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276

2008. 9. 29. 10:46Love Story/사랑 그 흔한 말



그래서 넌 현실을 제대로 보지 못한다는 말을 듣는 거야.

현실을 본다는 건,

기대나 희망, 선입견을 모두 버리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는 뜻이야.

이것처럼 어려운 게 또 어디 있겠어.

하지만 아무도 현실에 신경 쓰지 않아.


무라카미 류 / 공항에서



"이제까지 가장 아팠던 게 어떤 거야?"

"나?"

"응. 참을 수 없을 만큼 아팠던 적 있어?"

아픔?

나는 한동안 생각한 다음에야

내 기억 속에 고통에 관한 기억이 거의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시간이 흐르면 여러 가지가 정말 말끔하게 사라져 버리는 것이다.

"생각이 나지 않아."

"하지만 아팠던 적은 많이 있었을 테지?"

"그야, 그렇지. 오래 살다 보면 아픈 일도 그 나름대로 잊는 법이지."

"나이 따위는 먹고 싶지 않아."

"그러니까, 앞으로 몇 번이나

여러 종류의 아픔을 경험해지 않으면 안된다고 생각하니 말이야."


무라카미 하루키 / 장님 버드나무와 잠자는 여인




10대에는 자신 속에 수많은 '절대로'가 존재한다.

나는 '절대로' 이렇게 생각한다.

나는 '절대로' 이런 일은 하지 않는다.

나는 '절대로' 누구누구를 좋아하지 않는다.

세상의 다양성을 알지 못했고, 또한 경험이 부족했던 탓으로,

사람의 기분이 분(分)단위로 변할 수 있는 가능성을

늘 품고 있다는 보편적 사실은 아직 몰랐다.

그래서 자신이 설정한 '절대로'가 진짜로 '절대로'라고 믿고 만다.

그러한 '절대로'의 대부분이 어느 날 사소하기 짝이 없는 사건을 계기로

순식간에 변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10대 여자아이들은 모른다.


사기사와 메구무 / 안경 너머로 본 하늘



삼십대가 되어서야 알 수 있는 것들?

말해놓고 보니 그럴싸했다.

십대와 이십대엔 결코 가능하지 않은 것들.

그것은 절제, 혹은 절제의 아름다움일 것이다.

십대엔 자기 욕망이 뭔지도 잘 모른다.

그래서 인정해야 할 것들을 인정하지 않고

그래서 문제들이 쓸데없이 커진다.

"나는 너한테 입맞추고 싶고 너를 안고 싶고 너와 자고 싶어."

십대엔 자기 내부에 이런 욕망이 있다는 걸 승인하지 않는다.

"난 단지 너와 있고 싶은 거야."

이런 거짓말을 하면서 실제로는 대형 사고를 친다

이십대에는 자기 욕망이 뭔지는 조금은 안다.

상대방의 욕망도 짐작할 수 있다.

문제는 절제가 안된다는 것이다.

이샙대의 욕망에는 길이 없다.

사방으로 분출하면서 주위를 불행하게 한다.

이시기를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우리는 서로 사랑하잖아. 그런데 도대체 왜 안되다는 거야?"

아, 가련한 청춘들. 그러나 그들에게는 그런 사랑이 어울린다.

그래서 그 무절제도 때로는 충분히 아름답다.

그러나 삼십대엔, 말하지 않는다.

그게 삼십대에 어울리는 사랑이다.

알 거 다 알고, 상대방이 알고 있다는 것도 알고,

그러면서도 슬쩍 모른체해주는 것.

모른 체하고 있는 걸 상대방이 알고 있다는 것까지도 모른 체해주는 것,

이런 사랑이 삼십대엔 어울린다.


김영하 이우일의 영화 이야기 / 화양연화 中 에 서



































































♬ Chanson Simple  Patricia Ka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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