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198

2008. 2. 15. 20:16Love Story/사랑 그 흔한 말


전날 회사에서 야근을 하고 새벽에 집에 들어온지라

아침부터 나는 졸리고 짜증이 났다.

출근길에 올랐을때 그날따라 사람들은 그리도 많은지

손잡이를 잡고 서지 않아도 될 정도였다.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며 혼잡함에 익숙하게 되자

드디어 환승역에 다달았고 많은 사람들이 '우르르' 내리기 시작했다.

운좋게 나는 자리에 앉을수 있었고

의자에 앉자마자 졸음때문에 고개는 자꾸 바닥을 향했다.

자리에 꾸벅꾸벅 조는 채로 세 정거장 정도가 지났을까?

어찌나 큰 목소리였던지 내 잠을 단숨에 빼앗아간 아저씨의 외침

여러분, 잠깐만 제 말을 들어주십시오!

세수를 며칠동안 못했는지 단정치 못한 외양의 어느 아저씨가

통로 중앙에 서서 외치고 있는 것이였다.

그때문에 나같이 잠에서 깨어나 짜증난 얼굴,

호기심에 가득찬 얼굴 등 각색의 시선이 모아졌다.

아저씨의 말은 계속 이어졌다.

제겐 네살짜리 딸아이가 있습니다.

그런데 그 아이는 대학병원 중환자실에 누워 있습니다.

언제 죽을지 모를 불치병을 앓고 있습니다.

그 남자가 거기까지 말하자 승객들은 '거짓말을 하는 사람이로군,

얼마나 돈이 아쉬웠으면 딸까지 팔며 저럴까?' 하는 표정이었다.

나도 같은생각을 하고 있었고...

더 이상 들을 필요가 없겠다 생각한 나는 고개를 숙여 다시 잠을 청했고

대부분의 승객들도 무관심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데,

"저는 이전에 어느 책에선가 많은 사람이 함께 기도해주면

어려운 일도 이루어진 다는 구절을 읽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제 딸을 위해 기도해 달라고 부탁하고 다니는 중입니다.

지하철에 타 계신 여러분들도 부디 제 딸이 살아날수 있도록

기도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제 딸의 이름은 송희 입니다. "

그러더니 그는 정중하게 고개 숙여 인사를 한 뒤 다음칸으로 건너가는게 아닌가.

그때 나는 보았다.

하나 둘 조용히 눈을 감는 승객들을....




어머니와 단둘이 사는 청년이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청년은 외출에서 돌아오다가 뜻하지 않게 교통사고를 당했다.

소식을 듣고 몹시 놀란 어머니가 가슴 졸이며 병원에 달려갔지만,

불행히도 청년은 이미 두 눈을 실명하고 말았다.

멀쩡하던 두 눈을 순식간에 잃어버린 청년은 깊은 절망에 빠져

자신에게 닥친 상황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았다.

그는 어느 누구와도 말 한마디하지 않고

마음의 문을 철저하게 닫은 채 우울하게 지냈다.

바로 곁에서 그 모습을 말없이 지켜보는 어머니의 가슴은 말할수 없이 아팠다.

그렇게 지내던 어느 날, 청년에게 기쁜 소식이 전해졌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누군가가 그에게 한쪽 눈을 기증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깊은 절망감에 빠져 있던 그는 그 사실조차 기쁘게 받아들이지 못했다.

결국 어머니의 간곡한 부탁으로 한쪽 눈 이식 수술을 마친 청년은

한동안 붕대로 눈을 가리고 있어야 했다.

그때도 청년은 자신을 간호하는 어머니에게

앞으로 어떻게 애꾸눈으로 살아가냐며 투정을 부렸다.

하지만 어머니는 청년의 말을 묵묵히 듣고만 있었다.

꽤 시간이 지나 드디어 청년은 붕대를 풀게 되었다.

그런데 붕대를 모두 풀고 앞을 본 순간 청년의 눈에는

굵은 눈물 방울이 떨어지고 말았다.

그의 앞에는 한쪽 눈만을 가진 어머니가

애틋한 표정으로 아들을 바라보고 있었던 것이다.

"두 눈을 다 주고 싶었지만,

그러면 네게 나의 장님 몸뚱이가 짐이 될 것 같아서..."

어머니는 끝내 말을 다 잇지 못했다.




병원에 근무하는 의료진 여러분에게


오늘 당신들이 진료실 책상 위에 올려져 있는 수십 장의 진료 챠트와

초록색 메디케이드 (65세 미만의 저소득자, 신체 장애자를 위한 의료 보장 제도)

카드를 훑어보면서 지금부터 내가 말하는 것을 기억해 주기를 바랍니다.

나는 어제 당신들과 함께 시간을 보냈습니다.

나는 부모님을 모시고 이 병원에 왔습니다.

우리는 어디로 가게 될지, 무엇을 하게 될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지금까지 당신들의 진료가 필요했던 적이 한번도 없었기 때문이지요.

‘저소득층 의료 보장 수혜자’ 라는 딱지가 우리에게 붙었던 적도 없었습니다.

어제 나는 나의 아버지라는 인격체가

당신들에 의해서 하나의 진료번호, 하나의 챠트, 병명번호,

‘보증인 없음’ 딱지가 붙은 의료 보장 수혜자 번호로 바뀌는 것을 보았습니다.

아버지는 의료보험이 없으셨기 때문입니다.

나는 한 허약한 남자가 다섯 시간이나 줄을 서서 이리저리 끌려 다니는 걸 보았습니다.

원무과 직원들은 전혀 참을성이 없었고, 간호사들은 지쳐 있었으며

시설은 예산부족으로 형편없기 짝이 없었습니다.

아버지는 모든 위엄과 자존심을 박탈 당한 채 그곳들을 통과해야만 했지요.

당신들 의료진이 얼마나 비인간적인지 나는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환자가 신청서를 제대로 써오지 않는다고 호통을 치고 화를 냈습니다.

당신들 같으면 처음으로 병원에 와서 그것을 정확히 써낼 수 있겠습니까?

그리고 점심시간에는 마치 ‘가난뱅이들의 지옥’ 에서 해방이라도 된 듯이

옆에 사람들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자신이 진료한 환자에 대해

조심성 없이 떠드는 것이었습니다.

나의 아버지는 진료 지정일에 당신들의 책상위에 올려져 있는

하나의 초록색카드, 하나의 파일번호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당신들의 기계적으로 말해주는 방향을

제대로 알아듣지 못해 또다시 물어대는 귀찮은 환자에 불과했습니다.

그러나, 아닙니다.

그것은 나의 아버지가 아닙니다.

단지 당신들이 그렇게 취급하고 있을 뿐입니다.

당신들이 알지 못하는 것이 있지요.

그는 14세 때부터 캐비닛을 만들어 온 자영업자이고,

훌륭한 아내를 가진 남자입니다.

그에게는 네 명의 성장한 자녀들과 다섯 명의 손주들이 있고,

이들 모두는 그들의 아버지와 할아버지를 최고의 존재로 여기고 있습니다.

그는 아버지로 갖춰야 할 모든 것을 갖췄습니다.

도덕적이고 강인하며, 또한 부드럽지요.

그분은 나의 아버지이십니다.

온갖 힘든 과정 속에서도 나를 키우셨고, 나를 신랑에게 인도했으며,

내 아이들이 태어날 때 받아주셨고,

내가 어려울 때는 얼마의 종이돈을 내 손에 쥐어 주셨으며,

내가 울 때면 나를 달래 주셨습니다.

그리고 이제 얼마 안 가서 암이 그를 우리로부터

영원히 데려 가리란 걸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당신들은 이 편지가 사랑하는 이를 곧 잃게 된 슬픔에 젖은 딸이

자신의 감정을 주체할 수 없어서 퍼붓는 비난이라고 행각할 지도 모릅니다.

난 그 생각에 동의할 수 없습니다.

오히려 내가 말하는 것을 절대로 가볍게 여기지 말아 달라고 촉구하는 바입니다.

각각의 진료 챠트는 한 사람의 인격체를 대면합니다.

그 인격체에게는 감정이 있고, 살아온 내력이 있으며, 인생이 있습니다.

당신들이 하는 말과 행동은 그에게 영향을 줍니다.

내일이면 당신들이 사랑하는 사람이 그 위치에 놓일 수도 있습니다.

당신들의 가족이나 친척이 하나의 챠트번호, 초록색 진료 카드, 노란색 싸인펜으로

체크된 하나의 이름으로 바뀔 수 있습니다.

이 편지을 읽은 뒤에 당신들이, 줄 서서 기다리는 다음 사람에게

친절하고 부드럽게 응답해 주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왜냐하면 그 사람은 누군가의 아버지이고

남편이고 아내이며 아들 딸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그렇지 않더라도

당신들과 마찬가지로 신이 창조한,

그리고 신이 사랑하는 한 사람의 인간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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