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352

2009. 3. 30. 21:35Love Story/사랑 그 흔한 말



언젠가 누군가를 이런 저녁 황혼 속에서 보냈던 기억이 났다.

현관에 들어설 때까지 계속 그의 등을 바라보았던 것같다.

하지만 벌써 그 사람이 누구였는지 얼굴은 어떻게 생겼었는지

모든 게 흐릿해져서 떠오르지 않았다.

다만 그 등이 사랑스러워 견딜 수 없었던,

그래서 더욱 아팠던, 그 아픔만이 생각났다.


도시마 미호 / 레몬일때 중에서



상자 속에 얼굴을 박고 냄새를 맡아 보았다.

그 속에 있는 것들은 시간과 더불어 퇴색해 간다.

저마다의 냄새를 잃어간다.

나도 변했을까?


혼자 있기 좋은 시간 / 아오야마 나나에



나는 사랑에 빠진 남녀가 공유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 생각한다.

몸을 겹치는 순간, 서로를 바라보는 순간,

속삭이면서 나를 잊어버리는 순간,

농담을 하며 웃는 순간.

그때 우리는 몸도 마음도 하나가 되었다고 느낄 것이다.

그러나 정말?

서로의 생각이 교차하고 겹쳐 하나가 되었다는 것을

대체 누가 증명할 수 있을까.

그런 것들은 모두 달콤한 착각이 아닐까.

두 개의 다른 육체가 하나 될 리 없다는 생각이 든다.

공유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둘이서 보내는 시간 그것뿐이 아닐까.

몇 년 몇 월 며칠의 몇 시 몇 분까지.

둘이 같이 했었다는 사실만이 사랑이 남길 수 있는 증거다.

그 시간에 둘이서 무엇을 했느냐는 것이 하나의 사실로 남는다.

그러나 둘이서 무슨 생각을 했는지는 아무도 말할 수 없다.

자신이 무엇을 느끼고 있었는지도.

내가 입밖에 낼 수 있는 것은 그뿐이다.

그렇다면, 사랑이란 늘 자기 멋대로 쓰는 일기다.

그것도 앞 페이지를 자신의 손가락으로 들춰 보지 않는 일기.

사랑의 일기장은 늘 바람에 날려

문득 과거의 페이지를 내 눈앞에 드러낸다.

거기 나열된 문자는 어색하고 애절하게,

내 마음을 아리게 할 만큼 진지하다.


야마다 에이미 / 120% Cool 중에서



기억이라는 건 순서에 따라 차곡차곡 쌓이는 게 아니야.

만약 그렇다면 오래된 기억들부터 차례로 잊혀지겠지?

그런데 기억들은 언제나 순서를 어기고 뒤죽박죽이 되거든.

그리고 어느 날 갑자기

엉뚱한 곳에서 엉뚱한 기억이 불쑥 솟아오르는 거야.

그것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순간,

이르테면 꿈 같은 데서 말이야.

그런 걸 아무렇지도 않게 넘길 수 있는 사람은 없어.

그 느낌은, 뭐랄까,

그래, 마치 멀미 같은 거야. 그 기분 알지?

머리가 아프고 멍해지고 세상이 흔들리고

심장에 커다란 추가 매달려 있는 것처럼 거북해서

토해버리고 싶은데 마음대로 안 되고.

그냥 그 순간이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어.

아주 무기력하게. 그냥 울면서.


황경신 / 세븐틴 중에서



그리움이란 참 무거운 것이다.

어느 한순간 가슴이 꽉 막혀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게 할 만큼.

어떤날은 살아있다는 것 자체가 짐스럽다 여기게 할 만큼.

따지고 보면,

그리움이란 멀리 있는 너를 찾는 것이 아니다.

내 안에 남아 있는 너를 찾는 일이다.

너를, 너와의 추억을

샅샅이 끄집어내 내 가슴을 찢는 일이다.

그리움이란 참 섬뜩한 것이다.


























































♬ Photograph - Ran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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