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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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346
시간이 지나고, 새로운 사람들은 만나고 새롭게 시작해야 할 것들이 생겨나면 죽을 것 같던 아픈 기억들마저 조금씩 희미해지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러면 우리는 잠시 안심을 한다. 이제는 괜찮아 졌구나.. 그런데, 불쑥 사소한 말 한 마디에, 무심코 돌아본 누군가의 뒷모습에 스쳐가는 체취에 깜짝 놀라 잠시 다리가 후들거린다. 그런 경험.. 그게 대부분의 기억에는 시간이 약이지만, 어떤 기억들은 뇌가 아니라 뼛속에 아로새겨져 시간의 흐름과 상관없이 명장한 자국을 남긴다. 백은하 / 안녕 뉴욕中 문득 깨달았다. 지긋지긋할 정도로 누군가에게 사랑을 받아 본 사람은, 역시 지긋지긋할 정도로 누군가를 사랑하는 법을 배우게 된다고. 요시다 슈이치 / 거짓말 거짓말 이렇게 무방비한 시간이 흘러간다. 행복할 때도 그렇지 않..
2009.03.30 -
No.345
"남자들은 말이야. 여자를 왜 만나지? 그러니까 여자입장에서 보기에, 남자들이 여자를 사귀는 목적이 결국엔 한번 자보고 싶어서는 아닐까, 그런 의심이 들기도 하거든. 그런데 살다보면, 거꾸로, 만나자마자 먼저 그걸 해버린 경우도 있잖아. 그랬을 때, 그 남자가 그 여자를 계속 만나는 이유는 뭘까? 공짜 섹스 파트너, 혹시 그런거야?" "케이스 바이 케이스지.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어. 사실 여자들이 짐작하는 것만큼 남자들이 육체에 그렇게 집착하는 건 아니야. 아, 육체에'만' 집작하는건 아니라는 뜻이야." "그럼 어떤 남자는 책을 맨 뒷장부터 읽기도 한단 말이지? 맨 앞까지?" "그런 여자가 있다면 그런 남자도 있지 않을까. 글쎄, 남자나 여자나 사랑에 빠지는 이유는 비슷할 것 같아. 연애란 게 ..
2009.03.30 -
No.344
네가 아니면 나는 어쩌지.. 내가 아니면 너는 어쩌지.. 삶은 이렇게 간절한데, 어떤 이름에 기대어야 하지.. 마음은 이토록 한순간에 무너지는데 영원같은 시간동안 누구를 기다려야 하지.. 내가 아니면 너 홀로 어떻게 살지 네가 아니면 나홀로 어떻게 죽지 나는 다시 꽃 피울 수 없는데 너를 어떻게 사랑해야 하지?.... PAPER AUGUST 2008 / 황경신 가슴에 박힌 그 사람은 어떻게 잊어야 돼? 참아야 돼, 참으면 돼. 보고 싶어도 참고, 외로워도 참고, 주고 싶은 게 있어도 참으면 돼. 잠깐만 참으면 다 괜찮아질 거야. 이별은 몸이 떨어지는 게 아니라 마음이 떨어지는 거니까. 울고 싶은 만큼 울고, 소리 지르고 싶은 만큼 소리 질러. 고통이 네 소리에 놀라 달아나버리게 크게 울면서, 나쁜 사람은..
2009.03.30 -
No.343
잘 있었니, 하고 묻는다. 나없이 잘 지낼 수 있어? 라고 생각하면서.. 행복하니, 하고 묻는다. 행복하게 해줄 수도 없으면서... 내가 부르면 언제라도 와줄거지, 하고 묻는다. 부를수 있는 이름도 갖고 있지 못하면서... 우연히도 만나지 못 할 그 사람에게.. 황경신 / PAPER 2002.11 그 사람의 모습이 떠오르는 시간은 늘 해질녁이다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세차지는 시간 그 사람은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정원에 서서 윤기나는 머리카락을 나부끼며 밝은빛이 간신히 남아있는 바다위를 바라본다 하지만 사실 그사람이 무엇을 보고 있었는지는 모른다 기억속의 그 사람은 언제나 등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온다리쿠 / 해질녘백합의뼈 중 내가 보는 풍경은 언제나 두가지 그대가 있는 그곳과 그대가 없는 이곳 내가..
2009.03.30 -
No.342
"인간은 앞을 바라보면서 살아야 하지만 자신의 삶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뒤를 돌아봐야 한다." S.A. 키르케고르 과거에 대한 기억을 잊어버린다면 어떻게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가질 수 있겠는가. 미셸 깽 / 처절한 정원 실수하고 싶지 않다. 실수라도 좋다는 각오로 누군가의 가슴에 뛰어들지 못하는 거죠. 하지만, 실수하지 않기 위해 내내 움츠리고 있는 것보다, 실수를 저지르고 우는 한이 있어도 움직여보려 한다. 요시다 슈이치 / 7월 24일 거리 배가 센 강을 가로지르는 다리들 밑으로 지나갈 때마다 고개를 들어 그 감춰진 다리의 밑바닥을 살폈던 것이다. 물과 바람, 또 다리 위로 지나가는 마차의 울림을 견디느라 다리 밑바닥은 때에 찌들고 상처 투성이였다. 다리의 위와 옆은 멋진 조각과 문장을 새겨 넣었지만 배..
2009.03.30 -
No.341
태풍은 열대의 뜨거음을 강제적으로 온대지방으로 전달해 내는 자연의 방식이라는데, 고여 터질 것 같은 열대의 정열이 온대지방으로 오면 거의 폭력으로 변한다는 사실을 엄마는 오래전에 한번 곰곰이 생각해 본 일이 있어. 마음속의 압력들을, 사소한 분노들을, 실망감과 상처들을, 어쩌면 뜨거운 사랑까지도, 조금씩 처리하는 법을 익히지 않으면 그렇게 내 마음의 뜨거움들도 다른 이들에게 가서 폭력으로 변하지 않을까 겁이 났었지. 바람이 거세다는 사실보다 바람이 거세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일이 더 힘들다는 것을 엄마는 절감하며 산다. 사람이 저마다 외롭다는 사실보다 사람이 저마다 외롭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일이 더 힘든 것을 말이야. 하지만 우리는 가끔 순응하며 더 거대한 것들에 무릎을 꿇어야 한다. 네가 힘들다는 사..
2009.03.30