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392

2009. 5. 16. 17:22Love Story/사랑 그 흔한 말



"오래 ... 아주 오래전, 내가 새색시 적에 이 거울 앞에 앉았을 땐

아무것도 안 그린 하얀 도화지 같은 얼굴이었는데 ...

지금은 더 이상 그릴 수 없을 만큼 주름살로 꽉 찼네. 후훗~ 참 많이 그렸다.

어떻게 보면 서러운 것도 같고,

그러다가도 대견스럽단 생각이 들기도 하고 그래."

"주름살은 왜 생겨 어르신들 맘 상하게 하나 모르겠어요."

"아 ... 아냐. 맘 상할 것 없어. 나이가 들면 기억력이 성치 않잖아.

그래서 살아온 길, 걸어온 길, 잊지 않으려고

얼굴에 하나하나 약도를 그려놓은 건데, 뭐 ...

즐겁게 웃으며 간 길은 눈 옆에 그려 넣고,

힘들어 이를 악물고 간 길은 입 옆에 그려 넣고,

먼 길은 긴 주름을, 가까운 길은 짧은 주름을 ..."

"저는 어떤 주름이 생길까요?"

"미리 알면 그게 무슨 재민가? 자네가 한줄 한줄 그려 나가봐."


빨간 자전거 / 김동화



사랑할 수 있을 때 많이, 후회 없이 사랑하세요,

그건 결코 손해보는 일이 아니랍니다.

사랑해야지, 그건 나도 안다.

하지만 우리는 모른다. 어떻게 하는 게 사랑인지.

때로는 매를 들기도 하고 때로는 참아 내기도 하고,

때로는 칼끝 하나 들어갈 자리가 없을 만큼 냉정하기도 해야 하며

때로는 한없는 물렁탱이로 남아 오냐, 오냐 해야 한다.

주는 것도 사랑이지만 일부러 주지 않는 것이 사랑일 때도 있다.

남편에게도 아이들에게도, 혹은 친구에게도….

나는 그것을 모르겠다는 것이었다.

이 나이를 먹고도, 그 많은 일을 겪고도….

하지만 나는 이제 안다.

그건 그저 시간이 해결해 주는 일이 아니며,

그건 그저 가만히 있으면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고.

사랑도 다른 모든 것과 마찬가지로 공부와 연습이 필요하다는 것을.

다만 사랑에는 교과서도 선생도 없어서

제 부모의 전력을 모방하거나 배척하면서 그것이 사랑이라고 믿을 뿐.


공지영 / 수도원 기행



부모는 다 큰 자식들로부터 많은 것을 배우게 마련이다.

책을 펴놓고 마주앉아서 배우는 것이 아니라,

잡담을 나누면서,

자식이 즐겨 보는 비교적 저속하지 않고 유익한 tv프로를 함께 보면서,

자식의 고상한 옷차림에서, 자식이 흥얼거리는 아름다운 노랫가락에서,

자식의 행동거지나 표정이나 심지어는 눈빛에서까지도

부모는 자식으로부터 배운다.

부모로부터 배우기만 하고

부모에게 드릴 것이 아무것도 없는 자식은 불효자식이다.

전자제품 이야기, 레저 바캉스 이야기, 프로야구 이야기,

영화 배우나 탤런트, 가수 이야기,

시시껄렁한 일상생활의 이야기밖에 못하는 자식으로부터

평생 동안 먹고 사는 일에 시달려온 부모들은

도대체 무엇을 배울 수 있단 말인가?

아무리 가난하다 해도,

부모가 험하게 늙어가는 데는 자식의 책임도 없다고 할 수 없는 것이다.


서준식 / 부모는 다 큰 자식들로부터 많은 것을 배우게 마련이다.











































♬ The Innocence Mission - 500Mil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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