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 감독-고종수, 아버지와 아들같은 ‘찰떡 사제’

2007. 7. 26. 13:02Sports Story/축구&수원

5년만의 조우 부활위한 의기 투합
김호감독 "처음지도자 생활 시작한 기분입니다"
고종수 "감독님 얼굴에 똥칠할 순 없어요"
채준 <doorian@jesnews.co.kr> | 2시간 9분전 업데이트

"그래 이젠 좀 할 만하나"(김호감독) "예 그런데 허벅지 뒤쪽 근육이 조금 땅겨요"(고종수) "얼음찜질도 하고 보호해야 된다. 될 것 같을 때가 더 위험하다"(김호감독)
 
아버지와 아들의 대화 같다. 대화뿐이 아니다 백발이 성성한 김호(63) 대전 시티즌감독과 서러운 서른을 바라보는 고종수(29)의 모습도 그렇다.
 
지난 2003년 수원 삼성에서 헤어진 후 횟수로 5년 만에 다시 만났다. 김호감독이 대전 시티즌을 일으켜 세울 스페이드 에이스 카드로 3년 8개월만에 프로리그로 복귀했고 고종수는 펄펄 날던 전성기의 그로 부활하기 위해 대전 유니폼을 입었다.

지난 19일부터 26일까지 경기도 청평에서 대전 시티즌 선수들을 조련한 김호감독은 "지도자 생활을 처음 시작하는 기분"이라고 했다.

부활을 위해 몸부림치는 고종수와 입장은 다르지만 결국은 그도 다시 도전의 길에 들어선 것이다.

▲고종수 부활 확률 지금은 0%

김감독에게 고종수의 존재는 중요하다. 하지만 그의 눈엔 고종수는 아직 선수가 아니다.

김감독은 "경기를 소화할 수 있는 지구력 훈련을 시키고 있어요. 그게 갖춰지면 패싱 게임을 시킨 후 30분, 45분이라도 뛸 수 있는 선수로 만들어 봐야죠"라고 말한다.

김감독은 11년 전 '어린 천재'고종수의 등에 날개를 달아준 유일한 지도자였다. "내가 있을 때 재기에 성공하고 살아있는 고종수가 된 후 팀을 일으키고 떠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재의 고종수에 대한 평가는 확률에 기초를 두는 그의 지도 방식만큼이나 매몰찼다. 재기 가능성을 묻자 "지금은 0%다. 지금부터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고종수의 부활을 위해서 더욱더 담금질 하겠다는 게 그의 생각인 것으로 보인다.

김감독이 올시즌 고종수에게 거는 기대는 낮다. 대전의 부활을 위한 프로젝트에 고종수가 중요한 위치를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무리를 시키지 않을 생각이다.

"올 해 고종수가 단 한 경기만이라도 풀타임 뛸 수 있게 만드는 게 목표다. 그래야 다음시즌에 대한 희망이 있다"고 말한다.

대전에 가장 필요한 선수는 전방으로 패스를 찔러줄 수 있는 미드필더. 그래서 김호 감독은 고종수를 살리기 위한 특별한 준비를 하고 있다.

"고종수가 수원에서 펄펄 날 수 있었던 것은 종수를 도와줄 수 있었던 윤성효같은 선수가 있었기 때문이다. 종수에 맞는 짝을 찾고 있다"고 김감독은 말했다.

▲ 김호 감독님은 옛날보다 더 열정적이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달라진 게 없어요. 바뀐 게 있다면 더 열정적이라고 해야 할까요" 고종수가 보는 김감독에 대한 인물평이다.
김감독의 부임은 고종수를 안도하게 했다. 최윤겸 감독이 경질되고 감독직이 공석일 때만 해도 그는 어떤 감독이 올지에 대해 노심초사했다.

워낙에 자유분방한 탓에 그에 대한 지도자들의 평가는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만큼 부담도 있다. "나를 잘 아는 감독님이라는 것은 좋은 점이지만 실망시키지 말아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고 털어놓았다.

연습 경기 중 두 사람은 잦은 대회를 했다. "감독님 스타일을 우리 팀에서는 내가 제일 잘 아니까 그렇다. 수원에서도 하나하나 잔소리 하셨는데 여기서도 그렇다"고 말했다.

또 10년전과 비교해서 어떻냐고 묻자 "예전에는 내가 어렸지만 지금은 서른을 바라보는 나이가 된만큼 예전 처럼 애 취급은 하지 않는다"며 특유의 웃음을 지었다.

▲감독님 얼굴에 똥칠 할 수 없다. 철들었네!
 
훈련을 마치고 경기장을 나서던 고종수는 "사실 내가 재기에 성공하는 것은 첫번째로 나를 위하는 것이지만 감독님 때문에라도 더 열심히 해야 한다"며 "계속 팀이 지면 감독님 명성에 똥칠하는 것이다"라며 스승에 대한 속내를 내비쳤다.

저녁 식사도중 고종수의 말을 전해 들은 김호 감독은 "그 녀석 이제 철 좀 들었나 보다"라며 크게 웃으며 기특해 했다. 10년 전에 고종수에게서는 들을 수 없는 말이 었다.

사제지간이라기보다는 아버지와 아들 같은 두 사람의 만남은 잘 짜인 각본 같다는 느낌이다.

청평=채준 기자 [doorian@jes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