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258

2008. 9. 27. 19:08Love Story/사랑 그 흔한 말



바깥으로 나오니, 정말 모든 것에 가슴이 설레었다.

강렬한 햇살, 반짝이는 아스팔트, 정지되어 있는 나무들의 짙은 초록.

호흡을 하는 나에게 "지금 가슴이 콩콩거리지?" 라고 하며

사키가 활짠 핀 해바라기 같은 웃음을 보였다.

햇빛 안에서 눈부시도록 아름다운 웃음이라, 나는 눈을 가늘게 떴다.

드디어 여름이 오고 있다.


요시모토 바나나 / N.P



여름방학이 시작될 무렵에는

항상 눈앞에 시간이 무진장으로 남아 있다는 착각에 빠진다.

마당에 널어 햇볕을 쪼인 이불의 보송보송한 단내.

지금부터 무슨 일이든 적어넣을 수 있을 것 같은 달력의 여백.

아직 펼쳐보지 않은 하얀 페이지

앞으로 할 수 있는 일,

하고 싶은 일이 가져다줄 행복한 예감으로 가득하다.

한 달만 지나면 그것이 환상이었음을 깨닫게 되겠지만

해마다 똑같은 행복한 예감으로 가득한 것을 보면

인간이란 얼마나 단순하고 진보가 없는 생물인가.

여름방학의 시작이 행복한 것은,

뭔가를 할 수 있기 때문이 아니라,

뭔가를 할 수 있는 시간이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온다 리쿠 / 굽이치는 강가에서



나는 맥주를 마셨다.

시원해서, 가슴 속까지 스며드는 것 같았다.

밤으로 녹아드는 듯한 시원함이었다.

츠구미도 주스를 마시면서

"야, 밤에 밖에서 뭘 마시면, 왜 이렇게 맛있지?" 라고 중얼거리듯 말했다.

"너 그런 걸 아주 소중하게 여기는가 보다."라고 내가 말하자,

"전혀." 라고 이유도 묻지 않고 츠구미가 말했다.

나도 정서의 문제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것은 감수성의 문제다.

잠시 생각하듯 침묵한 후에, 츠구미가 말했다.

"난, 마지막 한 잎을 신경질적으로 뜯어버리는 인간이지만,

그 아름다움을 알고 있어. 뭐 그런 거 아니니?"

나는 조금 놀라웠다.

"츠구미 너 요즘 들어 너무 사람답게 얘기하는 거 아니니?"

"죽을 때가 다 됐나." 츠구미는 웃었다.

아니다. 밤 때문이다.

그렇게 공기가 맑은 밤이면 사람은 자기 속내를 얘기하고 만다.

자기도 모르게 마음을 열고 곁에 있는 사람에게,

멀리서 빛나는 별에게 말을 걸 듯.


티티새 / 요시모토바나나



어젯밤 나는 문득 별이 떨어지기를 기다리던 그 여름밤이 떠올랐고

사랑이란 바로 그런게 아닐까 생각했어.

기다리고 기다릴때는 오지 않다가

방심하고 있을때 문득 떨어지는,

그래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아 떨어졌구나, 라고 밖에.


모두에게 해피엔딩 / 황경신



왠지 지쳐 있었다.

쌓이고 쌓인 혼잣말에도,

여름과 달리 새파란 하늘이며 아이들의 가느다란 다리를 보는 것에도,

단조로운 산책로를 걷는 것에도,

그 끝에서 기다리는 생활에도.

마른 바람이 불어와 머리카락이 얼굴을 가린다.

봄에 자른 머리가 벌써 꽤 자라 있었다.

계절이든 몸이든 아무래도 좋을 것들만 변해간다.


혼자 있기 좋은 날 / 아오야마 나나에




휴식은 게으름과는 다르다.

여름날 나무 그늘 밑 풀밭 위에 누워

속삭이는 물소리를 듣거나

파란 하늘에 유유히 떠가는 구름을 바라보는 것은

결코 시간 낭비가 아니다.


존 러벅 / 성찰 中

































































♬ Stacey kent - You've got a friend

'Love Story > 사랑 그 흔한 말' 카테고리의 다른 글

No.260  (0) 2008.09.27
No.259  (0) 2008.09.27
No.257  (0) 2008.09.27
No.256  (0) 2008.09.27
No.255  (0) 2008.09.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