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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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232
시장통 작은 분식점에서 찐빵과 만두를 만들어 파는 어머니가 있었습니다. 어느 일요일 오후, 아침부터 꾸물꾸물하던 하늘에서 후두둑 비가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소나기였습니다. 그런데 한 시간이 지나도 두 시간이 지나도 그치기는커녕 빗발이 점점 더 굵어지자 어머니는 서둘러 가게를 정리한 뒤 큰길로 나와 우산 두 개를 샀습니다. 그 길로 딸이 다니는 미술학원 앞으로 달려간 어머니는 학원 문을 열려다 말고 깜짝 놀라며 자신의 옷차림을 살폈습니다. 작업복에 낡은 슬리퍼, 앞치마엔 밀가루 반죽이 덕지덕지 묻어 있었습니다. 안그래도 감수성 예민한 여고생 딸이 상처를 입을까 걱정된 어머니는 건물 아래층에서 학원이 파하기를 기다리기로 했습니다. 한참을 서성대던 어머니가 문득 3층 학원 창가를 올려다봤을 때, 마침 아래쪽..
2008.02.15 -
No.229
어디선가 이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짝사랑하는 사람이 산에 간다고 하면 그에게 돌을 주워다 달라고 부탁하라고요. 그러면 그 사람은 산에 가서 발에 차이는 수많은 돌을 볼 때마다 돌을 주워 달라고 부탁한 사람을 생각하기 마련이랍니다. 평소 호감을 가지고 있던 사람이 있었습니다. 어느 날 그가 지리산에 간다고 하더군요. 그 이야기를 떠올린 저는 한번 그 말을 시험해 보기로 했습니다. 순전히 호기심이었지요. 저는 태연하게 부탁했습니다. "오빠, 산에 가면 돌 하나만 주워다 줄래요?" 그랬더니 그는 국립공원에서 어떻게 돌을 가져올 수 있겠느냐며 무척 난처해했습니다. 그래서 애초부터 기대도 안하고 있었는데 며칠 뒤 산에 다녀온 그가 받으라는 듯 불쑥 무언가를 내미는 것이었습니다. "뭐 부탁한 거 있지 않..
2008.02.15 -
No.230
며칠전 책상 정리를 하다 발견한 예전의 사진들속에 그분.. 어머니라는 말 왠지 어색하시다고 제게 엄마를 강요(?)하셨던 분이셨어요 그 사람 엄마 참 좋은 분이셨어여 제가 울 엄마에게도 하지 못하던 비밀 얘기도 전부 할수 있을만큼... 엄마 첨 뵌날이 생각나요 그 사람이 제게 가족들을 소개해주던 날 아직은 낯설고 불편해서 안절부절 못하는 제게 "나 소원 들어줄래? 너 엄마 딸 해라. 엄만 아들보다 딸이 좋거든.." 하시며 제손을 아주 따뜻하게 감싸 주셨어여 그후로 엄마와 저의 사인 모녀지간 이상이 되었어요 지금은 모두 호주로 이민을 가셨기에 이곳엔 그 사람 가족들 흔적두 별루 없지만... 제 스무살 생일때 였어요 엄마가 학교로 절찾아 오셨어요 혹 제가 친구들이랑 빈속에 술 마실까봐서 미역국에 제가 좋아하는..
2008.02.15 -
No.228
나를 만나기전 그는 한여자를 사랑했다. 매일 전화를 해서 사랑을 속삭이고, 그녀를 웃겨주고 행복하게 해 주기 위해 고민을 하고 만나면 가슴떨리고 어느날은 용기내어 달콤한 키스도 했을것이다. 결혼하면 어떨까..상상도 했을테고 친구들 모임에 나갈때 그 옆에는 항상 그녀가 있었을 거다. 거리에서 볼수 있는 연인들처럼 다정히 손잡고 거리를 걸었을 것이고, 특별한 날 선물을 준비하고 같이 마주보며 웃었을 테지... 이쁜 옷을 보면 그녀 생각을 하고 좋은 곳 있으면 그녀를 데려가고 좋은 노래를 들으면 그녀에게 불러줬을거다. 그가 상상하는 미래엔 그렇게 항상 그녀가 있었겠지... 그녀의 집이 비는 날엔 그를 불러다 따뜻한 밥에 맛난 반찬 만들어 먹이고 서로 장난치며 깔깔거리며 웃었을 것이다. 내가 그를 알기전 한 남..
2008.02.15 -
No.227
한국에서 이민을 온 자식들을 따라 할머니는 미국에 오게 되었습니다. 나이 육십 세에 머나먼 타국으로 오신 할머니.. 당연히 영어라곤 빨래집게 놓고 A도 모르는 분이셨습니다. 커뮤니티에서 하는 무료 영어 교실에도 다녀보셨다지만, 자주 아프신 몸을 이끌고 수업을 들으시기엔 무리였다고 합니다. 자식들은 할머님을 노인 아파트에 모셨습니다. 노인 아파트는 은퇴한 노인들을 위한 아파트입니다. 독신 아파트와 비슷한 구조로 되어 있지만 노인들에게 편리한 구조라든지 의료 시설이 완비되어 있다는 것이 다른 점입니다. 하지만 한국에서 온지 얼마 안 되는, 그리고 영어도 말할 줄 모르시는 할머니에겐 감옥 같은 곳이셨습니다. 그러나 자식들을 원망하지 않는 것은 어머니의 마음일까요. 할머님은 그렇게 몇 달을 살아내셨습니다. 할아..
2008.02.15 -
No.226
이른 새벽 창문을 두드리는 빗방울 소리에 놀라 잠에서 깨었습니다 한 방울 한 방울 내리는 저 비는 쓸쓸한 내 가슴에 파아란 눈물방울 되어 흐릅니다 떨리는 손 끝으로 당신을 유리창에 그려보며 나는 또 한참을 울었습니다 한 방울 한 방울 끊임없이 떨어지는 저 빗방울들은 꼭 당신의 명랑한 목소리 같습니다 그래서 더 견딜 수가 없습니다 비가 내립니다 멈출 줄 모르는 운명을 타고난 듯 이 비 그치면 당신 향한 서러운 가슴앓이도 멈출 수 있을까요. 그리움은 비가 되어 시간 속을 흐르고 나는 또 다시 당신에게로 흐릅니다 한 방울 한 방울 보고 싶은 당신에게로 사랑하는 당신에게로 가여운 빗방울 하나 되어 떨어집니다.. 당신이 없는 하루가 시작됩니다. 빨리 일어나라고 투정 부리던 당신의 전화가 없습니다. 지금쯤 아주 아..
2008.0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