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그들이 사는 세상' 중에서

2009. 4. 30. 19:00Love Story/In Screen


6년 전 그와 헤어질 때는 솔직히 이렇게 힘들지 않았다.

그 때 그는 단지 날 설레게 하는 애인일 뿐이었고,
보고싶고, 만지고 싶고, 그와 함께 웃고 싶고,
그런 걸 못하는 걸 힘은 들어도 참을 수 있는 정도 였다.

젊은 연인들의 이별이란게 다 그런거니까....

미련하게도 그에게 너무 많은 역할을 주었다. 그게 잘못이다.

그는 나의 애인이었고, 내 인생의 멘토였고,
내가 가야 할 길을 먼저가는 선배였고,
우상이었고, 삶의 지표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지금 이 욕조에 떨어지는 물보다 더 따뜻했다.
이건 분명한 배신이다.

그 때 그와 헤어질 수 밖에 없는 이유들...,
그와 헤어진 게 너무도 다행인 몇가지 이유들이 생각난 건 정말 고마운 일이었다.

그런데, 그와 헤어질수 밖에 없는 이유는 고작 두어가진데,
그와 헤어져서 안되는 이유들은 왜 이렇게 셀 수도 없이 무차별 폭격처럼 쏟아지는 건가..

이렇게 외로울 때 친구를 불러 도움을 받는 것조차 그에게서 배운건데,
친구 앞에선 한 없이 초라해지고 작아져도 된다는 것도 그에게서 배웠는데,
날 이렇게 작고 약하게 만들어놓고, 그가 잔인하게 떠나갔다.


드라마『그들이 사는 세상』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