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297

2008. 11. 4. 15:22Love Story/사랑 그 흔한 말


겨울에는 가급적이면 그리움을 간직하지 말아야 한다.

겨울에 간직하는 그리움은

잠시만 방치해 두어도 혈관을 얼어붙게 만든다


이외수 - 장외인간 中



"왔어?"

이불 속에서 들려오는 유카의 목소리는 기운이 빠져 있었다.

"뭐라도 먹었어?" 내가 물었다.

"아무것도 안 먹었어." 농담처럼 유카가 대답했다.

"왜?" 나는 운동화를 벗고 방으로 들어가

이불 옆에서 발끝으로 유카의 어깨를 가볍게 흔들며 물었다.

"왜라니? 네가 돌아오길 기다렸지."

나중에야 유카가 그저 되는 대로 내뱉은 말일 뿐이라는 걸 알았지만,

부끄럽게도 당시 나는 그녀의 말을 듣고

등줄기가 오싹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소름 끼쳤다는 게 아니다.

누군가 나를 기다렸다는 것에,

누군가가 하루 종일 아무것도 안먹고 나를 기다렸다는 것에

등이 오싹해질 정도로 감동을 받았던 것이다.


여자는 두 번 떠난다 - 요시다 슈이치



그리움이란 참 무거운 것이다.

어느 한순간 가슴이 꽉 막혀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게 할 만큼.

어떤날은 살아있다는 것 자체가 짐스럽다 여기게 할 만큼.

따지고 보면 , 그리움이란

멀리 있는 너를 찾는 것이 아니다.

내 안에 남아 있는 너를 찾는 일이다.

너를, 너와의 추억을

샅샅이 끄집어내 내 가슴을 찢는 일이다.

그리움이란 참 섬뜩한 것이다.



그리움, 그것만이 우리의 짧은 인생을 증명해 주는 증거다.

수많은 기억이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을 만든다.

기억 속의 그리운 사람들, 그리운 풍경,

우리가 사랑한 사람들, 우리를 사랑한 사람들,

그것들이 우리에게 전부인 것이다.

우리는 그리운 것에 대해 이야기를 계속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것만이 우리의 존재를 증명하는 단서니까.


도서실의 바다 - 온다 리쿠



"사람마다 문득 돌이켜보게 되는 인생의 한 시기라는게 있는 것 같습니다.

그 사람한테 빛나는 시기라고 할까요.

잊을 수 없는 순간이라고 할까요.

꼭 좋은 때이기만 한 건 아닙니다.

울적하던 때라던지,

껍데기 안에 틀어박혀 있던 시기일지도 몰라요.

좋고 나쁜걸 떠나서,

좌우지간 그 사람의 핵이 되는 시기라는 게 있거든요.

시기는 저마다 다양하지만,

가끔씩 어떤 스위치가 켜지면

저도 모르게 그 무렵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문득 정신이 들어보면 그 무렵 생각을 하고 있어요."


온다리쿠 - 유지니아



"자기가 행복했던 시기는 그 당시에는 모르는 법입니다.

이렇게 과거를 돌아보고 처음으로

아아, 그때가 그랬구나, 하고 깨닫게 됩니다.

인생은 수많은 돌멩이를 주워 짊어지고 가는 것과 같습니다.

이루 헤어릴 수 없을 만큼 많은 계절이 지나간 뒤에 지친 손으로

바구니를 내려놓고 지금까지 주운 돌멩이를 살펴보면

그중에서 몇 개인가 작은 보석처럼 빛나는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저에게는 그 몇 번의 계절,

그 저택에서 보낸 계절이 그 보석이었습니다."


민들레 공책 - 온다리 쿠
































♬ 사랑하면 할수록 - 클래식 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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