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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착각한다, 사랑은 운명이라고
흔히 사랑을 숭고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책임과 의무가 더해지는 도덕적 사랑만이 정당성을 갖는다. 그러나 몸은 함께 살면서도 다른 사람을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아니 솔직히 많다. 남자들의 경우 더 그렇다. 이것이 불륜이다. 이 책은 탐욕과 타락, 불륜이라는 죄로 우수에 찬 감성의 감옥에 갇혀 금지됐던 사랑의 또 다른 가치에 대한 이성적 해석이다. 본능적 감성에 끌리는 뜨거운 사랑에 대한 차가운 이성의 따듯한 해석이다. 이 책에 따르면 사회심리학자 페르와 러셀이 ‘사랑의 유형’에 대해 조사한 결과 216개가 나왔다. 이 가운데 93개는 적어도 2명 이상이 언급했다. 또 60% 이상이 사실 ‘사랑’이 아니라 ‘우정’을 언급했다. ‘사랑’이라고 했을 때 사람들은 가장 먼저 ‘우정’을 떠올린 것이다. 이어 성적..
2008.10.10 -
고독은 줄지 않는다.
몸과 머리가 무거워 살아 있으면서 죽어 있는 기분이다. 데굴데굴 굴러본다. 고독은 줄지 않는다. 아, 음, 하고 신음해 본다. 고독은 줄지 않는다. 팔다리를 버둥거려 본다. 고독은 1그램도 줄어들지 않는다. .... 이렇게 여기저기 무턱대고 전화를 걸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는 밤에는 누구와 얘기를 하면 할수록 고독해진다. 지겹도록 잘 알고 있다. 혼자 있는 방에서, 무심코 텔레비전을 켜는 바람에 요란한 소리가 쏟아져 나오면 더욱 고독해지는 것과 마찬가지다. 에쿠니 가오리 - 차가운 밤에
2008.10.10 -
No.290
치유되지 않은 상처를 가진 사람은 다른 사람에게 계속 그것을 전가한다. 네 속에 없는 것을 네가 남에게 줄 수는 없다. 네 속에 미움이 있다면 너는 남에게 미움을 줄 것이고, 네 속에 사랑이 있다면 너는 남에게 사랑을 줄 것이다. 네 속에 상처가 있다면 너는 남에게 상처를 줄 것이고, 네 속에 비꼬임이 있다면 너는 남에게 비꼬임을 줄 것이다. 네가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어떤 의미든 너와 닮은 사람일 것이다. 만일 네가 미워하거나 싫어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너와 어떤 의미이든 닮은 사람일 것이다. 네 속에 없는 것을 그에게서 알아 볼 수는 없을 테니까. 하지만 네가 남에게 사랑을 주든, 미움을 주든, 어떤 마음을 주든 사실, 그 결과는 고스란히 네 것이 된다. 공지영 /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2008.10.08 -
No.289
이 거리감이 기분 좋다. 너무 멀면 외롭고, 너무 가까우면 귀찮다. 적당히 웃겨만 놓으면 풍파도 안 일어나고 누구에게도 미움 받지 않는다. 오히려 인기가 많아 여러 가지로 득을 본다. 다른 사람과 잘 안 맞는다고 혼자만의 세계에 틀어박히는 놈도 있다. 그런 놈은 너무 약하다. 장애물이 있다고 해서 코스를 바꿔 달리다니. 그 정도 장애물은 피하며 달릴 줄 알아야지. 거짓말을 하든 사기를 치든 뭐든 좋다. 어차피 죽으면 재로 변할걸. 거짓말했다고 염라대왕이 혀를 뽑아서 전시해 둘 리도 없을 테니까. 사라이와 겐 / 들돼지를 프로듀스 거짓말을 좀 하고 동전을 손바닥에서 사라지게 했다가 마술처럼 다시 나타나게 했다고 해서 누가 큰 해를 입겠는가? 사람은 누구나 속임수와 사기꾼을 좋아한다. 세상은 거짓말에 속아넘..
2008.10.07 -
No.288
그녀는 피식 웃었다. " 비 피하는 것에는 누구든지 은밀한 추억이 있나봐." "당신도 있나요?" "몇가지 있어. 모두 사랑에 관한 것만." "달콤한 추억? 아니면 쓰라린 추억?" "지금은 모두 쓰라린 추억이 되었어." "왜?" " 왜냐 하면 모두 잃어버린 사랑이니까. 달콤한 추억은 진짜 사랑이 아니야. 너 같은 젊은 남자는 모르겠지만." "진짜 사랑이 아니라도 좋잖아요. 멋진 과거를 감상할 수 있다면 그 쪽이 좋지요." 야마다 에이미 / 비의 화석 가슴이 답답해질 정도로 꼭 껴안았다. 유리는 눈을 떴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내가 말하자 유리는 훅 하고 숨을 삼키더니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 같은 얼굴을 하고 말했다. "행복이란 게 뭔지 알아?" "몰라요." 내가 대답하자 진지한 얼굴을 하고 ..
2008.10.07 -
No.287
가끔 뒷모습은 얼굴보다 더 많은 것을 말해주니까. 기억에서 지워지지 않는 것은 눈동자이기도 하고, 마주보며 이야기할 때의 손짓이기도 하고, 또 놀랍게도 뒷모습일 때가 있는 것이다. 그리고 대개 뒷모습은 잊혀지지 않는다. 출연자는 두 명이지만 한 사람만 그것을 기억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온전히 그의 것이다. 공지영 / 별들의 들판 중에서 그때는 아무도 몰랐지만 내 마음속에서는 땡 땡 종이 울리고 있었다. 좀 이상하다고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는 말은, 가공의 불안을 현실로 끌어들이는 것 같아 하기 싫었다. 무서웠던 것이다. 지금 말하기를.. 그랬다고,후회하는 것은 간단하지만, 나는 절대로 후회하고 싶지 않다. 희석시키고 싶지 않다. 에쿠니 가오리 / 언젠가 기억에서 사라진다 해도 울고 있었다. 점점 ..
2008.1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