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2. 15. 20:40ㆍLove Story/사랑 그 흔한 말
어디선가 이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짝사랑하는 사람이 산에 간다고 하면 그에게 돌을 주워다 달라고 부탁하라고요.그러면 그 사람은 산에 가서 발에 차이는 수많은 돌을 볼 때마다돌을 주워 달라고 부탁한 사람을 생각하기 마련이랍니다.평소 호감을 가지고 있던 사람이 있었습니다.어느 날 그가 지리산에 간다고 하더군요.그 이야기를 떠올린 저는 한번 그 말을 시험해 보기로 했습니다. 순전히 호기심이었지요. 저는 태연하게 부탁했습니다."오빠, 산에 가면 돌 하나만 주워다 줄래요?"그랬더니 그는 국립공원에서 어떻게 돌을 가져올 수 있겠느냐며 무척 난처해했습니다. 그래서 애초부터 기대도 안하고 있었는데 며칠 뒤 산에 다녀온 그가 받으라는 듯 불쑥 무언가를 내미는 것이었습니다. "뭐 부탁한 거 있지 않아요?"하면서요.작은 돌멩이 두 개가 제 손에 올려졌습니다. 하나는 세석산장에서, 또 하나는 장터목에서 가져온 거라고 했습니다. 순간 '이 사람, 산에 가서 내 생각했구나' 하고 속으로 의기양양해했죠.거기까지는 좋았습니다.그런데 돌에 마법의 힘이라도 있는 것일까요?책상위에 얌전히 놓여 있는 돌을 바라보면서 이번엔 제가 자꾸 그 사람을 떠올리는 것이었습니다. 내가 의도했던 것은 이게 아닌데 하면서도 저는 하루종일 그 사람만 생각하게 되었지요.며칠 동안 혼자 끙끙 속앓이 하다가 결국 제가 먼저 그에게 고백하고 말았습니다.결과는요? 이제 그 돌을 제자리에 갖다 놓으러 가야지요.돌 대신 오빠가 제 옆에 있게 되었거든요세상에서 제일 많이 팔린 자동차.. 그 자동차가 뭔 줄 아세요? “이상해, 세상에 굴러다니는 차중에 반은 다 그 차인 것 같애..” 한 여성이 어떤 남성을 사귀게 되었는데요. 그 남성을 만나고 난 뒤부터는요. 그 남성의 차와 같은 차종만 계속해서 눈에 띄더라는 거예요. 평상시엔 그런 차가 있는지 관심도 없었고 또 처음 남자친구를 만나기 전 까진그 차의 디자인이나 색깔이 마음에 뭐 썩 들지 않았기 때문에눈여겨 본 적이 제대로 없었는데... 그 남자를 만나다 보니까요. 어느 순간부터 길을 가던 중에도, 뒷골목 주차장에서도 온통 그 차만 보이더라는 거예요. 자. 여러분도 이런 비슷한 경험을 한 번쯤은 해 보셨을 겁니다. 어떤 대상에 관심을 주면 그 대상은요 스스로 점점 확장을 하죠. 그 차종이 그렇게 갑자기 늘어난 이유는 단 하나. 그 여성이 새로 생긴 남자친구에게 관심을 기울이고 있기 때문이고 그 관심이 바로 자동차로 전이됐기 때문이죠. 세상에서 가장 많이 팔린 자동차는 바로 그 사람이 타고 다니는 자동차입니다 은행에서 통장 비밀번호를 만들어야 될 때 여러분은 어떤 숫자 먼저 떠오르세요? 좋아하는 사람의 생일이나 전화번호, 이건 좀 집착이 강하신거죠. 구구단...잔머리가 발달하신 거예요. 틀리게 외우고 계신 건 아니겠죠? 학창시절 학년, 반, 번호... 과거 지향적입니다. 딱 그 순간 시계가 가리키고 있는 시간...순발력이 어느 정도 있는 거겠죠? 근데 머리가 어느 정도 좋아야겠죠. 바하 작품번호... 현학적인 표현 이예요. 1111, 1234.... 단순하시죠. 이건 등록이 안 되는 거 다들 알고 계시죠? 숫자 앞에서 우리는 다른 문자 앞에서보다 훨씬 무기력해지곤 합니다. 단어, 문장 이런 것을 다시 기억을 해내기보다는숫자의 조합을 다시 기억해 내는 게 이게 힘들거든요. 숫자와 숫자 사이 에는요 생각의 여지나 실마리가 끼여들 틈이 없어 보이니까요. 그러나 이 비밀번호 때문에 가끔 떠올리게 되는 숫자들에서 우리는 의외로 많은 이야기를 생각을 해 냅니다. 그녀의 생일에서는 이상하게 샴푸냄새가 나고 또 고등학교 학번에서는 도시락 반찬 냄새가 나죠. 가끔 생각을 합니다. 같은 이름을 다른 누군가가 다시 가질 수 없도록 하는 그런 법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라디오에서 나오는 그의 이름.. 동네 치과 간판에서 보이는 그의 이름 때문에.. 그를 생각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인터넷으로 그의 이름을 검색하면 그는 어떤 댄스그룹의 멤버이기도 하고 특허 기술 대상을 받은 기술자이기도 하고 모 대학 교수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 어디에도 나의 그는 없습니다. 나를 떠났듯 세상을 떠난 것일까요? 검색엔진이 엉터리인 것일까요? 그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듯한 느낌만 더해주는 죽 늘어선 것 같은 이름들 속에서 화가 납니다. 그런 법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같은 이름을 다시 쓸 수 없게 하는 법. 약 먹기 싫어하는 어린 아이에게 약을 먹일 때는요.갖가지 감언이설이 필요하죠.. 저희 어머니도 그러셨어요.약 먹으면 꿀물 준다는 말에 넘어 가가지구 눈 딱 감구 고갤 끄덕이면어머니는 숟가락위에 설탕과 물을 올려 놓구 새끼손가락으로 살살 저으십니다.하지만 또 다시 약은 목에 걸리구.. 그 쓴맛은 허~ 생각하기도 싫어요... 굶주린 고양이는 생선을 보면 거의 정신을 잃죠..그래서 허겁지겁 먹어치우다가... 보셨어요? 고양이 캑캑캑 대는 거.. 저는 그런 모습 보면 남의 일 같지가 않아요.. 약이던 가시던 목에 뭐가 걸리면 너무 괴롭잖아요.. 그런데 목에 뭐가 걸린 듯한 기분을 느낄 때가 또 있어요.편도선 부었을 때.. 그리고 오랫동안 하고 싶었던 말을 하지 못하고 있을 때 꼭 그런 기분이 들죠.. 가시가 목에 걸렸을 때는 커다란 밥 한 덩이를 삼키는 게 최곤데.. 하고 싶은 말이 목에 걸렸을 때는 뭘 삼키면 되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