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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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177
고슴도치 딜레마 (Hedgehogs dilemma) 늘 자기를 감추고 상대방과 일정한 거리를 두려고 한다 그러면 피차 서로 간섭할 일도 없고 부딪칠 일도 없기 때문에 부담이 없다 게다가 상대방으로부터 상처를 받을 일도 없다 '열심히 해!'라는 격려의 말은 어딘가 '무리해', '견뎌', '참아내'라는 뉘앙스를 풍긴다. 무라카미 류 / 성공 연애 특강 中 갑자기 모든 것을 다 던져버리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었고 모든 근심들을 다 털어버리고 싶었다. 이해도 못하겠고, 나를 기만하기만 하는 이 물질의 세계에 더 이상 머물러 있고 싶지가 않다. 다른 세계가 아직 존재하고 있다. 내 편안한 집일 수 있는 세계, 나를 다시 찾을 수 있는 세계. 거기에는 길이 있고, 방랑객이 있고, 유랑하는 ..
2007.11.27 -
No.176
젊다는 것은 삶이 지금 같지는 않을 거라는 확신을 갖고 있을 때이다. 지금이 가장 힘든 때라는 믿음을 가지고 기꺼이 헤쳐 나가는 때, 모든 것이 별 이유도 없이 밝게 보이는 그런 희망의 시간. 젊지 않다는 건 삶이 크게 변하지 않을 거라는걸 받아들이는 때가 아닐까. 그렇다고 어둡지는 않게, 그런 희망의 시간. 존재하는 것들 모두 애틋하다. 우리는 세상 속에서 살아가지만 세상과 한통속이 되었을때 괴롭고, 한통속이 되지 않으려 할 때도 괴롭고, 한통속이 되려 할 때도 괴롭다. 전경린 / 그리고 삶은 나의 것이 되었다 中 20대 초반에 비하면, 하는 일 없이 그냥저냥 흘러보내는 하루가 무료함이 아닌, 불안함으로 느껴지기는 했지만 아직 '찾아보면 할 일은 얼마든지 있다'는 낙관적인 생각이 마음 한 구석에 남아 ..
2007.11.27 -
드라마『9회말 2아웃』중에서
내 방인데 낯설다. 어느새 이 공간은 난희의 것이 되어있다. 구석구석 난희 발바닥이 안 돌아다닌 곳이 없다. 구석구석 난희 손길이 안 닿은 곳이 없다. 이 집은 이미 5개월 전의 그 집이 아니다. 공기가 다르다. 이 공간은 기억하고 있다. 우리가 그 동안 나눈 모든 이야기들을. 난희가 빠져나가도... 나는... 괜찮을까? --------------- 어제 꼭 하고 싶던 말인데 결국 못 하고 편지로 남긴다. 2007년 봄이구나 내가 이 집에 들어왔던 게. 연희부부한테 얹혀사는 것도 더는 면목이 없고, 내 인생이 얼마나 끔찍한 상황으로 달려가고 있는 지 하루하루 각인시켜주는 엄마 잔소리도 너무 무섭고, 정말 엄마 말대로 되어가고 있는 내 모습은 더 무섭고. 그 땐 참... 단 10분이라도... 마음을 놓을 ..
2007.11.27 -
No.175
다 마시고 난 맥주 캔처럼 나를 구겨버렸듯 너를 벗고 말 거야 그만, 너를 잊는다 고 다짐해도 북소리처럼 너는 다시 쿵쿵 울린다. 오랜 상처를 회복하는 데 십년 걸렸는데 너를 뛰어넘는 건 얼마 걸릴까 그래, 너는 나의 휴일이었고 희망의 트럼펫이었다 지독한 사랑에 나를 걸었다 뭐든 걸지 않으면 아무것도 아니라 생각했다 네 생각 없이 아무 일도 할 수 없었다 너는 어디에나 있었다. 해질녘 풍경과 비와 눈보라, 바라보는 곳곳마다 귀신처럼 일렁거렸다 온몸 휘감던 칡넝쿨의 사랑. 그래, 널 여태 집착한거야 사랑했다는 진실이 공허히 느껴질 때 너를 버리고 나는 다시 시작할거야 신현림 그럴리 없겠지만 한가하시더라도 더 이상은 쓸데가 없어진 옛 기억들이 살아나 그때는 그랬는데 라는 생각이 나시더라도 그저 생각에만 그치..
2007.11.27 -
영화『케세라세라』중에서
사랑이라는게 난 아주 굉장한건줄 알았거든? 근데 별거 아니더라고 그러기엔 너무 불안정해 신뢰도 안가고.. 한마디로 사기 라는거야 . ------------- 따뜻해요 누군가한테 따뜻한걸 느껴본건 은수씨가 처음이에요 옆에 두고만 있어도 내몸이 다 녹아버릴것 같아요 기대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것도 처음이에요 난...내가 아주 강한놈인줄 알았거든요 은수씨 때문인지...아니면 다른이유 때문인지는 몰라도 요즘 자꾸 휘청거려요. 누가 나좀 잡아줬으면 좋겠어... 휘청 거리지 않게 은수씨가 나좀 잡아줘요... 사랑해요... ------------- 사무친다는 게 어떤건지 알아요? 김치를 담그려면 배추를 소금에 절여야되잖아요 사무친다는 건 소금에 저려진 배추랑 같아요 한번 소금에 저려진 배추는 썩어 문드러질때까지 그 소..
2007.11.27 -
No.174
모든 사랑 이야기에는 공통점이 있어요. 나 역시 한때 같은 경험을 했죠. 하지만 그 경험들이 기억나지 않아요. 나는 다른 사람의 모습으로, 새로운 희망의 모습으로, 새로운 꿈의 모습으로 사랑이 다시 온다는 것을 기억하고 있지요. 잊지 말아요. 사랑은 그 자리에 있어요. 변하는 것은 사람들이죠... 파울로 코엘료 / 피에트르 강가에서 나는 울었네 中 어떤 인생에든 어느 시기 동안은 자기가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며, 먼지투성이의 단조로운 포플러 가로수 길을 맹목으로 걸어 나가는 것 같은 그런 때가 있는 법이다. 따라서 그 시기에 관해 기억에 남아 있는 것이라고는, 자신은 먼 길을 걸어왔으며, 늙어 버렸다는 서글픈 감정뿐이기 일쑤이다. 그렇게 인생이라는 강물이 고요히 흐르고 있는 한 강물은 항상 그대로 머물며,..
2007.1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