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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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214
아직 바람이 찬 봄날, 화분을 손보러 빨간 벽돌집 뒤켠 공터로 나오니 다섯살바기 아이들이 옹기종기 모여 소꿉놀이를 하고 있었다. 모여앉은 아이들이 자기의 꿈을 도란도란 이야기하는 것이 내 어린 시절의 한자락을 보는 것 같아 마음이 흐뭇했다. 그런데 마지막 한 아이가 한참을 말없이 가만히 있었다. "야, 너는 뭐가 될래?" "그래, 빨리 정해라." 친구들이 지친 듯 쪼그리고 앉아 재촉하는데도 그 아이는 망설이기만 했다. 그때 내가 빙긋 웃으며 한마디 거들었다. "빨리 말해라. 친구들이 기다리잖아." 그러자 머쓱해진 그 아이기 뭔가 결심한 듯 벌떡 일어서더니 햇볕이 잘 드는 벽으로 뛰어들어가 기대어 섰다. "난 햇볕이이야, 너희들 모두 이리로 와 봐." 나는 속으로 '어허, 제법이네' 하며 그 아이를 힐끗 ..
2008.02.15 -
No.212
국민학교땐 참 잼난일들이 많았다. 누구나 그랬겠지만... 학교 교과서도 잼났었고, 바른생활, 슬기로운 생활, 방학땐 탐구생활까지... 학년초에 비닐과 포장지로 책을싸서 보관했다 가끔은 달력 뒷면으로 책을 싸기도 했고 까만색 매직팬으로 제목을 적었다 학교에서는 받아쓰기와, 태극기 그리는 것두 하구.. 그때는 왜그렇게 빨간게 위엔지 파란게 위엔지 헤깔리던지... 그때 칠하던 색연필은 뒤를 돌리면 앞으로 쭉 나오는 거였다. 앞에 종이를 돌려까는 것도 있었다 연필 한 다스는 생일 선물의 가장 일반적인 형태였고.. 학교 갈때 왼쪽 가슴에는 꼭 이름표가 달려 있었던거 같다. 1학년 입학식때는 하얀수건을 옷핀으로 좌측 가슴에 달고 다녔다 국어시간에는 가끔씩 받아쓰기 시험도 보구... 선생님이 질문하면 꼭 대답하기전 ..
2008.02.15 -
No.211
니가 떠나면 남겨진 내가 눈물로 수없이 많은 밤을 지샐꺼라 너는 믿고 있겠지만 내게 미안하겠지만 난 괜찮아 나를 동정하지는마... 노래방에 가서 이 노래를 가장 많이 불렀다. 부르고 또 부르다 목이 쉰적도 여러번 있었다. 그가 생각이 날 때도.. 그가 보고싶을 때도.. 그가 원망스러울때도.. 난 이 노래를 들으며 따라 불렀다. 몇번은 눈물 때문에 울먹이며 부른적도 있다. 눈물은 볼을 타고 내려와 나의 목선을 타고 가슴속으로 흘러들어간다. 하나의 물줄기가 되어서 그렇게 계속 흐른다. 그런데 너무 힘들어서 부르던 노래가... 이젠 정말 힘이 되고 나의 애창곡이 되버렸다. 가사 구구절절이 내 마음을 그 사람에게 전하는것 같다. 이젠 정말 난 괜찮으니, 그 사람 행복하라고 말하고 싶다. 오늘도 이 노래를 들으며..
2008.02.15 -
No.210
1977년 열 다섯.. 내삶이 비뚤어진 운명을 향하여 걷기 시작하던 그때.. 딸이 귀하던 우리 집안의 마흔둥이였던 난 그 당시에도 공주님 처럼 남 부러울것 없는 생활을 했었다 교육자이셨던 아버지는 개인 교습을 시켜주신다 하였고 곧바로 전라도에서 유학을 온 대학생 오빠에게 과외를 받았다 사춘기였던 나에게 대학생이란 거대한 신분의 오빠는 처음 보는 순간 나의 시선을 뺏기에 충분했었다 집안 형편이 어려워 야간에는 아르바이트를 하고 항상 통금에 쫓아다녔던 그는 나에게 우상으로 다가왔다 수수한 옷차림에 따뜻한 눈빛을 가진 그에게 나는 한순간에 반해버렸고 그역시 나를 친동생처럼 잘 대해주었다 그렇게 서로 가까워졌고 한해가 지나갈 무렵 나는 그의 아이를 가지게 되었다 긴시간..고민하던 중 그에게는 입대영장이 나왔고 ..
2008.02.15 -
No.208
버스에 앉아서 창밖을 보니, 바람이 너무 많이 불어서인지 거리에는 인적이 드물게 보입니다. 차창밖으로 난전을 펼쳐 놓은 할머니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새댁, 산나물이 좋아.. 한단 사가.. 검게 그을린 손과 얼굴에는 힘들게 살아오신 삶이 엿보입니다. 산나물을 사가라고 하는게 아니라 힘들고 고달픈 자신의 삶의 일부를 사가지고 가라는것 같습니다. 그래서 마음이 씁쓸합니다. 그 할머니를 또 보게 됐습니다. 제가 근무하는병원에서 말입니다. 누워있는데 배가 산달을 맞이한 산모보다 더불러와 있고, 숨쉬기가 힘든지 색색거리고 있습니다. 아들은 병실에 와보지도 않구 며느리의 얼굴은 본적도 없습니다. 돌아가셨는지 아닌지 확인하려는지 전화만 하루에 한통씩 걸려옵니다. 물을 마실수 있게 드렸습니다. 제 손을 잡으시는 할머니의..
2008.02.15 -
No.209
온 세상 다 너를 버려 마음이 외로울 때에도 너 뿐이야 하고 믿어주는 그 사람을 가졌는가. 탔던 배가 가라앉을 때 구명대를 서로 사양하며 너만은 제발 살아다오 할. 그 사람을 가졌는가. 잊지 못할 이 세상을 놓고 떠나려 할 때 너 하나 있으니 하며 빙그레 웃고 눈을 감을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비라도 올것같은 흐린하늘.. 창밖을 보다 문득 남편 생각이 나네요. 아침에 비온다는 일기예보를 듣더니 내가 잊을까봐 우산을 꺼내어 현관 내 구두옆에 나란히 놓아주더군요. 에레베이터를 기다리는 그 짧은 시간에도 나를위해 장난어린 윙크로 웃음을 주던 모습.. 하는일없이 피곤하다 힘들단 말을 입에 달고 다니는 나 때문에 언제든 나를먼저 배려해주는 고마운 사람이죠. 그 남편 덕분에 난 오늘, 옥빛 하늘색 우산을 ..
2008.0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