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259

2008. 9. 27. 19:09Love Story/사랑 그 흔한 말



나는 어떤 사람이었느냐고..

여자가 남자에게, 남자가 여자에게..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묻는 이런 질문은 소용없단다..

시간이 지나면 형편없이 낯설어져 있거든..

나를 바라봤던 사람은 다른 곳을 보고..

나 또한 내가 바라봤던 사람을 버리고 다른 곳을 보고..

나를 보지 않던 사람은 나를 보지..

서로 등만 보지..

내가 참을 수 없는 것은 이것이야..

그렇게 변할 수 밖에 없는 관계속의 사람에게..

내가 어떤 사람인가를 묻는다는 건 부질없는 짓이지...


신경숙



헤어지기 전 그녀가 내게 마지막으로 물었다.

"괜찮지?"

"괜찮네."

물론 기차처럼 긴 술집에 대한 품평이었지만,

나는 그녀의 얘기를 듣는 동안 내가 겪고 있는 실연의 고통이

서서히 무뎌지는 것을 느꼈다.

나는 그녀의 괜찮냐는 물음에 괜찮다는 대답을 되풀이하면서,

그녀가 자꾸 나의 안부를 묻고

나는 그것에 대답을 하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괜찮지?

괜찮아.

그러면서 나는 정말 괜찮아졌다.


이제 모든 것은 소소한 과거사가 되었다.

나는 기차간 모양의 술집 분위기를 내는 이 단골 술집에 혼자 앉아,

맞아 그때 그런 얘길 했었지라든가

왜 그랬을까 그녀는, 하고 생각한다.

그녀의 이름, 그녀가 했던 얘기들, 그녀의 피식 웃던 표정,

그녀의 단정한 인중선과 윗입술을 떠올린다.

그녀는 오지 않고 나는 사랑을 믿지 않는다.

돌이켜보면 엄청난 위로가 필요한 일이 아니었다.

사랑이 보잘것없다면 위로도 보잘것없어야 마땅하다.

그 보잘것없음이 우리를 바꾼다.

그 시린 진리를 찬물처럼 받아들이면 됐다.


권여선 / 사랑을 믿다



지금이, 겨울이었으면 좋겠어

가을만 되도 좋겠는데 여름은 좀 그러네

울거나 슬퍼하기엔 도대체 어울리지 않는 계절인 것 같아서

집밖을 나오면 사람들은 다들 나만 빼놓고 너무 활기차거나 바뻐

가난한 나라보다 복지 시설이 가장 좋은 나라에서

비가 내리는 날보다 해가 나는 날

스스로 삶을 포기하는 사람이 훨씬 더 많은 것처럼

요즘은 세상이 눈부셔서 내가 너무 초라해

이러다가 어느날 세상사람들이 다 나만 남겨놓고

인라인을 타고, 자전거를 타고, 내가 모르는 곳으로 가 버릴 것 같아

지금이 겨울이었으면 좋겠어

여기가 겨울 강가였으면 좋겠어

너무 진하다 싶을 만큼 슬픈 음악들이

칼바람처럼 가슴에 조각조각 꽂히는 그런 계절이었으면 좋겠어

너 하나 떠난 것으로 세상이 나를 따돌리는 이런 여름에는

내가 엿가락처럼 늘어져서 저 아스팔트 위에 늘어 붙어 버릴 것 같아

아무도 모르는 그런 존재가 되고 있는 것 같아

...

횡단보도 앞 고개를 들어보면 사람들은 한결같이 찌푸린 얼굴,

건너편에 있는 속이 훤히 들여다뵈는 통유리 카페에는 손님 하나 없지

유니폼을 입은 점원은 게으른 하품을 하고

여름이라 다행이라 싶어

다들 저렇게 찌푸리고 다니느라, 다들 그늘만 찾아다니느라,

나를 자세히 보지 못할 테니까

내 눈이 빨간 것도, 눈밑이 꺼진 것도, 눈두덩이가 부은것도

아무도 모를 테니까

사람들이 자주 하늘을 바라보는

작은 표정하나까지 다 들키게되는 청명한 가을보단,

차라리 지금 슬픈게 낫겠지

사람들은 눈을 가늘게 뜨고 나는 충열된 눈을 모자 밑에 숨기고

그렇게 몇 달을 살다보면 가을이 오겠지

가을쯤이면 괜찮아지겠지

내가 우는 거 아무도 몰랐으면 좋겠어

니가 헤어지자고 해놓고 니가 왜 우냐고 따지는 사람

아무도 없었으면 좋겠어

설명할 수 없는 허전함 같은거 그리움 같은거

아무한테도 들키지 않았으면 좋겠어

지금이 여름이라서 차라리 다행이라고 생각해


이소라의 음악도시 - 그 남자 그 여자
































































♬ 박효신 - 화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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