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255

2008. 9. 27. 19:05Love Story/사랑 그 흔한 말



손을 뻗으면 닿을 수 있는 거리.

그와 나 사이를 미세하게 떠돌던 먼지.

스물세 살의 어느 날, 우리는 그 곳에 있었다

나의 무심한 행동을 지켜보던 그가 농담을 던졌고

그래서 우리는 같이 웃었다.

그 순간 마치 빛의 입자들이 한꺼번에 터진 듯

눈부시고 따뜻한 에너지가 그 공간을 감싸안았다.

만약 행복의 밀도나 무게를 잴 수 있는 저울이 있다면

그때의 에너지를 달아보고 싶을 정도로,

그래서 한 천 년 동안 잊고 싶지 않을 정도로

완벽한 행복의 느낌이 가득 차 올랐었다.

불순물은 티끌만큼도 없는 백 퍼센트의 충만함이었다.

'이 에너지는 앞으로 십년쯤 나를 살게 할거야..'하고 나는 몰래 생각한다.


초콜렛 우체국 / 황경신



사랑은 타이밍이다.

서로의 상황에 대한 타이밍..

운명의 장난처럼 어긋나서 피눈물을 쏟을수도 있고..

하늘의 도움으로 행복한 함박웃음을 터뜨릴수도 있다..



남녀관계에서 결국 중요한 건

얼마나 서로에게 적절한 시기에 등장하는가이다.

미칠듯이 끌리고, 죽도록 사랑해도

서로에게 적절한 시기가 아니고,

기가막힌 타이밍이 아니라면 어쩔 수 없다.

서로에게 기가막힌 타이밍에 서로의 인생에 자연스레 등장해주는 것.

그래서 서로의 누군가가 되어 버리는 것.

그게 "운명"이자 "인연"이다.



그 순간 주차된 자동차와 키 작은 나무와

섣부른 조형 예술품들 사이에서 금세 그녀를 알아보았다.

그것을 '알아본다'라고 표현한다는 사실을 그녀는 나중에 알았다.

많은 사람들 무리에서 유독 눈에 들어오는 한 사람,

멀리 떨어진 곳에서도 정확하게 찾아낼 수 있는 한 사람,

처음 만났어도 그 사람에 대해

많은 것을 알고 있는 듯한 사람이 있다고 했다.

십이 년 전 그를 처음 보았을 때 그녀도 그랬다.

엘리베이터 옆 자동판매기 근처에서 커피를 마시고 있을 때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남자가 고개를 좌우로 돌려 긴 복도를 살피더니

곧바로 그녀에게 다가와 연구소가 어느 쪽에 있는지를 물었다.

바로 그때 그녀는 그를 알아보았다.

아, 이 사람이구나.

생물학자들은 처음 만나는 사람들이

상대방과 사랑에 빠질 것인지 아닌지를 알아보는 데는

십오 초 내지 이 분쯤 걸린다고 한다.

그녀가 오른쪽을 손짓하고 그가 작게 목례했을 때,

그녀는 그도 자신을 알아보았다고 확신했다.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어떤 것,

그러나 두 사람 사이에 오간 내밀한 기운이나 파장 같은 것을

그녀는 틀림없이 감지했다.

십오 초나 이십 초 안에 일어난 일이었다.


김형경 / 성에



타이밍보다 중요한 건 리듬입니다.

두 사람이 만들어 내는 리듬을 제대로 타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런 건 실전으로 습득할 수도 있고,

드물지만 그런 능력을 타고나는 사람도 있습니다.

물론 저는 드문 케이스에 속합니다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한 번 타이밍을 놓치고 나면 초조해져서,

성급하게 다른 방식을 시도하려고 합니다.

그게 실패의 원인입니다.

하지만 리듬을 잘 이해하면,

타이밍이란 다시 돌아오게 되어 있는 법입니다.


황경신 / 슬프지만 안녕 中

































































♬ Lisa Marie - Lidertango Piazzol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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