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2. 15. 20:16ㆍLove Story/사랑 그 흔한 말
"엄마, 지금 뭐해요?"이제 여섯 살 밖에 안 된 수지가 엄마에게 물었다."옆집에 사는 아주머니에게 갖다주려고 볶음밥을 만드는 중이란다""왜요?""왜냐하면 그 분이 매우 슬프기 때문이란다.얼마전에 딸을 잃어서 가슴에 상처를 입었거든.그래서 우리가 한동안 돌봐 드려야해""왜 우리가 돌봐드려야 하죠?""수지야, 사람들은 아주 슬플때는 음식을 만든다거나집안 청소같은 작은 일들을 하기가 어려워진단다.우리 모두는 함께 살아가고 있고, 또 아주머니는 불쌍하게도다시는 딸과 함께 신나는 일들을 할 수가 없단다.그러니 너도 그분에게 도움이 되어줄 좋은 방법을 생각해 보지않겠니?"수지는 어떻게 하면 아주머니를 돕는 일에 자신도 참여할 수 있을까 심각하게 생각했다. 몇 분 뒤 수지는 이웃집으로 가서 문을 두드렸다.한참 지나서 아주머니가 문을 열고 나왔다."안녕, 수지야."수지는 아주머니가 다른 때와 같이 귀에 익은 음악 같은 목소리로 인사하지 않는다는 것을 눈치챘다.또 울고 있었던 듯했다. 눈이 부어 있고 물기에 젖어 축축했다."무슨 일이니, 수지야?""엄마가 그러시는데 아줌마가 딸을 잃어서 가슴에 상처가 났고 ,그래서 아주아주 슬프시데요."수지는 부끄러워하면서 손을 내밀었다.손에는 일회용 반창고가 들려져 있었다."가슴에 난 상처에 이걸 붙이세요. 그러면 금방 나을거예요."아주머니는 갑자기 목이 메고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그녀는 무릎을 꿇고 앉아 수지를 껴안았다. 그리고 눈물을 글썽이며 말했다."고맙다. 수지야. 이 반창고가 내 상처를 금방 낫게 해줄거야."아주머니는 상점에 가서 둥근 유리 안에 작은 사진을 넣을 수 있도록 된 열쇠고리를 하나 사왔다. 그리고 그 유리 안에 수지가 준 일회용 밴드를 넣었다. 그것을 볼 때마다 자신의 상처가 조금씩 치료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다음식점 출입문이 열리더니여덟 살쯤 되어 보이는 여자아이가 어른의 손을 이끌고 느릿느릿 안으로 들어왔다.두 사람의 너절한 행색은 한 눈에도 걸인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퀴퀴한 냄새가 완섭씨 코를 찔렀다주인아저씨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그들을 향해 소리쳤다..." 이봐요!! 아직 개시도 못했으니까 다음에 와요!! " 아이는 아무 말 없이 앞 못보는 아빠의 손을 이끌고 음식점 중간에 자리를 잡았다주인아저씨는 그때서야 그들이 음식을 먹으러 왔다는 것을 알았다." 저어... 아저씨! 순대국 두 그릇 주세요 " " 응 알았다... 근데 얘야 이리 좀 와 볼래 " 계산대에 앉아 있던 주인아저씨는 손짓을 하며 아이를 불렀다..." 미안하지만 지금은 음식을 팔 수가 없구나... 거긴 예약 손님들이 앉을 자리라서 말야... " 그렇지 않아도 주눅든 아이는 주인아저씨의 말에 낯빛이 금방 시무룩해졌다." 아저씨 빨리 먹고 갈게요, 오늘이 우리 아빠 생일이에요... "아이는 비에 젖어 눅눅해진 천원짜리 몇 장과 한 주먹의 동전을 꺼내 보였다." 알았다... 그럼 빨리 먹고 나가야한다 " 잠시 후 주인아저씨는 순대국 두 그릇을 갖다 주었다...그리고 계산대에 앉아서 물끄러미 그들의 모습을 바라봤다... " 아빠 내가 소금 넣어줄게 " 아이는 그렇게 말하고는 소금통 대신 자신의 국밥 그릇으로 수저를 가져갔다.그리고는 국밥 속에 들어 있던 순대며 고기들을 떠서 앞 못보는 아빠의 그릇에 가득 담아주었다." 아빠 이제 됐어... 어서 먹어...근데 아저씨가 우리 빨리 먹고 가야 한댔으니까, 어서 밥 떠... 내가 김치 올려줄께... " 수저를 들고 있는 아빠의 두 눈 가득히 눈물이 고여 있었다... 그 광경을 지켜보던 주인아저씨는 조금 전 자기가 했던 일에 대한 뉘우침으로 그들의 얼굴을 바라볼 수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