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4. 30. 18:23ㆍLove Story/사랑 그 흔한 말
아침 출근길,여느때처럼 지하철은 칙칙폭폭 지루하게 선로를 달리고 있다.뒤로가지도 하늘을 날지도 않는다. 네모난 상자에 빽빽이 들어찬 시든귤처럼, 혹은 나무궤짝에 겹겹이 줄 맞춰 누운 죽은 갈치처럼 실려나는 영혼없이 이리저리 흔들리고 있다.떠밀리거나 넘어지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것 말고, 지금 여기서 사람의 힘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정이현 / 달콤한 나의 도시오랫동안 연락없던 동창 녀석이 전활 걸어와서며칠 전에 내가 어느 거리를 지나가고 있는 걸 봤다고 얘길했다.왜 아는체 안했냐고 했더니 운전중이었다고. 너무 멀어서 부르지 못하고 그냥 갔다고.그래도 우연히 지나가는 나를 만나서 반가웠다고 얘길했다.그래, 그런거다. 세상은 생각밖으로 너무 좁고, 우연은 수시로 일어난다.그러니 난 좀 더 행복한 얼굴을 하고 있어야겠다. 아는체하러 달려 올 일은 없지만어디선가, 어디선가 날 보고 있을지도 모르니까.박정현 / 만나러 가는 길우리가 사랑하면 같은 길을 가는 거라고 믿었지.한 차에 타고 나란히 같은 전경을 바라보는 거라고.그런데 그게 아니었나봐.너는 네 길을 따라 흐르고, 나는 내 길을 따라 흐르다우연히 한 교차로에서 멈춰지면 서로 차창을 내리고"안녕, 보고싶었어"라고 말하는 것도 사랑인가봐.사랑은 하나만 있는 것도 아니고, 영원히 계속 되지도 않고,그렇다고 그렇게 쉽게 끊어지는 끈도 아니고.이걸 알게 되기까지 왜 그리 오래 걸렸을까. 오래 고통스러웠지...아, 신호가 바뀌었군.다음 만날 지점이 이 生이 아닐지라도 잘 가, 내 사랑.다시 만날 때까지 잘 지내.양애경 / 교차로에서 잠깐 멈추다 울 준비는 되어 있다.인생의 어느 시점에라도,어떠한 생각지도 못한 일들이 생겨버릴 수 있다는 것을 어렸었던 그 때는 몰랐지만,알아버린 지금의 나는 울 준비는 되어 있다.울음으로라도 토해낼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며 울 준비는 되어 있다텅빈 마음을, 그 어떤것으로 채울 수 없는 그 마음을끝없는 고독과 외로움 속에서 말라 비틀어진 심장을 위해, 울 준비는 되어 있다.너를 위해서 얼마든지 울어줄 자신은 있다.네가 무척이나 그리운 날이었다.오늘은 무척이나 기분이 좋았지만 너무 행복했던 날이었지만유난히도 무척이나 네가 그리웠던 날이었다.없을 것이란 걸 알면서도 괜히 헛된 기대를 가져본다.아무리 찾아도 없는 너는 이제 나에게 타인인것이다.내 마음인 것 마냥, 내 마음인 것 처럼 끊임없이 갈구하고,사랑하고 원하고 애달파했으나너는 이제 나에게 지나간 타인에 지나지 않을지 모른다.열병은 이제 끝난건지도 모르겠다.에쿠니 가오리 / 울 준비는 되어있다정해진 순서처럼 사랑하다, 미워하다, 헤어진 우리시간이 이렇게나 흘렀으니 이제는 정해진 순서대로미워하다, 그리워하다, 아무렇지 않아져야 할텐데. 그렇게 되기엔 우린 너무 많이 좋아했나 봅니다그대에게 다른 사랑이 왔다 가고, 나에게도 마침내 다른 사랑이 찾아왔는데아직도 그대를 마주치는 날은 이유도 모르게 마음이 아프다고아프다는 말보다는 조금 더 욱신거리는 무엇이 있다고사랑을 말하다많은 일이 있어 조금은 우울하고, 조금은 외롭고 허전했다.그러나 눈에 비치는 풍경은 마음의 풍경을 압도하는 역동적인 움직임....그런때 나는 늘 무언가 거대한 것에 안겨있는 듯한 기분이 들면서 마음이 새하얘진다.충족감. 지금 그것을 표현할 수 있는 수단은 이 말밖에 없다.그 광경에, 가슴이 메였었다.어렸을 적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그런 일로 가슴이 멜 수 있는, 그런 순간이 내 인생에 찾아왔었다는 것이 그저 한없이 기뻤었다.그날부터 누나의 반대를 접고 심심하면 전화를 걸게 되었다.그 순간을 제대로 포착하길 다행이라고 늘 생각했다.사람이 마음속의 어둠을 드러낸 흔치않은 순간이었다.눈을 돌려버리기는 쉽지만, 더욱 깊은 곳에는 갓난아기처럼 사랑스러운 것이 숨어 있었다.내 자양분이 될 쓸쓸한 빛이 빛나고 있었다.이렇게 나중에 되새겨 보니, 꽤 오래된 일이었던 것 같다.집중했던 즐거운 추억은 왜 나중에 돌아보면 쓸쓸하게 느껴지는 것일까?불륜과 남미 / 요시모토 바나나
♬ 오랜만이야 - 임창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