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애인』중에서
2006. 7. 5. 19:19ㆍLove Story/In Screen

그 여자 아직 못 잊었어?
잊었어.
근데 사진은 왜 갖고 다녀?
너무 빨리 잊혀지는게 서글퍼서.
3년 죽어라 사랑했는데 금새 눈도 코도 얼굴도
아무것도 기억이 안날거 같은거야.
서글프잖아, 그런거.
ㅡㅡ
초등학교 때 반장네 집에 연필깍기가 있었어.
우리들 연필은 다 울퉁불퉁한데 개 연필은
얼마나 뽀족하고 예쁜지, 반 친구들이 다 부러워했었거든.
하루는 반장이 내 연필을 몽땅 자기 연필깍기로 깍아주겠다는 거야.
너무 좋았어. 근데 그 연필이 말이지, 빨리 닳고 잘 부러지는 거야.
하루종일 엄마가 깍아준 연필이 너무 그리웠어.
뭉뚝하고 부드러운 거.
당신이 꼭 그래, 뭉뚝하고 부드러워.
그리울거야.
ㅡㅡ
당신 그거 알아?
사랑하는 사람은 말야.
정말 사랑하는 사람은 애인으로 지내는게 좋아.
영원히 애인으로...
ㅡㅡ
난 당신에 대해 아는게 별로 없는데
당신은 나에 대해 아는거 있어?
꼭 다 알아야 하니? 이제부터 알아가면 되잖아.
그냥 지금의 당신을 기억하고 싶어
더 나가면 서로한테 나쁜 점이 하나씩 보일테고
실망하게 되고 후회하겠지.
그게 순서 아니야?
왜 나를 당신 머릿속에 넣고
혼자 생각하고 혼자 결정해?
당신 그런 여자 있어?
너무 좋아서 누구한테도 말하고 싶지 않은 여자.
좋은 남자에 대한 추억 하나쯤은 갖고 싶어.
너무 좋아서 누구한테도 말하고 싶지 않은 남자 말이야.
내가 할머니가 되서도, 죽을 때도
행복한 추억으로 기억할 수 있는 그런 남자.
당신은 어때?
나 당신한테 그렇게 기억되고 싶어.
ㅡㅡ
당신 닮았네.
빈틈 하나 없이 너무 꼭꼭 잘 짜여진게.
예쁘다.
잘 풀려지는 매듭은 정성이 들어간게 아니죠.
근데 아무리 힘있게 조여도
언제나 조그만 공간은 남아있더라구요.
영화『애인』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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