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심판이야기

2007. 9. 18. 23:21Sports Story/축구&수원

여러 가지 면에서 엿 제대로 먹고 왔습니다. 엿. 하얀 당물로 만들어진 그것이 아닌, 사람 뒷통수 때리는 그것이죠. 예상했던대로, 언제나 그래왔듯이, 달라질 것 없는, 항상 그러던 대로.

심판이 경기결과에 영향을 주고자 할 때 취할 수 있는 방법은 여러 가지입니다. 경기가 치러지는 피치가 아닌 믹스트 존에서부터 심판에 의해 선수들이 영향을 받는 그런 일들이 (대전에게만큼음) 비일비재 합니다.

-예전에 믹스트 존에서 있었던 일들

언젠가 선수들 사이에서 유행처럼 번져 있던 건강 팔찌와 건강 목걸이들에 대해 심판이 너 이거 못빼냐는 식의 반말로 된 지시가 내려집니다. 물론, 대전선수들에게만. 상대팀 선수들에 대해선 왜 제재하지 않느냐는 말이 좀 치사하게 꼬질르는 것 같다고 생각했던 건지, 상대팀은요?라는 되물음은 하지 않습니다. 대신 이전 경기에서는 아무도 제지 하지 않았다 하면서도 “야, 목걸이 빼래.”“목걸이 빼래.” 라면서 뒤로뒤로 말을 전달합니다.

5월5일 어린이날, TV중계도 있고 하니, 작은 파울은 불지 않겠다. 날씨도 좋고 관중들도 많고, 어린이들 앞에서 파울 없는 좋은 경기를 펼치라는 주심의 좋은 말씀을 고개가 절로 끄덕여 집니다. 그는 따뜻하고 나긋나긋한 말투로 상대팀 선수들에게 이야기 하고 있었습니다. 어린이 날이다 보니, 하얀 햇살로 가득 찬 유리문 밖, 관중석에는 사람들이 그득합니다. 많은 사람들 앞에 서는 것이 심판에게도 기분이 좋은 일인가 보다 싶었습니다. 최은성 선수를 등지고는 부드러운 표정으로 좋은 말씀을 들려주시던 주심님께서 갑작스레 캔디를 쳐다보는 일라이자 마냥 차가운 눈길로 고개를 획 돌립니다. “알아들어요? 최은성씨?” 라는 차갑고 날카로운 언성에는 짜증스러움 마저 묻어납니다. K-리그 경기에서는 처음보는 주심, 어린 얼굴이었지만, 주심의 권위를 내세우는 듯, 최은성씨라는 말에서 느껴지는 어감은 존칭도 반말도 아니었습니다. 5공화국 시절, 동사무소의 불친절하고 관료적인 어린 창구직원이 촌부 노인네의 이름을 부르듯, 상대를 주눅들게 합니다.“네, 알겠습니다.” 최은성 선수가 바로 대답하는데, 아무런 감정도 느껴지지 않는 목소리였지만, 곧이어 뒷따르는 그의 말, “근데 왜 저한테만 되물으세요?” 자~ 주심의 답변은 뭐라 할 것인가? 기대감마저 들었죠. 그 자리에 있던 사람이면 누구나 느낄 수 있을 정도로, 그의 말투가 시비조가 아닌가 생각될 정도로 신경질적이었기 때문에, 그 이유가 궁금했습니다. 더군다나, 그 직전에 웃는 얼굴에 따뜻하고 상냥한 어투로 말하던 것이 고개를 돌리는 사이, 상대를 바꾸어, 그리 달라졌으니까요. 최은성 선수에게만, 혹은 대전에게만 그러는 이유가 있을 법직했지만, 최은성 선수의 눈빛을 가까이에서 정면으로 맞받아 칠 수 있는 사람은 세상에 별로 없었는가 봅니다. 고개를 휙 하니 돌리고 아무런 답변도 해주지 않는 주심. 역시나 그날의 판정은 경기 내내 대전 팬들과 선수들에게는 엿같은 기분을 느끼게 했습니다.

올해부터 대전의 주장은 강정훈입니다. 굳이 그가 나서서 자신이 주장이라 말하지 않아도 그의 팔에는 형광색 암밴드가 메어져 있어, 단연 눈에 띕니다. 주심과 선심 대기심들의 뒤로 선수들이 일렬을 서고, 출전을 준비하기 전, 믹스트 존의 분위기는 생각처럼 팽팽하진 않습니다. 아는 선수들끼리 서로서로 인사를 나누고, 귀여운 에스코트 어린이들에게 무언가를 물어보며 웃기도 합니다. 수비수들끼리는 이렇게 하자, 저렇게 하자, 여전히 전략에 대한 대화가 오고가고, 그 중에는 심판들과 아는 선수들사이에도 인사가 오고 갑니다. 그리고 그날의 심판들, 특히 주심은 반드시 양팀의 주장들에게 자신의 판정 성향이라던가, 경기 중 주되게 볼 판정들에 대해 미리 알려주기도 합니다. 양팀들의 ‘주장’들에게요. 상대팀 주장과 선후배가 아닐까 싶으리 만치 한참 동안 사담인 듯한 대화가 오고가고 대전쪽으로 드디어 얼굴을 드밀어주시는 심판님께서 자신의 바로 앞에 있는 주장인 강정훈 선수가 아닌, 뒤에 있던 최은성 선수에게 손을 내밀며 악수를 권합니다. 물론, 그 전에 강정훈 선수와는 아무런 인사도 오고가지 않았습니다. 선심기를 돌돌 말아 옆구리에 끼고 있던 선심들도 강정훈 선수를 지나 뒤에 있는 최은성 선수에게만 악수의 손을 내밉니다. 조금은 뻘쭘해졌을 최은성 선수가 앞쪽에 있는 강정훈 주장을 소개 합니다. 강정훈 주장은 웃으며 그들의 손을 잡아 악수 합니다.

경기 중 소매를 걷어 올리는 것은 분명 선수의 잘못입니다. 그런 선수의 잘못을 경기 전 지적해주고, 만일 소매를 걷어 올릴 시 경고를 하겠다고 미리 주지해주는 것 역시 감사해야 할 일입니다. 다만, 그것이 반말과 언짢은 표정으로 고성이 나서 깜짝 놀라 그쪽을 쳐다보게 되었습니다. 목소리를 높여가며 선수의 소매를 거칠에 잡아 당여 이따위로 걷어 올릴테냐, 너 그러면 경고다. 내가 분명히 말했다 라며 선수의 코 앞으로 손가락을 까딱까딱. 그런 식으로 말을 한다면, 감사함은 저 멀리 안드로메다를 향해~ 안녕~ 협박인가 싶으리 만치 거친 심판에게 그 선수는 그 경기에서는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로 고개 숙여 사과하고 알겠다고 심판이 검지를 코앞에서 까딱일때마다 고개를 끄덕입니다.

이것은 어쩌다 우연히 보게 된 몇 되지도 않는 일들이고, 경기 중이 아닌, 경기 전 믹스트 존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그럼으로 이것은 경기 중 있었던 오심이나 편파 판정에 대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그러니까 대전 선수들은 경기가 시작되기 전에 이런 일들을 겪기도 합니다. 매번은 아니겠죠. 설마~

심판이 인간이기에 어쩔 수 없는 부분은, 판정의 실수입니다. 그것은 누구나 인정하고 있는 바입니다. 공정하지 않는 이라는 범위에는 그런 인간으로써 있을 수 있는 오차는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 축구에는 서로를 상대하는 두 팀이 있고, 심판은 두 팀에 대한 판정이 아니라, 경기 중 선수들의 모든 플레이에 대한 판정을 내려야 합니다. 그러한 판정이 한쪽에게만 계속해서 불리하게 진행되거나, 같은 상황에서 다른 판정을 한다면, 선수들이나, 경기를 보는 관중들이 심판의 판정을 존중할 수는 없을 겁니다.

심판의 판정에 대해 미리부터 불신을 품거나, 불만을 품고 시작하게 되는 팀의 선수라면, 경기가 결코 즐겁지 못할 것입니다. ‘내가 이런 플레이를 했을 때,(상대에게는 파울을 불진 않았지만) 심판이 내게는 파울을 불면 어쩌지?’ 라는 의심을 품고 피치에 들어선 선수가 얼마나 경기에 집중할 수 있을 것이며, 자신의 100%를 쏟아 내고 경기장을 나올 수 있을 것인지 의구심이 듭니다.

축구는 자로 잰 듯한 플레이와 기계와도 같이 오차없는 선수들의 움직임으로 진행되는 경기가 아닙니다. 몸 상태가 최상이라 하더라도 그로 인해 자신감이 넘치다 보면, 평정심을 잃게되어, 최고가 아닌 최악의 경기력을 보이고 나오는 게 축구고, 헤어지자는 여자친구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차 있으면 경기중에는 경기만 신경쓰고 있다 해도, 몸까지도 둔해지는 게 축구고, 발로 진행하는 둔탁한 스포츠이지만, 그것을 수행하는 선수들이 가진 심장은 예민하기 짝이 없어, 경기 전에는 자신의 모든 징크스에 까다롭게 굴고, 막상 피치 안에서는 담대하게 서 있더라도, 터치라인을 건너기 전까지는 떨리는 손으로 잔디를 한번 어루만지며, 입술 사이로 기도문을 외우기도 하는 것이 그들입니다. 가끔은 축구 만큼 멘탈의 영향이 지대한 스포츠가 있을까 싶으리만치, 경기 중에도 화내고 웃고, 실망하고 스스로를 자랑스러워하기도 하고 혐오하기도 하는 것이 축구. 그리고 그 멘탈, 정신을 제일 잘 알고 있는 것은 축구인들 자신들이기에, 발로 하는 플레이가 아닌 입으로 하는 플레이가 가끔은 경기를 바꿔놓기도 하죠.

이것은 피해의식의 발로도 아니고, 변명도 아닙니다. 그냥, 당신의 선수들에게 이런 일이 종종 발생하게 된다면, 2006년 월드컵, 스위스 전과 같은 상황이 온다 해도 되려 화가 나지 않게 될 거라는 거죠. 바다와도 같은 아량을 가질 수 있는 수양의 장으로 축구는 당신을 성인으로 만들어 줄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때론 엿같은 기분에 쩔어 져야 하는 것은 여전히 수양이 부족하기 때문일 뿐입니다.



-엿


#1 빽테클이지만 카드는 나오지 않음. 단순한 파울로 인정.






#2 이세인 선수에게 엘로우 카드가 부여됨. 하프라인 부근에서 대전의 프리킥 상황. 키커였던 대전의 이세인 선수에게 주심은 자신이 휘슬을 불지 않았는데도 킥을 하였다는 이유로 경고카드가 부여됨. (이전 대전-성남전을 떠올리게 하는 판정)






#3 자신의 휘슬을 보여주는 주심






#4 다시 대전의 프리킥 상황에서 공을 놓자 마자 쫓아와 휘슬에 대해 다시 주지시켜주는 주심.






#5 휘슬을 보여주는 주심에게 엄지 손가락을 보여주며 칭찬하는 이을용






#6 최윤열선수과 이을용의 충돌, 최윤열 선수는 자리에 가만히 서있었고, 달려온 가던 이을룡이 부딛침.
최윤열 선수의 일방적인 가격이 아닌 서로 붇딛치기 전 손을 들어 올리고 있는 것이 보임.
(이후 유사한 상황에서 대전으 데닐손 선수가 쓰러졌지만, 판정은 달리나옴)






#7 얼굴을 맞은 듯한 제스쳐를 쓰며 쓰러지는 이을용과 황당해 하는 대전 선수들






#8 심판의 파울 판정에 팔을 크게 한번 휘두르며, 항의 하던 이성운 선수에게 저 멀리에서 부터 쫓아와 경고.
(이후 심판 가까운 곳에서 거세게 항의하는 패륜팀 선수들에게는 경고가 부여되지 않음.)






#9 데닐손 선수가 드리블 하며 질주






#10 데닐손 선수의 진행을 쫓아와 옆에서 충돌하여 쓰러트림






#11 파울 판정은 나지 않고 그대로 경기 진행하여 대전이 수세로 몰림.






#12 심판 판정에 대해서 계속해서 항의하였지만, 구두 경고조차 나오지 않음.






#13 심판의 어깨에 얼굴을 묻고 이야기를 나누는 이을룡과 주심






#14 서로 얘기하는 동안 미소가 얼굴에서 사라지지 않는 사이.






#15 역시나 이번에도 잘했다며 주심을 칭찬하는 이을룡






#16 정조국의 빽테클






#17 정조국의 빽테클 , 경고는 주어지지 않음.






#18 공 대신 슈바의 종아리를 가격하는 김진규.






#19 괴로와 하는 슈바를 쳐다보는 김진규의 입모양






#20 괴로와 하는 슈바를 쳐다보는 김진규의 입에서 나오는 알흠다운 말의 정체는?
바로 옆을 지나가는 주심.






#21 주심의 미소는 항상 한쪽팀에게만-






#22 파울이 불리자 억울에 하는 주승진 선수






#23 주승진 선수의 파울 판정후, 서로를 향한 미소로 화기 애애한 그들만의 세계






#24 서로를 향한 미소로 화기 애애한 그들만의 세계






#25 서로를 향한 미소로 화기 애애한 그들만의 세계






#26 김용태 선수의 질주를 막기 위해 손으로 앞을 가로 막는 최원권






#27





#28 최원권의 팔에 밀려 뒤로 돌아 오른쪽으로 붙은 김용태 선수






#29





#30 충돌은 없었지만 쓰러진 최원권






#31 대전의 파울 판정에 억울해 하는 김용태 선수









드믈지 않은 일이지만, 이렇게나 잘잘한 엿을 제대로 먹어 본 것도 간만입니다.

대전선수들이 피해의식을 가지고 뛰는 것이 절대 아닙니다. 이전에 타팀에서 이적해온 1년차 선수들에게 물어보면 대전선수로써, 판정에 대해 편파적인 느낌을 받는다고들 합니다.

그렇다 해도 대전 선수들은 판정이 아무리 불의 하여도 그런 판정속에서도 이겼던 경기가 있었습니다. 승리의 영광을 심판과 나눌 수 없듯, 패배 역시 온전히 그들만의 책임입니다.

다만, 경기를 보고 있는 팬들과 경기를 뛰고 있는 선수들을 모두 장님 취급하는 연맹과 심판진은 자신들에게 쏟아지는 비난에 대해서 기분만 나빠할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좀 돌아보고 스스로가 존중(존경이 아닙니다.) 받을 만한 존재라는 것을 좀 보여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축구를 추하게 만드는 것은 때론 선수들의 빽테클이나, 팬들의 욕설이 아닌 심판의 휘슬일 때가 있기 때문입니다.

<출처:http://soccer1.ktdom.com/bbs/zboard.php?id=soccer4u2&page=2&sn1=&divpage=4&sn=off&ss=on&sc=on&select_arrange=headnum&desc=asc&no=205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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