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중에서

2007. 1. 14. 23:36Love Story/In Screen




배반에 익숙하다고 해서 배반이 아프지 않은 것이 아니듯이,
자주 넘어지는 사람이 또 넘어졌다고 일어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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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도 나무처럼 일 년에 한 번씩 죽음 같은
긴 잠을 자다가 깨어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깨어나 연둣빛 새 이파리와 분홍빛 꽃들을 피우며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면 좋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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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보다 더 싫어하는 사람들은
이 세상에 아무 기준도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야。
모든 것이 상대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남들은 남들이고 나는 나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물론 그럴 때도 많지만 한 가지만은 안 돼。
사람의 생명은 소중한 거라는 걸,
그걸 놓치면 우리 모두 함께 죽어。
그리고 그게 뭐라도 죽음은 좋지 않은 거야.....。
살고자 하는 건
모든 생명체의 유전자에 새겨진 어쩔 수 없는 본능과 같은 건데,
죽고 싶다는 말은,
거꾸로 이야기하면 이렇게 살고 싶지 않다는 거고,
이렇게 살고 싶지 않다는 말은 다시 거꾸로 뒤집으면 잘 살고 싶다는 거고.....。
그러니까 우리는 죽고 싶다는 말 대신 잘 살고 싶다고 말해야 돼。
죽음에 대해 말하지 말아야 하는 건,
생명이라는 말의 뜻이 살아 있으라는 명령이기 때문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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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선을 행한다는 것은 적어도 선한 게 뭔지 감은 잡고 있는 거야。
깊은 내면에서 그들은 자기들이 보여지는 것만큼 훌륭하지 못하다는 걸 알아。
의식하든 안 하든 말이야。
죽는 날까지 자기 자신 이외에 아무에게도
자기가 위선자라는 걸 들키지 않으면 그건 성공한 인생이라고 생각해。
정말 싫어하는 사람은 위악을 떠는 사람들이야。
그들은 남에게 악한 짓을 하면서
실은 자기네들이 실은 어느 정도는 선하다고 생각하고 있어。
위악을 떠는 그 순간에도 실은
자기들의 속마음이 착하다는 것을 알아주기를 바래。
그 사람들은 실은 위선자들보다 더 교만하고 더 가엾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