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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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191
"학상, 시간 있으믄 잠깐 이리 건너와 볼텨?" 창문으로 들어오는 유월의 햇살이 코끝을 간지르던 어느 날 오후, 하숙집 주인 할머니의 걸걸한 음성이 나의 졸음을 깼다. 어젯밤에 음악을 좀 크게 틀어 놓았다고 잔소리를 늘어놓으시려나, 아니면 밤에 느닷없이 찾아오는 친구들 때문일까. 그것도 아니면 혹시 두 달째 밀려있는 하숙비 때문에…? 불안한 마음을 가지고 안방으로 들어갔다. 할머니의 방은 언제나처럼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었다. 그런데 낡은 경대와 이불 넣는 작은 장이 전부였던 방 한 구석에 못 보던 앉은뱅이 책상이 하나 놓여 있고 그 위에 번쩍이는 컴퓨터가 떡 하니 자리잡고 있는 게 아닌가? "와… 할머니, 이거 어디서 나셨어요?" 평소 컴퓨터에 관심이 많던 나는 자연스럽게 그 앞에 자리를 잡았다. "어서..
2007.11.27 -
No.189
나이 스물 여덟, 남자는 어느 사랑하는 여자의 남편이 되었지요. 나이 스물 여섯, 여자는 그 남자의 아내가 되었답니다. 그들은 사람들의 축복 속에 성당에서 조촐한 출발을 하였답니다. 그리고 어느새 2년이란 세월이 흘렸지요.... 그 때.. 그들에게 불행이 닥쳤답니다. 그것은 그들에게 너무나 큰 불행이었어요. 그들이 살던 자그마한 집에 그만 불이 났답니다. 그 불로 아내는 실명을 하고 말았데요. 모든 것을 잃어 버리지는 않았지만 그들에겐 어쩌면 가장 소중한 것을 잃어 버린 셈이 되었는지도 모르겠네요. 두 사람이 만들어갈 그 수많은 추억들을 이제는 더 이상 아내가 볼 수 없을테니 말입니다. 그 후로 남편은 늘 아내의 곁에 있었죠. 아내는 앞을 볼 수 없기 때문에 혼자 몸을 움직이는 것도 쉽지가 않았답니다. ..
2007.11.27 -
No.188
그의 결혼식 (결혼식 전) 이젠.. 정말 끝인가 봅니다.. 그가.. 새로운 여자가 생겼더군요.. 알고 있습니다.. 그는 아직 저를 사랑하는걸... 그런데.. 집안의 반대로... 서로 사랑하지 못한다고 합니다.. 우리는 사랑도.. 맘대로 못 한다고 합니다.. 오랜만에.. 명동엘 나가니.. 그와 비슷한 사람이 있네여.. 이젠 환영 (幻影)이 보이나 봅니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맘에 봅니다.. 그런데.. 그 옆에 낯선 여자가 있습니다.. 새로.. 사귄다는 여자 인가 봅니다.. 그가.. 그녀와 웃고 있네여.. 그러면.. 저는 더 슬픈데...... 혹시나 하는 맘에.. 눈이 마주칠까 하는 맘에.. 계속.. 그를 쳐다 봅니다.. 그와.. 눈이 마주쳤습니다.. 기뻤는데... 눈이 마주쳐서.. 기뻤는데.. 그는 절보..
2007.11.27 -
No.187
일요일인데 너무일찍 눈이 떠진다 했습니다. 잠을 자지 않은 것처럼 머리가 무겁습니다. 달력을 봅니다. 오늘이 그사람 결혼식이 있는 날인걸 한번 더 확인합니다. 확인하고 바보같은 나 욕실로 향합니다. 머리를 감고 세수를 하고 양치도 합니다. 유령처럼 그렇게 나는 소리없이 움직이면서 그사람 결혼식에 갈 준비를 합니다. 화장을 합니다. 마음은 급한데 화장은 자꾸만 늦어집니다. 화운데이션을 바르고 나면 눈물이 흐르고 닦고 또 바르고나면 흐르고... 근근히 참고 화운데이션을 다 바릅니다. 마스카라를 칠하는데 또 눈물이 흐릅니다. 검은 눈물이 온통 얼굴을 뒤덮습니다. 물티슈로 얼굴을 다시 닦아냅니다. 입술을 깨물고 다시 화장을 합니다 화장을 하면서 바보같은 나 그 사람이 화장하지않은 내 모습을 좋아하던 것을 기억해..
2007.11.27 -
No.185
" 오빠~ 도대체 왜 그러는거야? 이제 날 좀 내버려 두면 안돼? "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질러 버렸다.. 도대체 이해할 수가 없다.. 이런건 사랑이 아니야.. 단지 동정심과 집착일 뿐.. 이젠 날 좀 내벼려 둬.. 떠나가 달란 말이야.. 제발.. " ... " ".. 소리 질러서 미안해.. 하지만 이제 더이상 오빠가 내 옆에 있을 필요는 없는 것 같아... 떠나줘.. " 내 눈에서 눈물이 흐른다.. 오빠의 손길이 내 얼굴을 향해 다가오는 걸 느꼈다.. 하지만 난 고개를 돌리며 오빠의 손길을 뿌리쳐버리고 말았다.. " 이해하지 못하겠어? 오빠? 난 이제.. 더 이상.. " " 수진아.. 아니야.. 그렇지 않아.. " " 오빠.. 내 말을 들어봐.. 난 이제 더 이상 예전의 수진이가 아니야.. 오빠가 기억하..
2007.11.27 -
No.184
"귀찮다는데 왜 그래요, 대체?" "그러니까 잠깐 시간 좀 내 달라니까" "시간 없어요, 그만 좀 해요 이제!" "거 되게 빡빡하게 구네..." "선배 좋아하지 않는다고 제가 말했죠? 전 좋아하는 사람 있어요" "어쨌든 넌 내게 운명지워졌어. 넌 나를 사랑하게 될거야. !!! 그리고 내가 널...지켜줄꺼야" 정말 지겨웠습니다. 하두 외로워 보이기에 조금 잘해준 것 뿐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선배는 제가 자기를 좋아한다고 생각하는 것이었습니다. 착각은 자유라고... 하지만 너무나 귀찮게 굴어 짜증이 나고 있었습니다. "수업 끝났니?" "오늘 날씨 좋은데 어디 바람이나 쐬러갈까?" "선배 혼자 쐬든지 말든지 맘대로 해요. 전 오늘 바빠요" "그러지말고 좀 같이 가자.!! 우리사이에 내숭떨 필요는 없잖아" "선..
2007.1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