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321

2009. 1. 7. 21:32Love Story/사랑 그 흔한 말



사랑에 빠지면 고통이 시작된다.

사랑의 고통이란 더 많이 사랑하는 사람의 몫이다.

내 경우에는 누가 누구를 더 많이 사랑했는가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내가 더 많이 사랑했던 것 같지만

겉으로는 전혀 그렇게 보이지 않을 정도로 그녀는 내게 잘했다.

문제는 그녀의 사랑이 아니라 그녀의 몸이었다.

몸이라고 하니 이상한가?

그러나 어른의 사랑이란 그런 것이다.

어른의 사랑에서는 누가 누구를 얼마나 더 사랑하는가의 문제만큼이나

'누가 누구와 잤는가 하는 잔인한 문제'가 중요할 수밖에 없다.

그 잔인한 문제는 사랑도 의심하게 만든다.

그리고 그에 관한 한 고통은 온전히 내 몫이었다.


박현욱 / 아내가 결혼했다



하늘 가득 구슬을 박아놓은 것 같다고 생각했다.

"시골에 가면, 육안으로도 더 많이 볼 수 있지만 말이지."

나는 세상이란 참 잘못 만들어졌다고 생각했다.

도시의 하늘에야말로 별이 필요하고,

무츠키 같은 사람한테야말로 여자가 필요한데.

나 같은 여자가 아니라, 좀 더 상냥하고 제대로 된 여자가...

...

"미안 해."

내 눈꺼풀을 살며시 만지면서 무츠키는 들릴락말락한 소리로 말한다.

내가 깨어 있다는 것을 아는 것이다, 라고 생각했다.

마치 물의 우리처럼, 부드러운데 움직일 수 없다.

무츠키는 내 기분을, 나는 무츠키의 기분을,

이렇듯 또렷하게 알 수 있다.

하네기를 불러낸 일로도, 휴대폰이 울린 일로도,

나는 이미 무츠키를 비난할 수 없다.

눈꺼풀에 느껴지는 무츠키의 손가락.

왜 우리는 이렇게 늘 서로를 궁지에 몰아넣는 것일까


반짝반짝 빛나는 / 에쿠니 가오리



우리는 헤어졌다.

처음부터 너는 세상에 없었다고,

모든 것이 나의 꿈이고 상상이었다고 나는 생각한다.

나에게 남아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너의 사진과, 너의 편지와

네가 준 낡은 책들과 레코드들을 나는 버린다.

마치 내 몸을 잘라 버리듯이.

잘 가라, 나의 친구.

너를 만난 것이 얼마나 좋은 일이었는지,

우리가 보낸 날들이 얼마나 좋았는지만 남겨 두고.

잘 가라, 나의 어린 날들.

너는 이제 어떻게 살아가고 누구를 사랑하고

무엇 때문에 슬퍼하고 어떤 일로 즐거울까.

나 없이 너는 어떻게 행복할까‥

편지를 찢는다.


황경신 / 모두에게 해피엔딩



내가 잊으려고 했던 것은 그가 아니라

그를 사랑했던 내 자신이었다.

그를 만나지 못해도,

영영 다시는 내 눈앞에 보지 못한다 해도,

잊을 수 없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그때 그를 떠날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공지영 / 사랑 후에 오는 것들



꿈속에서, 나는 울고 있었다.

맑고 깨끗한 꿈의 강에서 사금을 채취하여 돌아온 것 같은 감촉이 남아 있었다.

'슬퍼서 운건지, 아니면 슬픈일로부터 해방되서 운건지,

어느 쪽이 됐든 아직 깨고 싶지 않았는데'라고 멍하니 생각했다.


요시모토 바나나 / N.P



이별은 이별 후에도 온다

완전히 이별한 거라고 생각한 다음,

그 이별에 대해 까맣게 잊고 살아가는 날들이 무수하게 반복된 후에도,

이별은 새삼스럽게 우리 앞에 그 모습을 드러낸다.

그것은 첫 번째 이별처럼 즉각적인 아픔을 동반하지는 않지만,

다른 의미에서 더 잔인할 수도 있다.

그래도 그 속에는 역설적인 아름다움이 있다.

이를테면 겨울 속의 따뜻함 같은 것,

생각해 보면, 아름다움이란 잔인함의 속성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황경신 / 슬프지만 안 녕
















































♬ 이연- 유익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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