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ve Story/사랑 그 흔한 말(4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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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375
솔직히 널 만나러 갔던 건 너에게 특별한 뭔가를 기대해서가 아냐. 물론 예전의 감정이 남아 있었던 건 더더욱 아니었고 그저 네가 무척 보고 싶었고, 오랫동안 미뤄뒀던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 하지만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시간이 더 많이 흘러버렸던거지. 우린 예전같을 수도 없었고... 그런데 난 이기적이게도 시간이 아무리 흘러도 너와 난 변하지 않을 거라고 믿었어. 정말 바보처럼... 김동영 / 너도 떠나보면 나를 알게 될거야 사랑한다 는 말... 그 말은 처음에는 하기 힘든 말이었고, 그 말 한마디에 가슴 설레었지만 어느 순간 그 의미는 사라지는 연기처럼 희미해져 버리고 만다. 마치 인사처럼, 안부처럼, 의무처럼 그냥 던지는 말이 되어 버리고, 더 이상 그 말로는 가슴이 뛰지 않는다. 일상적인 단어가 되어..
2009.04.30 -
No.374
"왜 내가 그리워요?" "그냥. 그리워요" 이도우 /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 "너의 그런 점이 너무 좋아." 토오루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한다. 그리고 양쪽이 동시에 그랬다고 토오루도 확신했을 만큼 자연스럽게 서서히 입술이 맞닿았다. 정성스럽게 소중하다는듯이 놓고 싶지 않다고 절실하게 바라고 있는 자신의 마음과 똑같이 시후미도 바라고 있음을 안다. 이 순간이 영원히 계속되길 바라는 자신과 마찬가지로 시후미도 바라고 있음을 안다. 그러한 키스였다. 에쿠니 가오리 / 도쿄타워 그는 오늘도 아들과 압구정 까페에 앉아 있었다. 통유리 밖 횡단보도에 한 커플이 눈에 들어온다. 서로 죽고 못 산다는 표정의 연인들. 그가 초등학교 5학년인 아들에게 넌지시 물었다. “아들, 너 저기 횡단보도에 형이랑 누나 보이지..
2009.04.30 -
No.373
혼자 남아본 적 있어? 혼자가 된 사람은 아는 사람이 없는 곳에서 살고 싶다느니 그런 말은 절대로 안해. 오래 혼자 있다 보면 자신이 사람이라는 사실도 잊어버려. 외로움은 수류탄에 맞먹는 파괴력을 가졌어. 무기 없이 사람을 죽이는 방법은 간단해. 독방에 가둬 놓는 거야. 김주희 / 피터팬 죽이기 여행중에 얻은 또 다른 휴가.. 아무것도 보지 않고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는 시간... 여행을 떠나오기 전 내가 좋아하는 안선배가 해줬던 말처럼, 인생에서 우리가 무엇인가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한편으론,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진 걸 소모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지는 것도 훌륭한 경험인지 모른다... 기억이 많은사람은 혼자 오래 먼길에서 돌아가지 않을 수도 있다는 걸.. 세상에서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만 있..
2009.04.30 -
No.372
헤어지고도 후회하지 않는 그런 사랑 난 못합니다. 죽고 못사는 사랑같은거 나 안믿어요. 그런 사랑도 때되면 배신하고 배신당하거든요. 내가 당신을 좋아하는 그만큼, 그만큼이 나한테 사랑입니다. 연애시대 中 머무르고 싶어도 머무를수 없는 삶 속에서 이토록 기뻐할 수 있으니 그대를 사랑함이 나는 좋다 이 세상에 그대만큼 사랑하고픈 사람 있을까 용혜원 / 그대를 사랑함이 좋다 中 오늘 밤은 안경을 끼고 잔다. 꿈이 잘 보이도록. 오늘 밤이야말로 꿈에 그가 나왔으면 하고, 창문밖의 별똥별에게도 빌어놨고. 빗으로 머리도 곱게 빗었고, 사과 향의 립 밤도 발랐다. 준비 오케이. 그런데... 당신을 다시 만나는 순간 잠옷을 입은 채여도 괜찮을까요? 도키나와 코코로 / 후지타 사유리 오늘 밤 제 꿈 속을 방문하신댔는데 ..
2009.04.30 -
No.371
나도 곧잘 혼잣말을 한다. 그런 버릇이 언제 생겼는지 모르겠지만 누구나 마음 속의 자기는 하나만 있는 것이 아니다. 하나의 자기와 또 하나의 자기가 늘상 대화하고 있는 것이다. 고독한 사람일수록 마음 속의 자기가 많다. 그것이 그 사람과 힘을 합해서 고독을 이겨나가고 있는 것이다. 나는 동정이나 연민의 대상이 되고 싶지는 않다. 하물며 시혜를 받고 싶은 생각은 없다. 내가 걸어온 한 걸음 한 걸음은 모두 내가 선택해 온 거다. 그 선택이 나의 애정이나 의지를 그대로 표현하지 못하기도 했고, 때로는 나의 의사에 반하기도 했었지만 그것은 결국 내 인생에 대한 인식과 태도를 반영하고 있는 것이니까. 나는 나 자신의 발자국을 지우고 싶지도 않고 다른 사람의 손을 빌려서 지우고 싶은 마음은 더구나 없다. 발자국은..
2009.04.30 -
No.370
남으로 가는 기차를 타겠습니다. 더딘 열차에서 노곤한 다리 두드리는 남루한 사람들과 소주잔을 나누며 지도에도 없는 간이역 풍경들과 눈인사를 나누겠습니다. 급행열차는 먼저 보내도 좋겠습니다. 종착역이 아니라도 좋습니다. 자운영이 피고 진 넓은 들을 만날 수 있다면. 들이 끝나기 전, 맨발로 흙을 밟아 보겠습니다. 신발을 벗어들고 천천히 흙내음에 한참을 젖겠습니다. 쉬엄쉬엄 걷는 길 그 끝 어디쯤에 주저앉아 혼자 피어있는 동백이며 눈꽃이며 키 작은 민들레의 겨울 이야기를 듣겠습니다. 서두르지 말고 봄이 깊기를 기다리라고 이르기도 하겠습니다. 기차가 오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봄이 오는 소리에 귀를 열고 해지는 들에서 노을 한 개비를 말아 피우겠습니다. 이제껏 놓지 못한 시간을 방생하겠습니다. 봄이 오기 전, ..
2009.04.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