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99

2007. 4. 19. 21:34Love Story/사랑 그 흔한 말


"이렇게 차가운 밤바람 속에 나와 있기도 했어?"

"가끔."

"추워서 금방 들어갔겠지?"

"아니요, 얼어 죽을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까지 서 있었어요."

"왜?"

하늘의 달은 깨진 얼음조각같이 날카롭고 스산했다.

이현은 그녀의 어깨에 두툼한 파카를 덮어주려 했으나 이진은 고개를 저어 사양했다.

이진이 다시 입을 연 것은,

이현조차도 서서히 추위가 견디기 어렵게 느껴질 만큼 시간이 많이 흐른 뒤였다.

"온몸에 감각이 없어질 때까지

추위 속에 서 있으면 더 견디기 쉬운 일들이 있어요."

이진은 새파랗게 바랜 입술로 얼음 부스러기를 토해내듯이 힘들게 말했다.

"몸에 온기가 돌아오는 것만으로도 기쁘니까요.

온 힘을 다해 품안으로 파고들게 돼요. 만사가 순조롭죠."


이현의 연애 / 심윤경




혼잣말을 하면서 즐거움을 가장하고 있었다.

하지만 정말 그가 행복한 것인지

아니면 행복을 꾸며내고 있는것인지 알 수 없었다.

언제까지 그렇게 듣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미처 수진이 말을 마치기 전에 전화를 끊었다.

그러자 텅 빈 아파트는 다시 고요와 적막 속으로 가라앉았다.

바닥에 드러누워 귀를 대니

전화에서 들려오던 소리가 다시 들리는 것 같았다.

소리는 점점 더 커졌다.

그 소리를 떨쳐 내기 위해 스스로에게 약속했다.

그의 사람을 방해하지 않기로.

그러자 소리는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

왜 이성이 허락하지 않는 것에는

항상 미련이란 그림자가 따라다니는걸까?

위험해서? 아니면 아름다워서?

멈추어야 한다.


슬롯 / 신경진




우리는 지금도 너무 평화로웠다.

그러나 언제나 그랬듯이

이런 일이 그처럼 오랫동안 지속될 리가 없었다.


프랑소와즈 사강 / 슬픔이여 안녕 中




이렇게 무방비한 시간이 흘러간다.

행복할 때도 그렇지 않을 때도 너무나도 무방비하게.

그리고 흘러가버린 시간은

갑자기 소리도 없이 이 수조처럼 마음속 깊숙이에 덧쌓이고,

어쩔 수도 없을 만큼 덧쌓이고,

그래서 결국 손으로 잡을 수조차 없게 돼버리고 마는 것이다.

나이를 먹는 게 무서운 것이 아니고,

그렇게 켜켜이 덧쌓여가는,

그렇게 두 번 다시 손으로 잡을 수 없는 것이 늘어만 가는 게 무섭다.

분명 지금 이 순간처럼 잊을 수 없는

행복하고 조용한 시간 하나하나가...


오사키 요시오 / 파일럿 피쉬 中




느닷없이 가슴이 술렁거리는 느낌.

뭔가를 알게 될듯한 조짐.

그리고 뭔가를 찾아낼 수 있을 듯한 예감.

자신의 모든 것을 뒤흔들어 놓을지도 모를 사건이 다가오는 듯한,

조금은 두렵고 설레고 그러면서도 왠지 모를 애틋한 기분.


슬픈 예감 / 요시모토 바나나




"원래 사랑했던 혹은 서로에게 상냥했던 남자와 여자 사이에

냉혹한 말이 처음으로 오갔을 때의 심적 충격은,

세상의 그 어떤 큰 사건에도 필적할 만하다.

또 만일 한쪽이 꿈에도 생각지 못하고 있을때,

다른 한쪽이 그런 말로 상처를 준다면

그것은 범죄나 마찬가지다.

그러나 보통의 범죄와 달리, 사랑의 문제에 있어서 그것은

누구도 심판할 수 없기 때문에 어렵다."


아주 사적인 시간 - 다나베 세이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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