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297
겨울에는 가급적이면 그리움을 간직하지 말아야 한다. 겨울에 간직하는 그리움은 잠시만 방치해 두어도 혈관을 얼어붙게 만든다 이외수 - 장외인간 中 "왔어?" 이불 속에서 들려오는 유카의 목소리는 기운이 빠져 있었다. "뭐라도 먹었어?" 내가 물었다. "아무것도 안 먹었어." 농담처럼 유카가 대답했다. "왜?" 나는 운동화를 벗고 방으로 들어가 이불 옆에서 발끝으로 유카의 어깨를 가볍게 흔들며 물었다. "왜라니? 네가 돌아오길 기다렸지." 나중에야 유카가 그저 되는 대로 내뱉은 말일 뿐이라는 걸 알았지만, 부끄럽게도 당시 나는 그녀의 말을 듣고 등줄기가 오싹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소름 끼쳤다는 게 아니다. 누군가 나를 기다렸다는 것에, 누군가가 하루 종일 아무것도 안먹고 나를 기다렸다는 것에 등이 오싹해질 ..
2008.1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