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283

2008. 10. 2. 17:19Love Story/사랑 그 흔한 말


저도 형님의 그 생활 태도를 잘 알아요.

가난하더라도 깨끗하게 살자는.

그렇지요. 깨끗이 사는 게 좋지요.

그런데 형님 하나 깨끗하기 위하여 치르는 식구들의 희생이

너무 어처구니 없이 크고 많단 말입니다.

헐벗고, 굶주리고, 형님 자신만 해도 그렇죠.

밤낮 쑤시는 충치 하나 처치하지 못하시고.

이가 쑤시면 치과에 가서 치료를 하거나 빼어 버리거나 해야 할 거 아니예요?

그런데 형님은 그것을 참고 있어요. 낯을 잔뜩 찌푸리고 참는단 말입니다.

물론 치료비가 없으니까 그러는 수밖에 없겠지요.

그겁니다. 바로 그겁니다.

세상에는 이런 세 층의 사람들이 있다고 봅니다.

즉 돈을 모으기 위해서만으로 필요 이상의 돈을 버는 사람과,

필요하니까 그 필요한 만큼의 돈을 버는 사람과

또 하나는 이건 꼭 필요한 돈도 채 못벌고서 그 대신 생활을 줄이는 사람들.

신발에다 발을 맞추는 격으로,

형님은 아마 그 맨 끝의 층에 속하겠지요.

필요한 돈도 미처 벌지 못하는 사람.

깨끗이 살자니까 그럴 수 밖에 없다고 하시겠지요.

그래요. 그것은 깨끗하기는 할지 모르죠.

그렇지만 그저 그것뿐이죠.

언제까지나 충치가 쏘아 부은 볼을 싸쥐고 울상일 수 밖에 없지요.

그렇지 않습니까?


이범선 / 오발탄


행복은 돈으로 살 수 있어.

그렇지 않다고 말하는 사람은 사치스럽게 자란 사람이야.

뼈져리게 가난을 겪어본 사람은

행복 같은 건 돈으로 살 수 있는 거란 걸 알아.
...

너도 이제 알았을 거야.

불행하게 자란 사람이 행복해진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라는 걸.

정말, 정말, 벌레가 새가 되어 하늘을 나는 것만큼이나.


아사다 지로 / 천국까지 100 마일


천국에 사는 사람들은 지옥을 생각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우리 다섯 식구는 지옥에 살면서 천국을 생각했다.

단 하루도 천국을 생각하지 않은 날이 없다.

하루하루의 생활이 지겨웠기 때문이다.

우리의 생활은 전쟁과 같았다.

우리는 그 전쟁에서 날마다 지기만 했다.


조세희 /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모든 것을 잊어버렸다.

살아가기 위해 기억을 지운 것이 아니다.

돈과 욕심에 범벅이 된 시대 저편에 모든 기억을 두고 온 것이다.

"가난하긴 했지만 힘들지는 않았습니다.

어째서 즐거웠던 일까지 잊어버렸을까요."

글쎄, 하고 장신의 노인은 의자에서 일어나 별이 뜬 하늘을 잡듯 발돋움을 했다.

"즐거운 일이 너무 많았던 게 아닙니까.

요즘 젊은 사람들의 고민은 대부분이 그런겁니다. 사치스럽죠."

"그렇지만 모든 시대에는 그 시대의 고민이 있습니다. 목숨도 걸려 있구요."


아사다 지로 / 산다 화








































































♬ Paramithi Hehasmeno - Anna Viss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