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264
그녀는 뭔가 선택하거나 결정해야 할 때마다 곤혹을 치르곤 했다. 누군가와 통화할 때, 그녀는 저쪽의 숨소리, 머뭇거림, 말투와 어조 하나 하나에 신경을 곤두세웠다. 그녀는 '이 사람이 지금 정말 나를 만나고 싶어하는 것인지, 미안해서인지, 내가 만나고 싶어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말하는 것인지. 진짜로 그렇게 하자고는 못하겠지 하는 마음에 물어보는 것인지, 예의상 그렇게 하는 것인지' 고민한다. 그녀는 "그쪽이 편한 곳에서" 나 "그쪽 편한 시간에" 라고 대답한다. 그녀는 언제나 누군가를 배려하고 있지만 자신이 배려하고 있는 사람은 자신이라는 것을 안다. 그녀는 해야만 했던 말들은 잘 못하면서, 하지 않아도 좋을 말들은 잘한다. 만약 누군가와 밤새 술을 마셨을 경우, 그녀는 먼저 일어나겠다는 말을 못한다. ..
2008.09.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