은 변화에 순간순간 속으로 얼마나 당황을 했는지.

한달째다. 간암선고를 받은지도..

오른쪽 배가 아프다더니 병원에서부터 조금씩 조금씩 차오르던 배는

이제는 정말 만삭이 된 임산부만큼이나 부어올랐고

퉁퉁 부은 다리에 걷기 조차 힘들어 하신다.

운동을 해야 한다고 조금씩 걸어야 한다고 말하지만

앉아 있는 거 조차 힘들어 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냥 목이 메일 뿐이다.

어김 없이 밤만 되면 배 가운데 가장 볼록한 부분에서

한없이 열이 올랐다 내렸다 하고

먹은 것도 없이 자꾸 헛구역질만 하고 구역질 할때마다

숨이 막히는지 붉게 질린 얼굴을 보고 있노라면

금방이라도 잘 못 될 거 같아 초조하고 불안한데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나의 무능력함이 새삼 한스럽다.

사람은 태어나서 한번쯤은 충분히 행복할 권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엄마는 몇개월전 그토록 바라던 내 집의 꿈을 이루셨다.

집에 내려가면 작은 커텐 하나 바꾼거까지 자랑하며 참으로 행복해 하셨는데..

그 행복을 다 느끼기도 전에 너무나 큰 고통을 하늘은 안겨주셨다.

엄마 손과 고목나무 껍질 중에 어떤 것이 더 거칠까 비교하면

결코 뒤지지 않을만큼 평생을 고생하셨는데..

그리고 얻은 작은 행복인데 하늘이 너무 원망스럽기만 하다.

의지가 아주 강한 분이라서 잘 이겨낼꺼라고 믿었는데

아픈덴 장사가 없나보다.

좀처럼 아프다고 말씀이 없던분인데

아프다고 울면서 괴로워하는 모습 보이시니 그냥 눈물만 흘러 내린다.

사람들은 위로차 내가 정신을 차려야 한다고 한다.

첫째니까 굳게 마음 먹고 엄마앞에서는 눈물을 절대 보여서는 안된다고..

과연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이제는 너무 두렵다.

단 한번도 엄마가 내곁에 없다는 생각 한적도 없고 하기도 싫다.

얼마만큼의 기도를 해야 기적이 일어나는 것일까.. 얼마만큼..




아직도 그리운 어머니 ..

문득문득 엄마가 이제 계시지 않는다는걸 느낄때가 있다.

시끄러운 소리에 잠을 깨어보니 자명종만 울리고있을 때,

느지막히 집에 돌아와도 여전히 어둡기만한 거실을 바라볼 때,

방에 불을 켜두고 잠이 들어도 여전히 꺼지지않은 형광등을 보며 잠이 깰 때,

이젠 더이상 집에 오시지 않는 동네 아주머니들을 길에서 마주칠 때,

왠일인지 가실 때 즈음이 되어서야 그렇게 찾으시던 번데기 장수를 마주칠 때,

가신지 벌써 2년이 되어도 문득문득 엄마가 그리워지게하는 그런 순간들을 본다.

나는 몸살에 걸렸다.

집에 들어와 고개만 꾸벅거리고는 곧장 방에 들어가서 자리에 누워버렸다.

젊은 나이에도 몸살쯤에 끙끙거리며 누워있는 나를

질책하고 있던 내 어두운 방문을 여신건 당신, 엄마였다.

당신이 그리도 아프셨으면서 그저 하루이틀이면 나아질

내 이마를 말없이 쓰다듬어주시던 엄마.

잠든척 그저 엄마의 손을 받기만 하고있던 난

그날 밤새도록 울지 않을 수 없었다.

그 눈물마저도 이젠 보여드릴 수 없을 나의 엄마.

엄마가 암이셨던건 한참후에나 알았다.

그저 조금, 이번엔 그저 평소보다 조금 더 아프실 뿐이라고

이리저리 놀러다니기만을 좋아했던 나 자신을 합리화 하려던 나.

언젠가 병원에서 엄마와 함께 전설의 고향을 보면서

"이제 엄마도 저렇게 가게 되겠구나" 하시던

말씀만으로도 알 수 있었을텐데,

난 마지막까지도 엄마에겐 그저 응석받이 어린애일 수 밖엔 없었다.

가끔 엄마가 보고싶어서 마음이 한껏 답답해 질때가 있다.

엄마의 대답이 듣고싶어서 지갑속의 사진을

멍하니 바라보고만 있을 때가 있다.

뒤를 따라 시장에 갈때면 "좀 펴고 다녀라"시며

등을 치시던 엄마의 손에 다시 맞고싶어질 때가 있다.

그러면서도 이제는 조금씩 엄마와 함께있던 기억들에서 멀어져가는,

엄마의 손을 잡고 걸어가는 아이들을 보면서

모르게 눈물삼키는 그런 일들이 잦아들어가고 있는 나를 느끼게 된다.

장례식때 어른들이 말씀하시던

"산사람은 살아가게 마련이라" 말을 이젠 더이상 부정할 수가 없다.

나는 엄마라 부른다.

어머니라고 한번도 불러드린적 없었고,

이제 계시지 않더라도 당신을 부를때면 늘 엄마라 불러드린다.

누군가 다시 그 자리에 대신할 사람이 있다하더라도,

죄송스럽지만 나 그분을 어머니라 할 순 있어도 엄마라 부르진 못할것같다.

내 이십 몇년의 기억속에서 언제나 그림자처럼 내 뒤에 서 계셔주셨던 엄마.

엄마, 나의 엄마.

누군가가 이십 몇년의 삶에서 가장 사랑했던 한 사람을 꼽으라면,

그리고

이제 남은 그 얼마간의 삶에서 가장 보고싶은 한 사람을 꼽으라면,

아직도 그리운 나의 엄마.




네 살 때 - 아빠는 뭐든지 할수 있었다

다섯 살 때 - 아빠는 많은걸 알고 계셨다

여섯 살 때 - 아빠는 다른애들의 아빠보다 똑똑하셨다

여덟살 때 - 아빠가 모든걸 정확하게 아는건 아니엇다

열살 때 - 아빠가 어렸을때는 지금과 확실히 많은게 달랐다

열두 살 때 - 아빠가 그것에 대해 모르는건 당연하다.

아버진 어린시절을 기억하기엔 너무 늙으셨다

열네 살 때 - 아빠에겐 신경쓸 필요가 없어 아빤 너무 구식이거든

스물한 살 때 - 우리 아빠말야? 구제불능일 정도로 시대에 뒤떨어졌지

스물다섯 살 때 - 아빠는 그것에 대해 약간은 알기는 하신다.

그럴수밖에 없는것은 그일에 경험을 쌓아오셨으니까

서른살 때 - 아마도 아버지의 의견을 물어보는게 좋겠다. 아버진 경험이 많으시니까

서른다섯 살 때 - 아버지에게 여쭙기전에는 난 아무것도 하지않게 되었다

마흔살 때 - 아버지라면 이럴때 어떻게 하셨을까 하는 생각을 종종한다.

아버진 그만큼 현명하고 세상경험이 많으시다

쉰살 때 - 아버지가 지금 내곁에 계셔서 이모든걸 말씀드릴수있다면

난 무슨일이든 할 것이다.

아버지가 얼마나 훌륭한 분이셨는가를 미처 알지 못했던게 후회스럽다.

아버지로 부터 더많은걸 배울수도 있었는데 난 그렇게 하지 못했다


앤랜더즈 - 101 가지 이야기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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