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54

2007. 1. 14. 23:48Love Story/사랑 그 흔한 말


난.. 당신이 이랬으면 좋겠습니다.

내가 두통에 징징거리면 못본척 모른척 눈길도 안주고

약 좀 사오란 말을 하면 버럭 화를 내거나

냉정하게 한마디로 딱 잘라 거절하고는

오며가며 싫은소리 정 떨어지는 소리로

내 가슴에 실망스런 미움을 뚝뚝 떨궈놓는

그런 매정한 사람이었으면 합니다.

만약 그랬다면,

어젯밤 당신이 한 시간여를 헤매다 사온 두통약 생각에

하루종일 내가슴이 그렇게 아프고 우울하지는 않았을겁니다.

그러고도 전화한통 없이 무관심해줬다면

차라리 내 마음은 편하게 하루일을 무난하게 보냈을지도 모릅니다.

당신의 걱정하는 메시지와 괜찮은지를 묻는 다정한 말들은

아픈 화살이 되어 내 가슴에 박혀버리고

나는 두통보다도 더한 아픈 마음으로 하루전부를 보냈으니까요.

퇴근길, 버스를 기다리며 찬바람 속에서 혼자 울었습니다.

당신 생각이 나서..

그 한밤에, 내 하찮은 두통을 모른척 못하고

약을 구해 나타났던 당신의 빨간 귓볼이 생각나서 울었습니다.

나는 당신이 미워죽겠습니다.

당신안에 이렇게 꼭꼭 가둬놓고야 마는 당신 사랑이 미워죽겠습니다.

나를 이렇게 아프게 하는 당신이 밉습니다..

나는 왜 이 모양일까요. 왜 이런걸까요..

아무리 어째도 당신에게서 벗어날수가 없습니다...

당신생각에 너무도 마음아프고 우울했던, 그런 하루였습니다.

당신을 사랑합니다..

사랑해서 미워죽겠습니다.




새벽녘, 술냄새 풍기며 들어온 사람.

송년회 한다더니 몇차까지 갔던건지

느슨한 넥타이.구겨진 바지. 고단해 보이는 구두.

못마시는 술몇잔에 취해 세상을 다 얻은양

흥얼거리는 유행가를 앞세워 들어온 남편.

집에 들어오자마자 하는말,

택시잡느라 삼십분 떨었어. 춥다.

내 체온은 37도, 38도 39도.. 40도..100도.

남편의 춥다는 말한마디에 안스러운 내맘은 금새 1000도.

양말을 벗겨내고 따뜻한 물에 발을 닦아주니

금새 잠들어버린 내 소중한 사람.

문단속하고 불을 끄려다

현관에 말없이 놓여있는 남편의 구두..

눈에 걸리는 흐트러진 구두 한켤레.

가지런히 모아놓다 구두약을 꺼내 닦아버렸지.

그러고 나니 새벽네시.

나의 일요일 새벽은 그렇게 밝아버렸지.

넉넉한 늦잠속에 행복이 숨어 기지개를 펴고

그저 따끈하게 끓여낸 누룽지탕 한그릇에도

남편의 주름살은 부채살처럼 환한 웃음으로 펴졌지.

내가 오늘 한 일은 그저, 하루종일 햇살아래 누워있는 그의 곁에서

새치를 뽑아 주거나 귤을 까서 입속에 넣어준 일 뿐.

때론 아무것도 아닌것 같은 사람이.

그 사람 때문에 내가 살고,

아무것도 아닌 나 때문에

그이가 살아간다는 걸 서로가 눈치채곤 하지.

그렇게 살아가는 일.. 그냥 이렇게 사랑하는 일.

그런 숨을 쉬며 살아있는 일.

참 행복한 일이지.




스물세번째 결혼 기념일 날,

나는 미리 점찍어 둔 가방을 아내에게 선물했다.

당신이 웬일이세요?

아내는 놀라는 표정으로 선물 포장을 뜯더니 무척 기뻐했다.

그리곤 저녁준비도 뒤로 미룬 채

가방을 어깨에 걸치고는 거울을 쳐다보았다.

정말 예뻐요. 예전부터 난 이런 가방을 가지고 싶었어요.

고마워요. 여보, 내일부터는 이 가방을 들고 다닐게요.

아내는 낡은 가방에 들어 있던 물건을 테이블 위에 꺼내 놓기 시작했다.

아내의 가방에는 참으로 많은 물건이 빽빽하게 들어 있었다.

끊임없이 나오는 물건들을 보고 감탄하는 사이,

가방 깊숙한 곳에서 한 묶음이나 되는 편지 다발이 나왔다.

그 편지들을 하나씩 살펴보니 바로 내가 아내에게 쓴 편지였다.

2년 전부터 아내와 나는 서로의 마음을 확인 할 수 있도록

한 달에 한 번씩 편지를 써왔다.

그런데 아내는 그 동안 내게서 받은 편지들을

모두 가방에 넣고 다녔던 것이다.

아내는 그 편지들을 다시 새 가방에 집어넣으며 말했다.

예전에 가지고 다니던 가방에는 모두 들어가지 않았는데 이젠 됐어요.

이 가방이라면 당분간은 충분해요.

뭐하러 무겁게 그 편지들은 매일 가지고 다니는 거요?

내 물음에 아내는 생긋 웃었다.

당신의 편지들로 가득 차 가방이 무거워지면

내 행복도 그만큼 커진답니다.

자, 이제 저녁을 준비 해야겠지요?

소매를 걷어붙이고 돌아서는 아내의 뒷모습이 행복으로 가득 차보였다.

그와 함께 내 마음에도 사랑의 밀물이 밀려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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